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인사이드]
지난 10일 국무회의에서는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내에 ‘전략경제협력회의’와 ‘전략경제협력지원단’을 신설하는 운영규정 일부 개정령이 통과됐다. 재경부는 지난달 이를 입법예고하면서 “전략경제협력추진단을 신설해 전략경제협력 특사의 업무를 지원할 수 있게 한다”고 했다. 관가에서는 사실상 특사 지원 전담 조직으로 보고 있다.
국민경제자문회의 당연직 위원으로는 비서실장과 재경부·기획예산처 장관, 정책실장, 경제수석이 참여한다. ‘경제 참모’들이 주도하는 조직인 셈인데, 개정안에 따르면 신설 지원단은 다른 기관 공무원 파견 요청 권한도 가진다. 외교부 공무원도 파견될 전망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대로라면 대통령 특사 활동 지원 등을 재경부가 총괄하고 외교부는 거기 종속돼 뒷받침만 하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외국과의 조율 실무는 결국 재외공관 네트워크를 가진 외교부가 많이 할 수밖에 없는데, 주도권은 재경부가 쥐고 ‘생색’을 낼 수 있다는 취지다.
정부 일각에서는 이 문제를 정치인인 강 실장과 ‘외교 라인’ 간 갈등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강 실장은 지난해 10월 특사 임명 후 실무 지원팀이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는 데 문제를 제기하며, 활동을 전폭 지원할 별도 조직을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조현 외교부 장관은 이에 ‘외교부와 업무가 중복되고 경제 외교 분야 지휘 체계가 흐트러질 수 있다’고 난색을 표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외교부 출신인 위성락 안보실장 역시 대놓고 의견을 내지는 못해도 조 장관 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며 “세 사람이 함께한 관련 회의 분위기가 매우 냉랭했다는 얘기도 돌았다”고 전했다. 이런 갈등 이면에는 정치인의 ‘행사성’ 활동이 실제 외교에 도움이 안 된다는 외교부의 인식이 깔려 있다는 해석도 있다.
외교부에서는 2013년 통상 기능이 산업부로 이관된 데 이어, 양자 경제 정책이나 지역경제협력체 관련 등 남은 경제 외교 기능마저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관계자는 “경제와 안보가 융합되는 추세인데, 경제를 떼고 어떻게 외교를 하라는 것이냐”고 말했다.
위 실장은 최근 미국의 관세 재인상 압박과 관련해 “관세 분야에서 사달이 나 안보 분야까지 번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조 장관은 지난달 “(통상교섭본부가) 외교부로 돌아온다면 통상 협상을 더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할 것”이라고 했다. 모두 경제와 외교를 분리할 수 없다는 취지다.
외교부의 우군(友軍)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한 소식통은 “대북 관계를 중시하는 정부·여권 내에는 외교부를 ‘미국 편’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며 “그간 주요 정상회담이 이어져 이 대통령이 위 실장 등의 조언을 많이 들었지만 앞으로는 외교부가 이른바 ‘자주파’와 ‘경제 라인’ 사이에서 고립될 수 있다”고 했다.
조만간 있을 청와대 조직 개편에서 위 실장이 이끄는 안보실이 대폭 축소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안보실 3차장 산하의 경제안보비서관실, 사이버안보비서관실을 비서실장과 정책실장 산하로 이동시켜 안보실을 2차장 체제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확정된 것이 없다”면서도 “안보실이 너무 외교부 인사 위주로 짜여져 있다는 인식이 공유되고 있긴 하다”고 했다. 여권 관계자는 “안보실이 축소되면 위 실장의 입지가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동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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