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철 감사원장(오른쪽)이 지난해 12월31일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받은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과 부작용을 부르는 과도한 정책감사는 하지 않겠습니다.”
김호철 감사원장은 지난달 2일 취임사에서 “감사원이 최근 불거진 독립성과 중립성에 대한 우려를 하루빨리 불식시키지 못한다면 당당했던 역사는 퇴색해 버릴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에서도 정치적 감사 논란이 불식될지 미지수라는 전망이 많다. 감사원이 지난 5일 발표한 연간 감사계획을 보면 윤석열 정부 핵심 정책을 겨냥한 감사가 다수 계획됐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감사 분야에는 윤석열 정부의 ‘국유자산 헐값 매각’ ‘한국전력 자회사 분할’ ‘대통령실 비밀통로’가 포함됐다. 하반기에는 윤석열 정부 교육부 핵심 사업이었던 ‘글로컬대학 30 프로젝트’와 ‘방위산업 육성 및 수출지원’에 대한 감사가 계획됐다. 감사원 관계자는 이재명 정부의 ‘정책감사 폐지’ 기조에 대해 “정책 결정에 대한 당부(옳고 그름)를 가리지 않겠다는 의미이고 정책 집행은 여전히 감사 대상”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가 정책감사 폐지를 내세우지만 지난 정부 정책에 대한 감사를 없애겠다는 의미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해 11월 브리핑에서 “올해 감사원 감사사무처리규칙을 개정하고 내년 상반기 감사원법을 개정해 정책감사 폐지를 제도화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감사원은 2022년 감사사무처리규칙을 제정할 때 이미 ‘정책 결정’은 감사 대상에서 제외한 상태였다. 윤석열 정부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 ‘정책 결정 과정’의 불법·부패를 확인했다며 관련자들에게 직권남용, 직무유기, 허위공문서작성 등의 혐의를 적용해 수사기관에 넘겼다.
다만 감사원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인 지난해 12월 감사사무처리규칙 단서 조항 “다만, 정책 결정의 기초가 된 사실 판단, 자료·정보 등의 오류, 정책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의 적정 여부, 정책 결정 과정에서의 적법성, 절차 준수 여부 등은 감찰 대상으로 한다”를 “다만, 정책 결정과 관련된 불법·부패 행위에 대한 직무감찰은 할 수 있다”로 개정했다.
윤석열 정부 때 감사원은 정권의 뜻에 따라 정치적 감사를 벌인다는 비판을 받았다. ‘서해 피살 공무원 월북 조작 의혹’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고의 지연 의혹’ 등을 줄줄이 감사해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불법계엄을 일으켜 파면당하고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자 감사원은 과오를 스스로 시정하겠다며 ‘운영쇄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TF는 윤석열 정부 7대 감사를 점검한 결과 “정치·표적 감사라는 비난을 부인하기 어렵다”며 감사위원회의 결론을 사실상 뒤집었다. 감사를 주도했던 유병호 감사위원에 대해선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업무상 군사기밀누설 등의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감사원이 역대 정권마다 전임 정부를 겨냥한 정치적 감사를 벌이고, 정권이 바뀌면 입장도 바꾼다는 비판은 계속돼왔다. 문재인 정부 때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을 감사해 졸속 사업이라 결론을 내렸고, 이명박 정부 때는 노무현 정부에서 임명된 정연주 당시 KBS 사장을 특별감사해 해임을 권고했다. 4대강 사업은 윤석열 정부 때까지 5차례나 감사가 이뤄졌다.
감사원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로 감사 계획·정책을 총괄하는 감사위원회는 현재 여권 4인, 야권 3인의 여대야소 구성으로 재편됐다. 특히 최근 임선숙 변호사가 신임 감사위원으로 취임하면서 이재명 정부의 감사원 개혁 의지가 의심된다는 지적이 다수 제기됐다. 임 감사위원은 지난 대선에서 이 대통령의 배우자 김혜경 여사를 보좌하는 배우자실장을 지낸 인사다.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였던 2022년에는 직접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임명했다. 배우자는 친이재명(친명)계 정진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감사원의 독립성·중립성을 강조한 김호철 감사원장은 취임 한 달 뒤인 지난 2일 임 감사위원을 이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했다. 이 대통령이 제청 당일 임명안을 재가했고, 임 감사위원은 다음날인 3일 곧바로 취임했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정책감사를 두고 감사위원회 내부 충돌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이 임명한 김 감사원장과 최승필·임선숙 감사위원,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한 이남구 감사위원은 여권 성향으로 분류된다. 윤석열 정부에서 감사원 사무총장을 지내며 실세로 꼽혔던 유병호 감사위원과 김영신·백재명 감사위원은 모두 윤 전 대통령이 임명했다.
서울 종로구 감사원. 문재원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더보기|이 뉴스,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 점선면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