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호르무즈 해협 사실상 봉쇄
日정부 "존립위기사태 해당 안 해"
기뢰 설치 땐 소해 파견 논의 불가피
유류 저장통과 원유 펌프 잭 모형 뒤로 이란과 호르무즈 해협 지도가 보이고 있다. (사진=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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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3일 이란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은 이후 일본의 에너지 수입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과거 집단적 자위권 행사 가능 사례로 이 해협의 기뢰 봉쇄를 거론한 바 있다.
기하라 미노루 일본 관방장관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현 시점에서 안전보장 관련 법률에 따른 중요영향사태나 존립위기사태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존립위기사태’는 아베 신조 정권 시절인 2015년 성립한 안보관련법에 규정된 개념이다. 일본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타국이 무력 공격을 받아 일본의 존립이 위협받는 명백한 위험이 있을 경우를 뜻한다. 정부가 이를 인정하고 다른 수단이 없다고 판단하면 집단적 자위권을 제한적으로 행사할 수 있다.
당시 국회 심의 과정에서 아베 전 총리는 존립위기사태의 구체적 사례로 ‘기뢰(바다에 설치하는 폭발물)에 의한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제시했다. 타국 군대가 무력행사의 일환으로 기뢰를 설치할 경우, 이를 제거하는 소해(掃海·바다에 설치된 기뢰를 제거하는 군사 활동)는 무력행사에 해당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일본은 원유 수입의 9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다. 이 가운데 약 80%가 통과하는 ‘대동맥’이 호르무즈 해협이다. 기뢰 설치 등으로 해협이 봉쇄될 경우 일본의 에너지 공급에 막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 동맹국인 미국이 기뢰 제거에 협력을 요청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일본 정부는 과거에도 실제로 해상자위대가 호르무즈 해협에서 기뢰 제거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해왔다. 아베 전 총리 역시 국회에서 “현실적으로 발생할 사태를 구체적으로 상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답변한 바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지난 1일 페르시아만에서 미국과 영국 유조선을 공격했고, 이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 운항이 사실상 어려워진 상황이다. 만약 기뢰 설치로까지 사태가 확대될 경우 해상자위대의 소해 활동 여부가 ‘현실적인 문제’로 부상할 수 있다.
해상자위대의 소해함정을 파견하려면 해협 봉쇄가 존립위기사태에 해당한다고 정부가 인정해야 한다. 다만 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없으며, 실제 발생한 사안별로 개별 판단하게 된다.
일본 정부는 인정 여부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지난 2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사실관계를 수집 중”이라고 밝혔다. 또 일본의 석유 비축량이 254일분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일본 외무성 고위 관계자는 기뢰 설치 가능성에 대해 “세계 전체를 적으로 돌리는 결과가 되기 때문에 이란도 상당히 신중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방위성 간부 역시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고 전망했다.
과거에도 호르무즈 해협에서 자원 수입을 위협하는 사건이 있었지만 일본 정부가 집단적 자위권을 발동한 사례는 없다.
2019년 일본 기업이 운항하는 유조선이 해협 인근에서 공격을 받은 적이 있다. 당시 정부는 공격 주체가 불분명하고 에너지 공급이 단절될 우려가 없다고 판단해 존립위기사태로 인정하지 않았다.
지난해 6월 미군이 이란 핵시설을 공격했을 때도 해협 봉쇄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이시바 시게루 당시 총리는 해당 여부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그는 “일본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되는 사태가 되는지가 중요하다”고 언급하는 데 그쳤다.
한편 소해 임무를 수행하는 함정을 어떻게 방어할 것인지도 기술적 과제로 남아 있다. 이란이 보유한 지대함 미사일 공격 등을 방어하면서 기뢰를 제거해야 한다. 방공 능력 보강을 위해 호위함까지 동원할 경우 대규모 파견이 필요할 수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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