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성동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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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이 4일 ‘MBK파트너스 1000억원대 사기 혐의 사건’을 기존 수사부서가 아닌 다른 부서로 재배당했다. 수사·기소 분리 원칙에 따라 수사를 했던 부서가 아니라 다른 부서가 사건을 다시 살펴보고 기소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취지라지만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번 수사에서 주요 피의자 신병 확보에 실패한 데다가 최근 검찰 수사사건의 무죄 선고가 잇따른 점도 고려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앙지검은 이날 MBK 사건을 반부패3부에서 반부패2부(부장검사 이상혁)로 재배당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 1월 주요 피의자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에서 소명부족 등을 이유로 모두 기각된 바 있어 수사를 개시하고 진행한 부서가 아닌 새로운 부서에서 객관적인 시각으로 판단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수사를 진행했던 부서는 사건에 대한 확증편향이 있을 수 있으므로, 새 부서에서 사건을 새롭게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앞서 반부패3부는 지난달 7일 MBK파트너스 김병주 회장과 김광일 부회장, 김정환 부사장, 이성진 전무 등 4명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홈플러스와 대주주인 MBK가 지난해 2월 신용등급 하락을 예상하고도 이를 숨긴 채 총 1164억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한 뒤 기업회생을 신청해 채권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끼쳤다는 혐의다. 돈을 갚을 능력이 없다는 걸 알면서 대규모 사채를 발행한 점이 채권 투자자를 속인 행위에 해당한다는 게 검찰 논리였다.
그러나 법원은 지난달 14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한 뒤 “현재까지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구속할 정도의 혐의 소명이 부족하다”며 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법원은 “소명 정도와 수사 경과를 고려하면 증거인멸이나 도주 염려로 인한 구속의 필요성보다는 불구속 상태에서 충분한 방어 기회가 주어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검찰의 이번 재배당은 보기 드문 조치다. 검찰은 ‘수사·기소 분리’ 취지를 담고 있는 검찰청법 제4조 2항을 실질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조항은 ‘검사는 자신이 수사개시한 범죄에 대하여는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정한다. 다만 수사 검사와 기소 검사의 소속 부서가 다를 필요는 없어서 일반적으로 수사한 부서에서 기소도 해왔다. ‘수사 개시와 종결의 분리’를 골자로 하는 검찰개혁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검사 뿐만 아니라 부서도 분리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그러면서도 수사를 해왔던 부서에서 사건을 뺏어 다른 부서에 주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검찰은 “지난 수년간 검찰이 직접 수사를 개시했던 사건들에 대해 최근 무죄가 선고되고 있는 점에 대한 반성적 고려도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사건을 넘겨받은 반부패2부가 앞선 수사의 미진함을 찾아내기 위한 ‘레드팀’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이어 “기소 여부를 직접 결정하고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서 보완수사도 신속히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반부패2부가 불기소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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