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저녁 일본 도쿄 총리 관저 앞에서 '반전(反戦)' 시위를 하기 위해 모인 시민들이 형형색색의 응원봉을 들고 있다. 이날 약 3600명이 이곳에 모였다. /시라세 세나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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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도쿄 긴자의 유라쿠초 광장 앞에 군중이 모였다. 평소에도 주말이면 붐비는 곳이지만 이날은 분위기가 달랐다. 사람들이 반짝이는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내 든 것. 우리에게 익숙한 응원봉이다. 우리처럼 여성이 많았다. 이들이 거리로 나온 이유는 다카이치 수상이 1월 23일 중의원을 총리 직권으로 전원 해임하고, 2월 8일 선거를 통해 개헌이 가능한 3분의 2 의석을 획득, 이번에 개헌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골자는 기존 헌법에서 ‘결코 전쟁을 일으키지 않는다’라는 문구를 삭제하고 ‘총리를 최고 지휘관으로 두는 국방군을 보유한다’라는 내용. 이미 의석을 확보한 다카이치 내각은 향후 전쟁 가능 군대를 가진 일본으로 탈바꿈을 시도 중이다. 나는 우연히 소셜미디어(X)를 통해 상황을 알고, 응원봉을 든 시라세 세나(32·도쿄 거주)씨에게 심경을 물었다. 세나씨는 인생 첫 시위라며 이런 메시지를 보냈다.
“저는 한국 운동의 역사를 통해 많은 걸 배웠습니다. 그 역사에서 일본의 가해가 적지 않음에도 많은 한국 분이 절 응원해 주신, 그 관용에 감동했습니다. 저는 한국 아이돌 세븐틴을 좋아합니다. 2024년 계엄령 다음 날 도쿄 콘서트가 예정돼 있어 계엄령 뉴스를 보고 혼란스러웠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정확한 걸 알 수 없어 필사적으로 소셜미디어에서 정보를 찾았고, 그때 국회 앞에서 많은 분이 행동하는 걸 보았습니다. 일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다면, 나도 이렇게 행동해야 할까? 우리는 목소리를 내는 일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뭔가 벌어진다면 나도 목소리를 내도록 준비해야겠다, 이웃 나라 아이돌을 응원하는 일은 양국의 평화가 대전제구나, 새삼 깨달았습니다. 지금 일본은 당장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후회할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행동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는 걸 한국을 통해 배웠기에 저는 지금 행동하려 합니다.”
24일 한 소셜미디어 유저가 도쿄 국회 앞 집회에 참석하지 못해 집에서 연대한다며 올린 사진. "전쟁에 반대하자. 우리는 죽이지 않아, 죽임당하지 않아, 죽이도록 만들지 않아." /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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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윤 작가·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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