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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2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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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겨냥한 엡스타인 공세 유탄 맞은 英 총리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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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당은 물론 여당 의원들조차 “물러나야”

    스타머, 피해자들에 사죄… 사퇴는 거부

    미국의 억만장자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2019년 감옥에서 사망)의 악행이 고스란히 담긴 일명 ‘엡스타인 파일’ 공개 후폭풍이 대서양 건너 영국 정치를 강타하고 있다. 애초 파일이 공개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치명상을 입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는데, 되레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사임 압박을 받으며 휘청거리는 모양새다.

    세계일보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5일(현지시간) 연설에 앞서 청중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5일(현지시간) BBC 방송에 따르면 ‘스타머가 총리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야권은 물론 여당인 노동당에서도 터져 나오고 있다. 스타머가 2024년 12월 주미 영국 대사로 지명한 피터 맨덜슨(72)이 엡스타인 비리에 연루된 정황 때문이다. 임명 이듬해인 2025년 2월 미국 수도 워싱턴에 부임한 맨덜슨 대사는 그와 엡스타인의 부적절한 관계가 알려진 직후인 그해 9월 전격 해임됐다.

    스타머는 이 문제와 관련해 이미 사과를 했다. 주미 대사 인선 당시 유력 후보자이던 맨덜슨이 엡스타인과의 친분 여부를 묻는 질문에 거짓말로 답변하는 바람에 자신도 속았다는 것이다. 스타머는 엡스타인 사건 피해자들을 향해 “맨덜슨의 엉터리 대답만 믿고 그를 주미 대사로 임명한 것을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파문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엡스타인이 미성년자 성폭행 등 범죄 혐의로 유죄 선고를 받은 뒤에도 맨덜슨이 그와 절친하게 지낸 사실은 대사 임명 시점에 이미 널리 알려진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당장 영국 언론은 이미 2023년에 맨덜슨이 엡스타인과 수시로 이메일을 주고 받았으며 2009년 뉴욕 맨해튼에 있는 엡스타인 자택에 체류한 적도 있다고 보도했다. 맨덜슨은 이메일을 통해 엡스타인을 옹호하고 응원하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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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터 맨덜슨 전 주미 영국 대사(왼쪽)와 미국의 억만장자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2019년 사망).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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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야당인 보수당 케미 베이드녹 대표는 “맨덜슨에게 속았다는 총리의 입장은 이치에 닿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또다른 야당인 자유민주당은 여당인 노동당 의원들이 현재 총리이자 당 대표인 스타머를 상대로 신임 투표를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스타머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은 노동당에서조차 확산하고 있다. 레이철 마스켈 의원은 BBC 라디오에 출연해 “총리의 입장은 도저히 지지를 받을 수 없다”며 “총리직에서 하야하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말했다. 폴라 바커 의원은 “총리의 판단력이 의심스럽다”고 독설을 내뱉었다. 조너선 힌더 의원 역시 스타머가 맨덜슨을 대사로 임명한 점에 대해 “정치적·도덕적 판단에서 치명적 오류를 드러낸 것”이라고 질타했다.

    여당 내부의 이 같은 기류에 스타머는 “우리 당 의원들의 분노와 좌절감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겸허한 태도를 취했다. 하지만 “저는 2024년 총선에서 ‘영국을 더 나은 방향으로 전환하라’는 국민의 명령에 의해 총리로 선출되었다”며 “그 명령을 실천하는 것이 바로 제가 하고자 하는 일”이란 말로 자진 사퇴 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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