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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25 (수)

    [현장에서]당국, 저축은행 '1인 지배' 손댄다는데…업계 아랑곳 않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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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자산 20조원 이상땐 지분 50%만 소유해야
    금융위 "여수신기관 개인기업처럼 운영 문제있어"
    업계 "1위사도 불황에 제자리"…최근 3년 역성장


    금융위원회가 사실상 일인 지배구조로 운영됐던 저축은행업권에 대주주 지분소유 제한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미 총자산 규모가 15조원에 육박하는데다 여수신을 취급하는 준은행급 금융기관에 맞지 않는 지배구조라는 지적이다.

    저축은행들은 예상보다 강한 규제에도 크게 동요하지 않는 분위기다. 기준으로 설정한 총자산 20조원에 언제 도달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반응이다. 업계 1위사마저 역성장을 하는 판국이라 당장 피부에 와 닿지 않는 상황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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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저축은행중앙회에서 12개 저축은행 대표 및 유관기관, 전문가와 간담회를 열었다./사진=김정후 기자 kjh2715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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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일(23일)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저축은행중앙회에서 12개 저축은행 대표 및 유관기관, 전문가와 간담회를 열어 저축은행 건전 발전방안을 발표했다.

    대출 확대와 주식 등 보유한도 상향은 그동안 저축은행 업계의 숙원이었던 만큼 환영하는 분위기다. 다만 지분소유 규제와 관련해선 이렇다할 반응을 내보이지 않고 있다.

    이날 행사장 입·퇴장하는 길에 대부분의 저축은행 대표들은 기자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김문석 SBI저축은행 대표는 "아는게 없다"면서 "저희는 저축은행을 안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실제 SBI저축은행은 지분 일부를 교보생명에 매각 예정이다.

    금융위는 향후 저축은행의 총 자산규모가 20조원일 경우 지분보유한도를 50%, 30조원 이상은 34%, 40조원 이상은 15%로 세분화할 계획이다. ▷관련기사:금융위, 저축은행 대출 중견기업까지 확대…대형사엔 소유규제 도입(2026.02.23.)

    아직 최저 조건에 해당하는 총자산 20조원에 도달한 저축은행은 없다. 업계 1위 SBI저축은행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14조5854억원, 2위 OK저축은행이 12조5956억원의 총자산을 기록했다.

    금융당국도 정책 방향성 예고 차원일 뿐 즉각적인 조치와 대안 강구를 요구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저축은행이 여수신업을 영위하는 금융기관임에도 개인기업처럼 운영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있다"며 "적어도 은행과 유사한 수준의 규제 체계로 가야 한다는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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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로 금융위가 제시한 총자산 5조원 이상의 대형사들은 모두 특수관계인 등을 포함한 최대주주 지분이 100%다. SBI저축은행의 경우 일본 SBI홀딩스가 4개의 SPC(SBI BF, CF, IF, AF)를 통해 지분 85.23%를 보유한 구조이나 지분 일부를 교보생명에 매각, 교보생명 50%+1주 보유로 전환될 예정이다.

    2·3위사인 OK저축은행과 한국투자저축은행은 지주사가 100% 보유하고 있다. OK저축은행 지분을 전부 소유한 오케이홀딩스의 지분은 최윤 회장이 58.2%를 갖고 있다. 나머지는 J&K캐피탈 몫이나 이 회사 역시 100% 최 회장이 소유 중이다.

    한국금융지주의 경우 김남구 회장이 20.7%의 지분을 들고 있다. 4위사 웰컴저축은행은 웰컴크레디라인이 100%, 5위사 애큐온저축은행은 애큐온캐피탈이 100% 보유하고 있다. 웰컴크레디라인 지분은 모두 오너가 소유이며 애큐온캐피탈 지분은 사모펀드 EQT파트너스가 95.6% 보유하고 있다. EQT파트너스는 저축은행 매각에 나선 상태다.

    금융위 관계자는 "준은행급 규모도 많은데 이 저축은행들을 구멍가게처럼 일인체계 하에 둘 수 없다"며 "지금 당장 지분을 내놓으라고 하면 시장에 무리를 줄 수 있으니 미리 예고하는 개념"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이날 간담회에서 소유규제와 관련) 업권에서 별다른 말이 나오지 않았다"고 귀띔했다.

    저축은행들이 예상보다 센 규제 예고에도 크게 동요하지 않는데는 향후 자산 성장이 쉽지 않다는 인식 때문이다.

    금융위는 최근 5개년 평균 성장률을 근거로 1·2위사인 SBI· OK저축은행이 5년내 총자산 20조원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20조원은 소형 지방은행인 전북은행의 지난해 3분기 기준 총자산 24조7210억원과 유사한 수준이다.

    양사는 지난해 3분기까지 각각 14조5854억원, 12조5956억원의 총자산을 기록했다. 최근 5년으로 넓혀보면 SBI저축은행의 총자산 규모는 △2020년 11조2552억원 △2021년 13조1501억원 △2022년 16조3792억원 △2023년 15조4949억원 △2024년 14조289억원이었다.

    OK저축은행은 △2020년 9조162억원 △2021년 12조2495억원 △2022년 13조9990억원 △2023년 13조9092억원 △2024년 13조5890억원을 기록했다.

    금융위가 거론한 5개년 평균 성장률을 계산해보면 각각 5.66%, 10.80%다. 이를 산술적으로 대입해보면 SBI저축은행은 약 5년6개월, OK저축은행은 약 3년6개월 후에 총자산 20조원을 달성하게 된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산술적 계산이고 현재 업계 상황에 이 공식을 적용하긴 어렵다는 평가다. 저축은행업권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누적에 따른 건전성 및 수익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더욱이 인터넷 전문은행 등과의 경쟁까지 더해지며 자산 성장이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3년으로 끊어보면 SBI·OK는 각각 -7.45%, -1.48% 역성장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 지분제한 규제를 마련한다면 따르는게 맞다"면서도 "현재 1·2위사 모두 업권 불황으로 몇년째 14조원~15조원 사이를 횡보하고 있는데 20조원을 언제 달성할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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