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지난 5일 오후 서울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연 ‘함께 만들어가는 아동·청소년 SNS 정책간담회’ 현장. 사진=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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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설 연휴 오랜만에 모인 친척들 사이에서 유독 낯설지 않은 풍경이 있었다.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있지만 조카들은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고 시선은 화면에 고정됐다. 대화보다는 짧은 영상과 메시지가 일상이 된 세대다.
스마트폰은 현대인의 필수 도구가 됐지만 과의존 문제는 성인·고령층보다 유아·청소년기에서 두드러진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발표한 지난해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청소년 2명 중 1명(46.7%)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 조절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답했다. 청소년을 포함한 Z세대의 SNS 이용 시간은 평일 평균 55분으로 전 세대 중 가장 길었다. 청소년층은 숏폼 이용 시간을 스스로 조절하기 어렵다고 느끼는 비율(42.2%)이 가장 높고 알고리즘 추천의 영향을 받은 시청 경험(47.8%)도 제일 많았다.
SNS 과몰입이 가져오는 부작용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숏폼이 대세가 되면서 강렬한 콘텐츠를 끝없이 이어서 볼 수 있게 됐다. 짧은 영상에 익숙해지며 사고는 단편화되고 인지 능력이 저하돼 팝콘 브레인(강한 자극에만 반응하는 현상)을 마주한다. 이는 집중력 저하와 수면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가짜 뉴스나 자극적인 콘텐츠 노출로 인한 가치 왜곡도 우려된다. 나아가 타인과의 끊임없는 비교로 인해 상대적 박탈감과 우울증을 낳고 사이버 불링과 같은 디지털 범죄의 온상이 되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전 세계가 청소년 SNS 사용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호주는 지난해 12월 세계 최초로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이용을 법적으로 금지했다. 유럽에서도 이미 프랑스·덴마크 등 10여개 국가가 청소년 SNS 금지 법안을 도입했거나 검토하고 있다. 플랫폼 자율규제의 한계를 절감한 데 따른 대응이다. SNS를 성장기 청소년의 정신건강 악화와 중독, 사이버 폭력 등의 주요 원인으로 보고 국가가 직접 개입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미성년자 SNS 이용 규제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장 또한 최근 청소년의 SNS 과몰입을 언급하며 “청소년 보호 문제는 핵심 과제”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중·고등학생들이 직접 목소리를 낸 간담회가 열렸다. 청소년들은 “언제부턴가 학교 친구들이 밥을 안 먹는데 그 원인이 인스타그램에 나온 연예인 다이어트 때문”, “뒷담화가 수차례 SNS에 올라와 있는 걸 발견하고 큰 충격을 받았다” 등 SNS 폐해를 증언했다.
다만 우려도 존재한다. 표현의 자유와 정보 접근권이라는 청소년 기본권을 제한하는 조치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려를 무시해선 안 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규제가 선언적 조치에 그치거나 기술적으로 우회 가능한 맹탕 규제에 그쳐서는 안 될 일이다.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서구 사회조차 우리보다 앞서 SNS 규제에 나서고 있다. 청소년 보호라는 공익 앞에서는 일정한 제한이 불가피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청소년이 법적으로 독립적 계약을 체결할 수 없고 투표권이 제한된 이유도 기본권을 박탈하기 위함이 아니라 유해한 자극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판단력이 성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SNS 역시 중독성과 유해성을 고려한다면 연령에 따른 제한은 충분히 검토할 가치가 있다.
물론 무조건적인 전면 차단만이 능사는 아닐 수 있다. 2011년 도입됐다가 10년 만에 폐지된 게임 셧다운제의 교훈을 떠올려야 한다. 추천 알고리즘이나 무한 스크롤 제한 등의 조치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정부가 정교하고 실효성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더 이상 플랫폼의 자정작용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정부의 단호한 대처가 필요하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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