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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1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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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독] 여순사건 보상금 가로챈 혐의… 또 불거진 좌파 ‘과거사 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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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 민변 출신 변호사 수사 중

    진보 진영 인사로 꼽혀온 민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출신 A변호사가 여순 사건 희생자 유족들의 형사 보상금을 가로챈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4일 확인됐다. 경기 과천경찰서는 A변호사가 여순 사건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민간인 사망자 3명의 유족들에게 국가가 지급하는 형사 보상금을 법무법인 계좌로 수령한 뒤 상당 금액을 유족에게 지급하지 않은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로 고소돼 수사 중이라고 이날 밝혔다.

    A변호사는 옛 좌파 정당 유력 인사의 가족이다. 그가 대표로 있었던 법무법인은 과거 정부 과거사위원회가 조사했던 상당수 사건 변론을 맡아왔다. 그는 지금도 과거사 사건 관련 변호 활동을 하고 있다.

    조선일보

    그래픽=이철원


    A변호사와 관련한 고소장은 지난해 7월 서울 은평경찰서에 처음으로 접수됐다. 그해 12월엔 전남 순천경찰서, 광주지검 순천지청에 추가로 고소·진정이 잇따랐다. 여순 사건 희생자 유족 9명이 A변호사에게 사건을 의뢰하고 받지 못했다고 주장한 형사 보상금은 7억원이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청은 최근 A변호사 자택이 있는 과천경찰서가 관련 고소 사건을 병합해 수사하도록 했다. 지난해 12월 한 차례 A변호사를 불러 조사한 과천경찰서는 4일 A변호사가 소속된 법무법인 계좌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변호사가 수임한 과거사 관련 사건이 수십 건인 만큼 추가 피해자가 있는지도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A변호사에게 사건을 맡긴 여순 사건 희생자 유족은 1948년 10월 여순 사건 당시 내란, 포고령 위반 등으로 수감돼 있다가 군경에게 총살되거나 실종된 민간인 3명의 유족이다. 이들은 지난 2022년 5월 여순 사건 관련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한 단체 대표 박모씨를 통해 A변호사에게 재심 청구와 형사 보상 소송을 맡겼다고 한다.

    법원은 2024년 1월 희생자 3명 모두에게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이후 A변호사는 국가를 상대로 형사 보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그해 말 7억여 원의 형사 보상금이 A변호사 법무법인 계좌로 지급됐다. 본지가 유족들로부터 확보한 ‘약정 합의서’에 따르면, 유족들은 A변호사에게는 성공 수임료 5.5%, 박씨에게 업무 추진비 2.5%를 지급하기로 했다.

    그런데 A변호사는 형사 보상금 수령 사실을 유족들에게 전달하지 않았다고 유족들은 주장한다. 이후 이 사실을 알게 된 유족들이 항의할 때마다 A변호사는 200만~2000만원을 나눠 ‘쪼개기 송금’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7월 A변호사는 일부 유족에게 피해 보상금과 연리 6% 이자를 더해 지급하겠다는 확약서를 작성했지만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유족들은 주장한다.

    A변호사는 보상금을 달라는 유족들에게 “가족이 박근혜 정권 때 정치적 탄압을 받아 사무실 사정이 어렵다”거나 “(지금은 돈이 없지만) 곧 다른 자문료가 들어오니 기다려 달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A변호사는 본지가 전화와 문자 메시지 등을 통해 확인을 요청했지만 답하지 않았다.

    A변호사 사건을 계기로 일부 법조인의 이른바 ‘과거사 비즈니스’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일부 변호사가 과거사를 바로잡고 피해자를 치유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관련 사건을 수임하고, 유족들에게 돌아가야 할 보상금을 중간에서 가로채는 등 도덕적 해이로 흐르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 2022년 1월 대법원은 과거사정리위 시절 자기가 조사를 담당한 사건의 변호를 맡아 수십억 원의 수임료를 받은 변호사 2명의 유죄를 확정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본격화한 각종 과거사위 활동을 계기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5년 동안 과거사와 관련해 국가를 상대로 제기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가액 기준 1조2500억원이었다. 이 가운데 A변호사가 대표로 있었던 법무법인 등 3개 로펌이 대리한 과거사 관련 손해배상 소송 가액은 6246억원(전체 가액의 49.9%)이었다.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20년 12월 출범한 2기 진실화해위원회는 피해자 유족에게 ‘가해자를 특정하기 어려우면 국군·경찰로 써 넣어라’고도 안내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었다. 군경에 의한 피해라고 하면 유족이 보상금을 받지만 인민군에 의한 학살이라고 하면 보상을 못 받는 점을 이용해 군경을 가해자로 몰아갔다는 것이다.

    [구아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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