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부인 이순자·아들 전재국 등 7000만원 배상 판결
(서울=연합뉴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지난 10여 년간 일기와 개인 기록, 대통령 재임 중 작성된 각종 기록물, 퇴임 후 5·18특별법에 따른 검찰 수사기록과 재판기록 등을 토대로 작성한 '전두환 회고록'을 발간한다. 『전두환 회고록』은 모두 2천 쪽에 달하며 ▲10·26사태 이후 대통령이 되기까지 과정을 담은 1권 '혼돈의 시대' ▲대통령 재임 중 국정수행 내용을 서술한 2권 '청와대 시절' ▲성장 과정과 군인 시절·대통령 퇴임 후 일들을 담은 3권 '황야에 서다' 등 총 세 권으로 구성됐다. |
전직 대통령 고 전두환씨가 2017년 펴낸 회고록에서 5·18민주화운동을 왜곡하고 관련자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이 12일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5·18기념재단 등 4개 단체와 고 조비오 신부의 조카 조영대 신부가 전씨와 아들 재국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전씨의 부인 이순자씨와 아들 재국씨는 5·18단체들에 각각 1500만원, 조영대 신부에게 1000만원 등 총 70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 또 왜곡된 표현들을 삭제하지 않으면 회고록 출판·배포도 금지된다.
전씨는 2017년 4월 출간한 회고록에서 5·18을 ‘폭동’이라고 했다. 또 5·18 당시 헬기 사격이 없었다고 주장하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조비오 신부에 대해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했다.
5·18단체들과 조비오 신부 유족은 회고록을 쓴 전씨와 발간·판매한 아들 재국씨를 상대로 회고록 출판 및 배포 금지 가처분 신청과 함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법원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원고들이 문제 삼은 표현을 삭제하지 않고 출판·배포해선 안 된다고 결정했고, 전씨 측은 해당 부분만 검게 가려 2판을 발간했다.
본안 소송에서도 1·2심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회고록 중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하고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부인한 내용, 계엄군이 자위권 발동 차원에서 총기를 사용했다고 주장한 것 등은 1·2심 모두 허위 사실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회고록에 허위 사실을 적시해 5·18단체들의 사회적 평가가 침해됐고, 전씨에게 위법성 조각 사유가 없다는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또 전씨가 계엄군 헬기 사격 관련 허위 사실을 적시하고 모욕적 표현으로 조비오 신부를 경멸한 것이 그 조카인 조영대 신부의 추모 감정 등을 침해한 것으로 조영대 신부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자격이 있다는 원심 판단도 유지했다.
언론중재법에 따라 사망한 사람의 인격권이 침해된 경우 그 배우자와 직계비속, 직계존속, 형제자매가 순위에 따라 유족으로서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전씨 측은 조영대 신부가 이에 해당하지 않아 청구인 적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가톨릭 신부가 통상적으로 직계비속을 둘 수 없는 점, 조영대 신부가 조비오 신부의 조카로 그 뒤를 이어 신부가 돼 함께 봉직하고 직계혈족에 버금갈 정도로 밀접한 친분을 형성해온 점 등을 들어 청구권이 인정된다고 했다. 대법원은 “어떤 표현이 사망한 사람에 대해 허위 사실 적시나 모욕적·경멸적인 인신공격에 해당해 명예를 훼손하거나 인격권을 침해한 경우 민법상 손해배상 청구 등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은 해당 조항에 규정된 유족으로 한정되지 않는다는 점과 그 구체적 판단 기준에 관한 법리를 최초로 설시했다”고 밝혔다.
김정화 기자 cl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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