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6년02월24일 11시14분에 팜이데일리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바이오·헬스케어 기업들이 반복적인 자금 조달로 지분이 희석되며 경영권 리스크에 노출되면서 산업과 자본시장 모두 성숙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시험대에 올랐다.
최대주주 지분 20% 미만 23곳…바이오 경영권 리스크 '경고등'
신약 개발은 10년 이상 장기간 연구개발(R&D) 투자가 필요하고 실패 확률도 높아 상용화 전까지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에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이 반복되면서 최대주주 지분율이 낮아지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특히 기술특례 상장사는 상장 이후에도 임상 자금 조달이 이어지며 지배력이 약화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데일리가 특수관계인 포함 최대주주 지분율 20% 미만, 시가총액 2000억원 이상 1조원 미만 바이오·헬스케어 상장사를 선별한 결과 23개사가 해당됐다. 특수관계자 포함 최대주주 지분율이 20%를 밑돌면 실질적 지배력이 취약한 구조로 평가된다. 시가총액이 2000억원 미만일 경우 경영권 분쟁의 실익이 제한적이라 보고 분석 대상에서 배제했다. 시가총액이 1조원을 넘는 경우도 의결권 확보 비용이 커져 방어 효과가 일정 부분 작용한다고 판단해 제외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
코스피 상장사 중에는 삼진제약(005500)과 부광약품(003000)이 포함됐지만 모두 지배력 보완을 위한 안전판을 갖춘 상태다. 삼진제약은 지난해 11월 일성아이에스(003120)(구 일성신약)와 자사주를 맞교환하며 우호 지분을 확충했다. 지난해 말 제약업계에선 상법 개정으로 자사주 소각 의무화 논의가 진행되자 제약사 간 자사주 스왑을 통해 경영권 안정성을 보완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됐다. 부광약품은 최대주주 OCI홀딩스(010060)(17.11%) 외에 김동연 전 회장과 정창수 전 부회장이 각각 7%대 지분을 보유해 우호 지분 기반을 갖추고 있다.
일반적으로 우호 지분이 부족한 기업은 외부 세력의 영향력에 노출되기 쉽다. 행동주의 펀드는 통상 최대주주 지분율이 15~22% 구간인 기업을 타깃으로 삼는 것으로 추정된다. 임플란트 업체 덴티움(145720)은 최근 8%대 지분을 확보한 얼라인파트너스가 공개 주주 제안을 제기했다.
다만 순수 신약개발사는 현금흐름이 부재하고 임상·지적재산권(IP) 리스크가 커 적대적 인수합병(M&A) 매력도는 낮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순수 신약개발사는 현금흐름이 부재하고 핵심 자산의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인수 매력도가 낮다"고 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핵심 기술을 보유한 창업자가 이탈하면 기업가치 자체가 훼손되기 때문에 단순히 최대주주 지분율만으로 인수 가능성을 판단하긴 어렵다”고 언급했다.
인수 이후에도 창업자와 새로운 최대주주가 공존하는 구조는 강스템바이오텍(217730)에서 확인된다. 강스템바이오텍은 2023년 11월 최대주주가 ㈜세종으로 변경됐지만 창업자인 강경선 서울대 교수와 공존하고 있다. 강 교수는 지난해 3분기 말 지분율이 3.36%지만 기술고문 형태로 강스템바이오텍의 R&D에 관여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를 기술 기반 창업자와 재무적 투자자(FI) 간 이해관계가 일정 부분 맞물린 구조로 해석하고 있다.
지배력이 약한 신약개발사는 행동주의 펀드의 개입보다는 소액주주 연대 등 주주 행동이 촉발되며 경영권 분쟁으로 번지는 사례가 많다. 헬릭스미스(084990), 셀리버리(268600), 아미코젠(092040), 오스코텍(039200) 등은 경영권 분쟁 당시 최대주주 지분율이 7.8%~13.32%로, 10% 안팎에 그쳤다.
경영권 방어 이슈가 불거지면 R&D에 집중하기 어려워진다는 게 바이오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경영진이 주주 대응과 분쟁, 임시주주총회 준비 등에 상당한 시간과 자원을 투입하게 되면 본업인 R&D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신약 개발은 일관적인 전략과 속도가 중요한데 경영권이 흔들리면 R&D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 어려워진다"고 토로했다.
소통 부재가 키운 갈등…"시총으로 경영권 방어 가능"
바이오업계에서는 지분 희석 자체보다 기업과 시장 간 소통 부재가 갈등을 키운 요인이라고 보고 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오스코텍 같은 경우는 시장과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던 부분이 있었다"며 "기업에서는 마일스톤과 전략을 시장에 명확히 소통해야 하고, 투자자는 기업에 대해 충분히 이해한 후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대주주 지분율이 낮고 주가 변동성이 크더라도 시가총액이 큰 기업은 상대적으로 경영권 방어가 수월한 편이다. 시가총액이 클수록 필요한 의결권 확보 비용이 커지기 때문이다. 일례로 펩트론의 경우 최대주주인 최호일 대표 지분율이 특수관계자 포함 8.47%에 불과하지만 시총이 6조3423억원이기 때문에 외부 세력이 지배력을 확보하긴 쉽지 않다.
결국 일정 수준 이상의 기업가치를 유지하는 것 자체가 방어 수단이 되는 셈이다. 이는 바이오기업들이 기업설명(IR) 활동에 힘을 쏟는 배경이기도 하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지분율이 낮더라도 시가총액을 높이면 방어 효과가 있다”며 “R&D 투자와 시장과의 적극적인 소통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법차손 문제 등 제도적 개선을 포함해 바이오 생태계 전반을 함께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바이오 산업 특성을 고려해 차등의결권 도입 등 장기 R&D 산업에 적합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창업자가 지분 희석을 두려워하지 않고 장기 혁신에 도전할 수 있도록 상장사에도 일정 범위 내 복수의결권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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