컨텐츠 바로가기

    02.15 (일)

    이슈 국회의원 이모저모

    정청래의 ‘1인 1표제’ 통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위원 찬성 50% 간신히 넘겨

    대의원·권리당원 표 가치 같아져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추진해 온 ‘대의원·권리당원 1인 1표제’가 3일 중앙위원회에서 가결됐다. 작년 12월 중앙위 투표에서 의결 정족수 미달로 한 차례 부결된 지 두 달 만이다.

    조선일보

    연합뉴스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3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마치고 퇴장하고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민주당 중앙위는 전날부터 이틀간 진행한 투표에서 재적 중앙위원 590명 중 515명이 참여해 312명의 찬성으로 1인 1표제 도입을 위한 당헌·당규 개정안을 통과시켰다고 밝혔다. 당헌·당규는 재적 중앙위원의 과반(296명 이상) 찬성으로 의결되는데, 찬성이 가결 정족수보다 16명 많아 가까스로 통과된 것이다. 반대는 203명이었다.

    정 대표는 작년 8월 당대표 선거에서 1인 1표제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워 권리당원의 압도적 지지를 받아 당대표로 선출됐다. 이후 곧바로 1인 1표제 도입 절차를 밟았으나 친명계는 “정 대표가 올해 8월 당대표 선거에서 연임하기 위해서 유리하게 제도를 바꾸는 것”이라며 반발해 왔다.

    ◇‘찬성률 저조’ 지적에… 鄭 “1대0이든 3대0이든 이긴 것”

    정청래 대표는 3일 1인 1표제 통과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역사적인 민주당 1인 1표 시대가 열렸다”며 “만시지탄인 감이 없지 않지만, 이제 더 넓은 민주주의, 더 평등한 민주주의, 더 좋은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권리당원들은 국회의원 1표, 당대표 1표, 대의원 1표, 권리당원 1표인 평등한 전당대회에서 투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좀처럼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주고받지 않았지만 이날은 ‘찬성률이 낮은 것 아니냐’는 물음에 “축구 경기에서 1대0으로 이기나 3대0으로 이기나 이긴 것은 이긴 것”이라며 “찬성률에 저는 크게 마음이 아프거나 그렇지 않다”라고 했다.

    정 대표는 “1인 1표제가 시행됨으로써 당내 계파가 해체될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힘 있는 계파가 공천권을 나눠 갖고, 공천 기득권을 행사할 수 없는 구조로 변경됐다”며 “앞으로 민주당의 선출직 공무원, 국회의원, 지방의원, 기초·광역단체장은 계파 보스의 눈치를 안 봐도 되고, 그들에게 줄 서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이를 두고 ‘친명계’를 겨냥한 것이냐고 묻자 “대통령이 어떻게 계파냐.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이다. 그래서 대통령을 언급하는 건 매우 부적절하다”고 했다.

    1인 1표제가 통과되면서 권리당원의 압도적 지지를 받아 당대표에 당선된 정 대표가 오는 8월 당대표 선거에서 연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간 민주당에선 대의원 1표의 가치가 권리당원 17표와 같았다. 하지만 이날 대의원과 권리당원 표 가치가 동일해지면서, 권리당원 지지가 높은 정 대표가 유리해졌다는 것이다. 실제 작년 8월 당대표 선거에서 정 대표는 경쟁 상대인 박찬대 의원에게 대의원 투표에선 약 6%포인트(p) 차이로 뒤졌지만 권리당원 투표에서 33%p 차이로 크게 이겨 승리했다. 이 때문에 그동안 친명계는 “1인 1표는 정청래 본인의 연임을 위한 셀프 개정”이라며 논의 절차를 미루자고 했었다. 하지만 친청계는 “이재명 대통령도 당대표 시절 1인 1표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며 밀어붙였다. 김어준씨와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일부 당 밖 인사들도 정 대표를 지원했다. 다만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이번 1인 1표를 다음 당대표 선거부터 바로 적용할지 여부는 전당대회준비위원회가 꾸려지면 재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정 대표는 자신의 핵심 공약인 1인 1표제가 한 차례 좌초되면서 리더십에 타격을 입기도 했지만, 이번 통과로 일단 정치적 고비를 넘겼다는 평가도 나온다. 앞서 1인 1표제는 당내 비판 여론 등의 영향으로 작년 12월 중앙위에서 부결된 바 있다. 당시엔 재적 중앙위원 596명 중 373명이 표결에 참여해 271명이 찬성했다. 재적 중앙위원 과반(299명 이상) 찬성이 필요했지만 28명이 모자라 높은 찬성률에도 부결된 것이다. 현역 국회의원과 원외 지역위원장 등으로 구성된 중앙위원들이 일부러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방식으로 부결시켰다는 말도 정치권에서 돌았다. 부결 직후 정 대표는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고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고 했고, 이날 결국 1인 1표제를 관철시킨 것이다.

    정 대표가 지난달 22일 조국혁신당에 합당을 기습 제안한 뒤 당내 반발이 거세지는 가운데, 이번 1인 1표 통과는 정청래 지도부에 힘을 실어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 대표는 최근 합당에 공개 반대한 강득구·이언주·황명선 최고위원과 순차적으로 독대 형식의 식사 자리를 갖고 의견을 들었다. 그는 조만간 선수별 의원 모임과 시도당 당원 간담회 등을 갖고 합당 필요성 등을 직접 설득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각에선 “1인 1표와 달리 합당에 대한 반발을 잠재우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는 목소리도 있다. 친명계 한준호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합당 논의는 계속하되, 결정은 지방선거 이후로 넘겨달라”고 했다. 합당과 관련해 당원들이 참여하는 공식 논의 기구부터 설치해 달라고도 했다. 친명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이날 ‘졸속 합당 중단 촉구 전당원 서명 운동’을 제안하며 “충분한 설명도, 공론화도, 당원 의견 수렴도 없이 갑작스럽게 제기된 합당 논의가 당의 에너지를 분산시키고 불필요한 내부 논쟁만 증폭시키고 있다”고 했다.

    [권순완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