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사실들): 절차 척척, 이번에는 도입될까
선(맥락들): 일단 효과·여론은 ‘확실’
면(관점들): ‘역진성’ 줄일 제도 설계 촘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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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SNS에서 ‘설탕 부담금’ 도입을 공론화한 뒤 관련 논의가 탄력을 받고 있습니다. 대한예방의학회는 지난 5일 정책토론회를 열었고 오는 12일에는 국회 토론회도 열립니다. 국민 건강을 위해 과도한 당분 섭취를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도 있지만, 소비자의 비용 부담을 키운다는 비판도 나와요. 설탕 부담금 혹은 설탕세, 과연 필요할까요?
점(사실들): 절차 척척, 이번에는 도입될까
설탕세는 당류가 과도하게 첨가된 식음료에 세금이나 부담금을 부과하는 재정정책을 뜻해요. 담배나 술 등에 부과하는 ‘건강세’의 일종이죠. 흔히 뭉뚱그려 설탕세라고 불리지만 부과하는 금액을 (나라 살림 전반에 사용하는) ‘세금’으로 할 것인지, (특정 공익사업에 활용하는) ‘부담금’으로 할 것인지에 따라 개념은 조금 달라집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구상은 후자 쪽입니다. 부담금으로 지역·공공 의료 강화에 재투자하겠다는 발상이죠.
이재명 대통령의 언급 이후 관련 입법도 이어졌습니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지난달 30일에,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3일에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습니다. 가당 음료를 제조·가공·수입하는 자에게 당 함량에 따라 부담금을 부과하고, 이를 만성질환 예방·관리 사업과 공공의료 등에 사용하는 법안입니다.
선(맥락들): 일단 효과·여론은 ‘확실’
2023년 기준 영국과 이탈리아, 태국, 필리핀, 칠레 등 120여개국이 설탕세를 도입했습니다. 오래 전부터 시행하던 나라들도 있었고, 2016년 세계보건기구(WHO)가 “건강한 식품 및 음료의 소비를 목표로 세금과 보조금 등의 재정정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한 뒤로 설탕세 도입 국가가 크게 늘었죠. 국내에서도 2021년 법안이 발의됐지만 업계 반발로 폐기됐습니다.
영국은 설탕 부담금으로 큰 효과를 봤습니다. 2018년 제도를 도입한 뒤 2025년까지 과세 대상 청량음료의 설탕 함량은 47% 줄었고, 설탕 함량이 높았던 음료의 65%가 성분을 바꿨죠. 제도 시행 1년 반이 지나자 만 10~11세 여아의 비만율이 8% 감소했고, 18세 미만 아동이 충치로 인해 이를 뽑는 경우도 12% 줄었습니다.
한국도 과도한 당 섭취가 문제시되고 있습니다. 2024년 한국인의 하루 당류 섭취량은 57.2g으로 WHO 권고량(50g 미만)을 넘겼습니다. 같은 해 한국 성인 비만율은 34.4%로 10년 전(26.3%)보다 크게 늘었습니다. 2023년 당뇨병 환자는 383만명으로 최근 5년 동안 19% 늘었습니다.
찬성 여론도 높습니다.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이 지난달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국민 103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0.1%가 설탕 부담금 도입에 찬성했습니다. 부담금 부과 대상으로는 ‘탄산음료(75.1%)’와 ‘과자·빵·떡류(72.5%)’가 높게 나타났습니다. 담뱃갑처럼 위험성을 알리는 ‘경고 표시’를 도입하는 데에도 94.4%가 찬성했습니다.
면(관점들): ‘역진성’ 줄일 제도 설계 촘촘해야
쟁점은 역시 경제적 영향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설탕 부담금이 우회 증세라는 지적에 “세금과 부담금은 다르다”고 반박했지만, 전문가들은 가격이 오르는 만큼 사실상 간접세적인 성격을 가진다고 봅니다.
가격 상승은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당류가 과도하게 함유된 제품은 주로 젊은층이나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이 소비한다는 점에서 ‘서민 증세’라는 비판도 나옵니다. 설탕세의 장점을 강조하는 WHO도 이 점은 인정합니다. 관련 물가를 전체적으로 끌어올릴 우려도 있고요.
다만 건강 악화로 발생하는 비용도 고려하면 오히려 취약계층에게 이익이라는 재반론도 있습니다. 양선희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 전문위원은 주간경향에 “비만, 당뇨, 고혈압 등 만성질환의 유병률이 고소득층보다 저소득층에서 높게 나타나는 건강 불평등이 심각하다”며 “설탕 소비 감소로 인한 질병 예방 효과와 의료비 절감 효과는 저소득층에게 더 크다”고 했어요. 심지선 연세대 의대 교수 연구팀은 2015년 기준 가당음료 과다 섭취로 인한 질병·사망 등의 사회적 비용이 6330억원에 이른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럼에도 기본적으로 제품 가격이 오르는 만큼 ‘역진성(소득이 낮을수록 세 부담이 커지는 것)’ 우려를 아예 없애기는 어렵습니다. 치밀한 제도 설계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김광호 경향신문 논설위원은 칼럼에서 “정부가 주식 양도세나 부동산 보유세 중과 등 ‘적극적 세금 정책’엔 소극적이면서 우선 손대는 게 간접세라는 것이 탐탁지 않다”며 “설탕세 도입은 국민 부담과 형평성, 재정 수요 등을 고려한 ‘종합적 증세’ 로드맵과 함께 갔으면 한다”고 했습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도 “부담금으로 모인 재원은 의료 등 용도를 정확하게 한다면 의미 있는 제도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지금까지 설탕세·부담금이 무엇인지, 공론화의 배경과 주요 쟁점을 돌아봤습니다. 독자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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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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