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등 유럽에 프랑스 핵우산 제공”
뮌헨안보회의 계기로 논의 본격화돼
전투기 공동 개발 사업은 ‘좌초’ 위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과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AFP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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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개막한 뮌헨안보회의(MSC)에 참석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유럽의 독자적 핵 억지력에 관한 논의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영국과 더불어 유럽에 둘뿐인 핵무기 보유국이다. 독일의 경우 1990년 동·서독 통일 당시 제2차 세계대전 4대 전승국인 미국·영국·프랑스·소련(현 러시아)과 맺은 조약을 통해 핵무기 개발·보유를 포기했다.
오랫동안 유럽 자강론을 펼치며 ‘미국에 의존하지 않는 유럽의 자주 국방’을 강조해 온 마크롱도 “유럽의 안보 구조를 재편하고 다시 조직해야 한다”며 “핵 억지력의 정의도 새롭게 쓸 필요가 있다”고 화답했다. 마크롱은 조만간 프랑스군의 핵무기 교리를 주제로 중대 연설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속한 유럽 회원국들은 러시아의 핵무기 위협에 맞서 미국의 핵우산에 전적으로 의존해왔다. 하지만 트럼프가 동맹을 경시하고 ‘미국이 나토를 탈퇴할 수도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수시로 하며 미국 핵우산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 미국과 더불어 나토 핵심 회원국이면서 핵무기 보유국인 프랑스와 영국이 다른 유럽 국가들 사이에 주목을 받게 된 이유다.
프랑스 해·공군의 주력 전투기 라팔. 프랑스·독일은 라팔의 성능을 훨씬 능가할 차세대 전투기의 공동 개발에 합의했으나, 양국의 주도권 다툼 탓에 사업 자체가 좌초할 위기에 놓였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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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2025년 기준으로 5100기 이상의 핵탄두를 보유한 미국에 비해 프랑스(290기)와 영국(225기)의 핵무기 역량은 초라한 수준이다. 더욱이 미국은 현재 유럽 대륙에 자국 핵무기를 상당수 배치해 놓은 반면 프랑스·영국의 핵무기는 모두 국내에만 존재한다. 다른 유럽 국가들이 안보 위기에 직면했을 때 과연 프랑스나 영국으로부터 제대로 된 핵우산 제공을 받을 수 있을지 회의감이 드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겉으로는 “미국의 태도가 달라진 만큼 유럽이 똘똘 뭉쳐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지만 정작 유럽의 6세대 전투기 공동 개발 사업은 독일·프랑스 간 갈등으로 좌초 위기에 놓였다. 프랑스는 자국 해·공군의 주력 전투기 라팔을 생산하는 다쏘가 사업의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경제 규모가 프랑스보다 큰 독일에선 ‘왜 우리가 프랑스에 끌려다녀야 하느냐’는 반감이 확산하고 있다. 프랑스가 독일에 핵우산을 제공하는 문제도 협상이 말처럼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는 이유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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