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미경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 원장
청소년 첫 도박 경험 평균나이 12.5세
연령 낮아져 상담건수도 2년새 3배로
사회적 비용 2조…‘중독=질병’ 인식을
치유원장 취임후 학생 예방 교육 집중
청소년 중독 위험성 알리는데 전력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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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도박 문제의 사회·경제적 비용이 2조 원에 달할 정도로 심각해졌습니다. 10대들이 나쁜 길로 빠지지 않도록 부모들은 초기 위험 신호에 주목해야 합니다.”
신미경(사진)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 원장은 12일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청소년 도박 문제가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신 원장은 국회 정책연구위원, 국민의힘 보건복지 수석전문위원 등의 직책을 거친 정책 전문가로, 2024년 5월 치유원 원장에 취임했다. 치유원은 도박 문제 연구를 비롯해 전문 인력 양성, 상담·치유·재활 서비스 제공 등을 담당하고 있는 공공 기관으로 2013년 8월 설립됐다.
신 원장은 청소년 도박 문제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막대하다고 지적했다. 치유원이 2024년 공공정책성과평가연구원에 의뢰해 실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 도박으로 인해 발생하는 범죄 피해, 재판, 치료 등 관련 비용을 총망라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2조 1739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 원장은 “청소년 도박으로 인해 사적인 채권 채무 관계가 형성되고 이로 인해 각종 소송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며 “또 이 같은 경제적인 문제가 학생 당사자는 물론 부모 관계에까지 영향을 주고 심한 경우 가정 붕괴에 이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청소년 도박 문제에 있어 주목할 만한 점은 연령대가 점차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치유원이 지난해 9~11월 초등학교 4학년 이상, 고등학교 3학년 이하 학생 1만 3481명을 대상으로 한 청소년 도박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도박을 처음 경험한 평균 나이는 12.5세로, 2024년 같은 조사 당시(12.9세)보다 낮아졌다. 경찰이 도박 관련 혐의로 기소한 청소년 수는 2022년 74명에서 2024년 597명으로 8배 이상 급증했다. 실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메신저에 자체 제작한 도박 프로그램을 운영한 청소년 일당이 2024년 경찰에 검거되는 사건도 벌어졌다. 당시 고등학생이 도박프로그램 서버를 개발하고, 중학생이 조직의 운영을 관리한 총책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청소년이 스마트폰 등을 통해 과거보다 손쉽게 도박에 빠질 수 있는 환경에 노출된 영향 때문이다. 신 원장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쉽게 도박에 접근할 수 있게 됐고, 불법 광고도 난립하면서 많은 청소년이 죄책감 없이 발을 들이게 된다”며 “도박 문제로 치유원에서 상담을 진행한 청소년 수는 2022년 1460명에서 2024년 4144명으로 약 3배가량 증가했다”며 고 설명했다.
신 원장은 도박 중독 해결은 개인의 의지를 넘어 질병 치료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단 도박에 중독되면 뇌의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더 강한 자극을 추구하면서 벗어나기 힘들어지는 악순환에 빠진다”며 “가족 등 주변인들과의 관계 손상, 자살 등의 피해뿐만 아니라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사기, 갈취 등 추가적인 범죄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도박 중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초기 단계의 신호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도박에 빠진 10대들에게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은 특별한 이유 없이 주변 지인에게 소액을 자주 빌린다는 점”이라며 “정서적으로는 이유 없는 초조함이나 비정상적인 활기 등 감정 기복이 심해지며 평소 즐기던 일에 흥미를 잃고 무기력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소한 거짓말이 늘고 도박 관련 언급에 과도하게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면 도박 중독의 초기 단계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신 원장은 취임 직후인 2024년 5월 청소년 도박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는 행사인 ‘청소년 도박 문제 예방 주간’ 행사를 신설해 이어가고 있다. 교육부, 시·도 교육청과 함께 청소년 대상 도박 예방 교육 확대도 추진 중이다. 신 원장은 “초·중·고교 학생 대상 연 2회 이상 도박 예방교육을 의무화하는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법’ 개정안이 지난해 10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올해 5월 시행된다”며 “이를 계기로 청소년들이 도박의 위험성을 심각하게 인식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도박 중독은 당사자 본인이 문제를 인식해도 사회적 편견이나 낙인을 우려해 외부에 알리기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며 “도박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반드시 받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경훈 기자 soco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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