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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25 (수)

    [사설]쿠팡 정보유출·반노동 처벌, 미 하원 출석과 무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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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향신문

    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법인 임시 대표(왼쪽 두번째)가 2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연방 하원 법사위 회의장에 비공개 증언을 하기 위해 들어가고 있다. 워싱턴||정유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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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규모 정보 유출 사고를 일으킨 쿠팡의 해럴드 로저스 한국법인 임시 대표가 23일(현지시간) 미국 연방 하원 법사위원회에 출석해 7시간가량 비공개로 증언했다. 법사위는 ‘미국 기업에 대한 한국 정부의 차별적 대우’ 실상을 듣겠다며 쿠팡을 불렀지만, 쿠팡이 미 정가에 로비해 마련된 자리다. 쿠팡이 아무리 그런다 한들 한국에서의 범죄 행위를 가릴 수 없다.

    로저스 대표의 증언은 하원 법사위의 행정·규제개혁·반독점 소위원회가 주관했다. 앞서 공화당 소속 법사위원장과 소위원장은 로저스 대표에게 보낸 소환장에서 “한국 정부가 쿠팡을 표적으로 삼고 미국인 임원을 기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쿠팡에 지난 6년간 한국 정부·국회·사법기관과 주고받은 모든 기록을 요구했고, 쿠팡은 수천쪽 분량의 문서와 통신 기록 등을 제출했다고 한다. 하원 법사위 대변인은 이번 조사를 통해 “모든 것이 열려 있다”고 했다. 이를 두고 쿠팡의 미국 투자사들이 미 무역대표부(USTR)에 청원한 대로 무역법 301조 조사에 활용되거나, 관련 입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쿠팡 측이 이날 내놓은 입장은 어이가 없다. 글로벌 대외협력 최고책임자는 “의회 증언을 초래한 한국에서의 상황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쿠팡은 미국·한국 간 가교 역할을 하며 양자 경제관계 개선을 돕고, 안보동맹을 강화하며, 양국 모두에 도움 되는 무역과 투자를 가속화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가. 적반하장 격으로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것도 모자라 그간의 위법 행위를 미국과의 통상·안보 이슈로 끌고 가겠다는 건가.

    쿠팡은 한국 민관합동조사단 조사에서 이용자 정보 3367만건이 유출된 걸로 파악됐는데도 피해자인 한국 국민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지 않았다. 미국에서의 ‘구명 로비’로 정보 유출 규모 축소 및 증거 인멸, 국회 청문회 위증, 산업재해 은폐 같은 범죄 행위를 없던 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대단한 착각이다. 탈팡(쿠팡 탈퇴) 러시를 직시하고도 정신차리지 못한 것인가. 한국에서 돈 벌며 미국 기업 행세를 하는 쿠팡의 행태는 한국 정부와 사법당국이 단호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여론만 키울 뿐이다.

    쿠팡은 중대 과오에 책임지고 고객 정보보호·노동환경 개선에 노력해야 한다. 계속 한국 소비자들의 인내심을 시험하려 든다면 한국에서 사업을 할 수 있겠는가. 한국 정부는 쿠팡 사태가 미국과의 외교 사안으로 비화할 문제가 아니라고 매김했다. 다만 미 정부와 의회의 오해로 갈등이 불거지지 않도록 사태 추이 파악과 소통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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