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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25 (수)

    [기자수첩] 환율에 울고 웃는 면세점과 백화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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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5년 뉴욕 플라자 호텔. 막대한 무역 적자에 시달리던 미국은 강제로 엔화 가치를 끌어올리는 이른바 '플라자 합의'를 단행했다. 엔화 가치가 치솟자 일본 수출품 가격은 큰 폭으로 뛰어올랐고, 결국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뜻밖의 이득을 본 건 한국이었다. 일본과 수출 경합도가 높았던 한국은 원화 가치 하락으로 막대한 가격 경쟁력을 얻었다. 저금리, 저유가, 저환율이라는 '3저 호황'과 맞물려 한국 경제는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역사에 남을 어부지리였다.

    오늘날 대한민국 유통가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강달러 현상으로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유통 채널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면세점은 환율 상승 직격탄을 맞았다. 상품 가격이 달러화를 기준으로 매겨지다 보니 세금을 면제받아도 가격 메리트가 떨어져 손님들의 발길이 줄어들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면세점 4사(신세계, 신라, 롯데, 현대) 모두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신통치 못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길 잃은 소비자들이 향한 곳은 백화점 명품관이다. 원화 기준으로 가격이 고정된 백화점은 가만히 앉아서 저렴하다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그 결과 올해 백화점 4사(신세계, 현대, 롯데, 갤러리아)는 나란히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올랐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 매출 증가세가 매섭다. 롯데백화점은 2016년 이후 외국인 매출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으며 올해는 1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전년 대비 25%, 신세계백화점은 3.5배나 외국인 매출이 급증하며, 면세점 대신 백화점을 선택한 '외국인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그러나 백화점이 이 횡재에 마냥 취해 있어서는 곤란하다. 1980년대 한국 경제가 3저 호황의 단물만 빨아먹는 데 그쳤다면 오늘날의 번영은 없었을 것이다. 당시 기업들이 벌어들인 막대한 자본을 반도체와 자동차 등 산업의 기초 체력을 키우는 데 아낌없이 투자했기에 고환율 시대가 끝난 뒤에도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현재 백화점 업계를 맴도는 훈풍에는 환율이라는 외부 요인이 짙게 깔려 있다. 하지만 환율은 언젠가 제자리를 찾기 마련이다. 면세점이 다시 가격 매력을 되찾았을 때도 고객의 발길을 붙잡아두려면, 단순한 환율 차익을 넘어 오프라인 공간만이 줄 수 있는 압도적인 큐레이션과 특별한 경험을 증명해 내야 한다. 면세점 역시 돌아올 손님을 찾기 위해 자체 제작 상품 등 눈길을 끌 요소들을 발굴해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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