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평범한 삶 살 수 있게 노력
사망자 3명당 출생아 1명꼴 ‘심각’
의회, 출산지원금·양육보조금 늘려
자녀 3명 아버지는 병역 면제 ‘효과’
1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주 보로댠카의 한 임시 거주지에서 아이들이 프랑스에서 온 자원봉사 제빵사가 나눠주는 빵을 받고 기뻐하고 있다. 2026.2.19 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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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 인구가 1000만명 이상 감소했다는 분석이 나온 가운데 영국 일간 가디언이 조국의 미래를 위해 아이를 출산·양육하는 우크라이나 여성들에 주목했다.
생후 20개월 된 딸 베로니카와 함께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한 산부인과를 찾은 이바셴코는 “우크라이나가 패배할 거라고 믿지 않는다. 그렇게 확신한다. 러시아가 우리를 꺾지는 못할 것”이라고 지난 22일(현지시간) 게재된 가디언 인터뷰에서 말했다.
전쟁 초반 이바셴코가 거주하는 키이우 외곽 호렌카 마을의 아파트는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피해를 입었다. 그리고 4년이 지난 지금도 적의 드론과 탄도 미사일이 공중에서 날아다니는 소리가 집에서 들린다.
이바셴코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친구와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었다. 엄청난 파괴가 있었다”면서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지금의 우리의 삶이 정상적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적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22일(현지시간) 러시아의 미사일·드론 공격을 받은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시민들이 지하철역 안으로 대피한 가운데 한 아이가 전자기기를 가지고 놀고 있다. 2026.2.22 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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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발발 당시만 해도 아이가 없던 이바셴코는 지금 같은 ‘비정상적 현실’에서도 딸을 볼 때면 웃음꽃을 피우게 된다. 그는 “우리 가족의 삶을 계속 만들어가고 싶었다”며 아이를 낳은 이유를 설명했다.
이 산부인과 최고경영자(CEO) 발레리 주킨 박사는 전쟁 전인 2020년 2300건이었던 이 병원 출산 건수는 2022년 868건, 지난해 952건에 불과했다고 밝히면서 “매우 슬픈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주킨 박사는 “고통과 비극만 가득한 일반 병원과는 달리 산부인과 병동의 분위기는 좋다. 이곳에는 사람들이 긍정적인 감정을 가지고 온다”고 긍정하면서 “우리는 이런 환경 속에서도 살아가고 살아남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희망을 갖지 않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라는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의 한 구절을 인용했다.
산부인과를 찾은 또 다른 어머니인 이반나는 지난해 10월 셋째 아이인 아나스타샤를 낳아 가족이 늘면서 키이우에 남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쟁통에 아이를 낳는 것을 “애국적인 행위”라고 표현하면서 “전선에는 적에 맞서 싸우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이곳에 남아 있는 저는 아이들을 키우고 우크라이나에 대해 이야기해 주는 것이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26일(현지시간) 러시아의 미사일·드론 공격을 피해 온 사람들이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한 지하철역 안에 대피해 있다. 2026.2.26 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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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나는 아들과 딸의 방 창문에 유리 파편이 튀는 것을 막기 위해 테이프를 붙여놨다고 했다. 이처럼 전쟁 중 두려움이 늘 떠나지 않는 상황에서도 그는 남편과 함께 아이들이 가능한 한 평범한 삶을 살 수 있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반나의 8살 딸은 아크로바틱을 배우고 있고, 5살 아들 안드리는 축구와 스카우트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 가족은 종종 영화관에 함께 가고 외식으로 피자를 먹는다. 그는 “저는 우크라이나가 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러시아는 돈바스에서 아주 조금씩 공격하고 있을 뿐”이라며 “러시아가 코앞까지 쳐들어오지 않는 한 우리는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20일(현지시간) 러시아와 전쟁 중 사망한 우크라이나 병사의 장례식이 키이우에서 열린 가운데 유족과 친구 등 참석자들이 관 위에 흙을 뿌리고 있다. 2026.2.20 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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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의 인구통계학자 엘라 리바노바에 따르면 전쟁 발발 이후 우크라이나 인구는 1000만명이 줄었다고 미국 CNN은 최근 전했다. 사망자와 해외 이주자, 러시아 점령 지역 거주자 등을 합친 수치다.
가디언도 전쟁 전 약 4100만명이었던 우크라이나 인구가 지금은 러시아 점령 지역 거주자를 제외하고 약 3000만~3200만명으로 급감했다고 보도했다. 또 4년간의 전쟁으로 우크라이나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의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사망자 3명당 출생아 1명꼴에 불과해 심각한 인구 위기를 겪고 있다고 짚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지 4년이 된 24일(현지시간) 키이우 독립광장에 독립기념비가 언제나처럼 우뚝 솟아 있다. 2026.2.24 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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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위기에 대응해 우크라이나 의회는 지난 1월 산모에게 지급하는 출산지원금을 5만 흐리우냐(약 166만원)로 인상하고, 따로 직업이 없이 육아에 전념하는 산모에게는 매달 7000 흐리우냐(약 23만원)의 보조금을 주는 제도를 도입했다.
또 현재 우크라이나에서는 미성년자 자녀 3명을 둔 아버지는 군 복무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는 일부 여성들이 셋째 아이를 낳는 이유 중 하나가 되기도 한다고 가디언은 현지 의사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이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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