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와 이야기를 나누던 그는 전날 말했던 증세를 또다시 설명해야 했다. 똑같은 검사도 다시 받아야 했다. A씨는 "어제 검사를 했다고 말했는데 기록이 확인되지 않는다고 해서 같은 검사를 두 차례나 받았다"라며 "이런 일이 반복될 때마다 번거로움과 비용 부담이 함께 쌓인다"라고 토로했다.
이처럼 의료기관을 옮길 때마다 진료 이력이 공유되지 않아 동일 검사가 반복되거나 유사 성분 약물이 중복 처방되는 일이 적지 않다. 정부는 이런 비효율을 줄이기 위해 제도 정비에 나섰다.
2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주요 업무보고를 통해 의료 현장에서 환자의 진료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관리할 수 있는 '요양급여내역 확인시스템'을 구축한다고 밝혔다.
현재는 의료기관 간 정보 연계가 제한적이어서 환자가 직접 설명하지 않으면 이전 진료 내용을 파악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비슷한 성분의 약이 반복 처방되거나 단기간에 동일 검사가 여러 차례 이뤄지는 일이 발생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는 2025년 말 심평원이 과다 의료 이용을 방지하기 위한 확인 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도록 국민건강보험법을 개정했다. 개정안은 오는 12월 24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제도 시행에 맞춰 심평원은 7월까지 의료 과다 이용 항목을 선정하는 절차를 마련하고 이를 결정할 운영 위원회를 구성한다. 이 기간 관리 대상 항목과 적정진료 횟수 등의 기준을 정하는 작업도 진행한다.
시스템 개발은 11월까지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다. 이후 두 달가량 시범 운영을 거쳐 오류와 보안 문제를 점검할 예정이다.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를 열어 활용 방법과 관리 기준도 안내한다.
시스템이 구축되면 의사는 환자의 최근 치료 내역을 즉시 조회하고 환자는 중복 처방이나 과잉 검사를 줄일 수 있게 된다. 단순히 병원 방문을 억제하려는 것이 아닌 데이터를 토대로 필요한 진료는 보장하되 불필요한 이용은 줄이겠다는 것이다.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불필요한 진료비 지출이 감소하면 보험 재정의 지속 가능성이 높아지고 장기적으로는 국민 보험료 부담 완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심평원 관계자는 "실시간 진료 정보 공유 체계는 적정 진료를 유도하는 핵심 인프라가 될 것"이라며 "의료 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혼란을 최소화하고 신뢰받는 제도로 정착시키겠다"고 말했다.
/조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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