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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법원, “대통령, 미국 위기 이유로 관세 부과 못해”
미국 연방 대법원은 이날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이 대통령에 관세 부과 권한을 주지 않는다고 6대 3으로 판단했다. 지난 1, 2심의 위법 판결 기조를 유지한 것이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엄청난 무역적자를 이유로 국가적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전 세계 무역 상대국에 부과한 10%의 기본관세에 더해 국가별로 매긴 상호관세는 법적 기반이 붕괴됐다.
상호관세 정책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여러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모두 혼란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올린 관세를 인하하는 조건으로 천문학적인 대미투자를 포함하는 새로운 무역 합의를 한 한국 등의 혼란도 불가피하다.
대법원의 이날 판결의 핵심은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부과하면서 근거로 삼은 IEEPA에 대통령이 관세를 부과할 권한을 명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IEEPA는 1977년 발효된 것으로 외국에서의 상황이 미국 국가 안보나 외교정책, 미국 경제에 이례적이고 특별한 위험의 원인이 된다고 판단하면 대통령에게 국가 비상사태 선포로 경제 거래를 통제할 여러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이들 권한 중 하나가 수입을 ‘규제’할 권한인데, 트럼프 행정부는 그간 수입을 규제할 권한에는 관세도 포함된다고 주장해왔다. 역대 미국 대통령 가운데 관세 부과를 위해 IEEPA를 발동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이었다. 이번 판결로 미국이 한국을 비롯한 대부분 국가에 부과한 상호관세와 캐나다·멕시코·중국에 부과한 ‘펜타닐’ 관세 등은 무효가 됐다.
◆다른 권한 활용해 관세 정책 이어갈 듯
대법원 판결로 이날 IEEPA에 근거한 국가별 관세는 무효가 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당장 새로운 관세를 꺼내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대법원 판결 뒤 백악관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무역법 122조에 근거해 전 세계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 관세가 3일 후 발효될 것 같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법원 판결에 “매우 실망했다”면서 “좋은 소식은 이 끔찍한 판결을 한 대법원 전체와 의회도 인정하고, IEEPA에 따른 관세보다 강력한 수단, 방법, 법규, 권한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IEEPA 대신 사용할 관세 부과 수단으로 무역확장법 232조, 무역법 122조·201조·301조, 관세법 338조 등을 거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년간 우리를 뜯어낸 다른 나라들이 황홀해하고 있다. 그들은 너무 기뻐하며 거리에서 춤추고 있다. 그러나 오랫동안 춤추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트럼프 대통령이 당장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근거로 제시한 무역법 122조는 대통령이 국제수지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관세를 부과하거나 수입량을 제한하는 쿼터를 설정하는 것을 허용한다. 구체적으로 “미국의 크고 심각한 국제수지 적자 대응”, “외환시장에서 달러의 임박하고 중대한 평가절하 방지”, “국제수지 불균형을 수정하기 위한 다른 나라들과의 협력”을 위해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다만 무역법 122조에 근거한 관세는 15%를 넘어서는 안 되며 의회가 연장하지 않는 한 150일 동안만 유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약 5개월이 되는 그 기간 우리는 다른 나라에 공정한 관세를, 또는 그냥 관세를 부과하는 데 필요한 다양한 조사를 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우리가 이전보다 더 많은 돈을 걷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부가 무역법 301조에 근거한 관세 조사를 시작한다고 밝혔는데 무역법 301조는 미국의 무역을 제한하거나 부담을 주는 외국 정부의 부당하거나 불합리하고 차별적인 행동, 정책, 관행에 관세 부과 등을 통해 대응할 권한을 행정부에 부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느 국가를 상대로 무역법 301조 조사를 개시할지는 밝히지 않았다. 한국의 경우 쿠팡 지분을 보유한 미국 투자회사들이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을 문제 삼아 지난달 트럼프 행정부에 한국의 “부당하고 차별적인 행동”을 조사하고 관세를 부과해달라고 청원하면서 무역법 301조를 거론한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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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근거로 얻어낸 투자 약속 어떻게 되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IEEPA 관세를 지렛대 삼아 체결한 무역 합의의 재협상 가능성 등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는 않으면서 IEEPA 관세를 다른 관세로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IEEPA 관세를 활용해 다른 나라와 체결한 무역 합의가 여전히 유효하냐는 질문에 “다수는 유효하다. 일부는 유효하지 않을 텐데 그런 것은 다른 관세로 대체하겠다”고 답했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한국, 일본 등이 관세를 근거로 얻어낸 무역 합의를 파기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크리스 케네디 신미국안보센터(CNAS) 선임연구원은 이날 대법원 관련 긴급 대담에서 “내가 (미국의) 무역 파트너라면 이번 사태로 새로운 입장을 취하지 않을 것”이라며 301조 등이 어떤 의미에서 IEEPA보다 더 강력한 관세 부과 권한을 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행정부가 지금까지 징수한 관세를 환급해야 하냐는 질문에는 “그들(대법관들)은 의견을 쓰는 데 수개월이 걸렸는데도 그 문제를 논의하지도 않았다”면서 앞으로 수년간 소송에서 다투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워싱턴=홍주형 특파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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