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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28 (토)

    귀농인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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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튼, 주말]

    [고혜련의 삶이 있는 풍경] (12)

    조선일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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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내음이 솔솔 나는 3월이 다가오니 가슴이 설렌다. 얼어붙었던 들녘 구석에는 벌써 잡초들이 파릇한 생명력을 과시 중이다. 때론 사람에게도 잡초 같은 강인함이 필요하다고 여기던 중 작은 신문기사 하나가 눈길을 잡았다. ‘귀농인의 집’에 관한 것. 예비 귀농인들이 준비 기간에 몇십만원 안팎의 저렴한 월세로 1~2년간 미리 살아볼 수 있는 빈집들을 안내한다.

    2월 말 현재, 전국 95개 지역의 530곳이 신청 완료됐으며 정부 산하 귀농귀촌종합센터가 계속 접수 중이라니 반가웠다. 요즘 직업 없이 방황하는 젊은이·퇴직자들이 쏟아지는데 누구든 적은 부담으로 시도해 볼 수 있으니까. 삶의 지향을 바꾸는 모험은 자칫 큰 대가를 요구하지만 두려움과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이니 다행 아닌가. 특히 은퇴 후 ‘귀촌 희망’ 도시민 비율이 조사 대상자의 57%로 역대 최고치라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최근 발표도 있으니 말이다.

    정신없이 휘둘리는 세상, 자연을 향한 그리움은 늘 많은 이들의 가슴 한편을 떠나지 않고 있다. 내 경우 전국 산과 들의 귀농학교·귀촌마을을 드나들면서 얼마나 많은 시간, 그 소망을 안고 버텼는지 모른다. 갖가지 방법을 모색하다 결국 밥벌이용 출퇴근도 가능한 서울 북한산 중턱 단독주택으로 옮겨 꽤 오래 살아낸 적이 있다. 온갖 나무·채소를 가꾸고 이웃과 장작불을 지펴 감자를 구워 먹으며 산속을 오가던 그 기억과 경험이 생애 중 가장 소중하고 각별하다. 그런 세월마저 없었다면 지난 인생이 얼마나 삭막했을까. 그 이후 직장을 다니면서도 주변에 밭을 마련, 어설픈 경작을 해 온 지도 20여 년이 돼 간다. 이런 ‘자연사랑’을 ‘순진·무지·배부른 수작’이라 탓할지 모르나 각자 삶에 우선순위가 있고 그걸로 늘 행복했다면 된 거다. 흔한 세속적 잣대로 그 과정과 결과를 잴 일이 아니다.

    혹자는 “고령화로 농촌은 비어가는데 자연이 밥 거저 먹여주냐?” 묻곤 한다. 때론 허기진 마음에 밥을 먹여준다. 그래서 살아갈 힘을 되찾고 사람 넘치는 도시의 거리를 다시 씩씩하게 누벼 실제로 밥을 벌어먹게 만들어줬다. 자연 속 시간은 깊은 샘물처럼 목마름을 적셔주고 축 처진 어깨를 되살려준다. 자연은 마음건강의 충전재요 체감 결과는 확연하다. 그 이유를 물으면 “그냥 사랑하는 존재 앞에서는 절로 힘이 나고 행복해지듯이”라고 답한다. 그 신비, 몇마디로 단정하기 벅차다. 내 주변인들 상당수가 퇴직 후 도전 중이다. 또 자연 속의 삶을 다루는 TV 프로 등의 높은 시청률이 말해준다. 필자 역시 도시의 그럴듯한 기득권을 포기하고 자연 속에 안긴 수십 명을 취재한 후, 중앙일간지에 기사화해 열화같은 호응에 감읍한 적이 있다.

    요즘 일 없이, 희망 없이 방황 중인 도시민이 넘쳐나고 있다. 혹 오랜 시간 자연 속의 삶을 소망했다면 도시 삶터를 얼마간 떠나 봄 직하다. 삶의 변화를 꾀하느라 허비한 듯한 그 시간은 의외로 짧고 예상 외의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으니. 마침 정부는 농촌의 노후소득 안정과 지방소멸방지를 위해 여러 방법을 구상 중이다. 인구감소가 심한 지역으로 귀촌하는 경우 도시의 집을 소유하되 거주하지 않아도 ‘주택연금’을 받을 수 있는 방안 등도 모색 중이란다. 또 현재 농협대학과 각 지자체가 몇 달간 공동 거주하며 귀농 준비할 사람들을 모집하고 있다. 일부 지역은 생계형 소농들을 연결해 농지 대형화와 기계화하기, AI를 통한 기술혁신의 ‘스마트팜’ 운영 등 인력을 최소화한 공동경작법을 추진 중이다. 농촌은 생산·가공·유통·체험관광·수출 등이 융복합하는 6차 산업현장으로 솟구치고 있다. 그곳에서 당신의 ‘심체력(마음의 힘과 체력)’과 투지·창의성·가능성을 시험해 볼 수 있다. 별 대안 없이 고립돼 좌절하고 있다면 같은 고민을 안고 있는 이들과 함께 도전해 보면 어떨까. 1년여의 새로운 시도와 노력은 향후 다른 곳에서도 추동력으로 작동 가능하니 지레 겁먹고 포기하지 말자는 얘기다.

    [고혜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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