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속법안'·'정치셈법', 공방 벌이는 정치권 비판 쇄도
"충청광역연합 우선시돼야", "삭발식보단 정책 모색을"
'대전시민, 꿈돌이 사망' |
(대전·홍성=연합뉴스) 김준범 강수환 기자 = 충남·대전 행정통합 특별법이 2월 임시 국회에서 끝내 처리되지 못하면서 무산되는 듯한 분위기에 지역 시민단체와 학계에서는 안도의 한숨과 함께 쓴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역사회에선 통합이 졸속 추진됐다는 비판과 함께 여야의 정치셈법에 대한 따끔한 목소리도 이어졌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전지부는 "시민사회단체나 교육계의 의견을 듣는 공론화 과정 없이 추진된 통합 법안은 말도 안 되는 정책이었다"며 "국민의힘에서 추진할 때는 민주당이 반대하더니, 민주당에서 추진하니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등 서로 180도 뒤바뀐 입장을 취하는 모습이 실망스러웠다"고 꼬집었다.
매끄럽지 못했던 이번 과정을 교훈 삼아 행정통합에 대한 충분한 숙의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대전환경운동연합은 "아직 통합의 불씨가 남아있는 것 같지만 통합이 보류된 것은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긴 것"이라며 "광주·전남 통합 진행 상황을 보고 긍정적·부정적 측면을 잘 판단해 통합을 결정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삭발하는 안경자 대전시의회 의원 |
국민의힘은 충남·대전 행정통합 특별법에 대해 재정과 권한 이양이 빠진 졸속 법안이라고 폄훼했지만, 이 단체는 권한 이양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내놨다.
환경운동연합은 "통합이 되면 도시 개발 과정에서 환경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는데 이런 부분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며 "특별통합시장이 개발에 대한 독점적 권한을 갖게 되는데 이에 대한 견제와 균형 장치가 법안에 마련돼 있지 않았던 만큼 환경 분야에 대한 분석과 조치도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통합 무산이 '다행'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시민들도 있다.
대전의 한 시민은 "대전·충남만 통합 안 하면 소외된다고 주장하던데 소외돼도 좋으니 다른 지역 먼저 하고 장단점을 분석한 후 장점은 살리고 단점을 보완했으면 좋겠다"며 "통합 안 하면 더 좋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또 다른 시민은 "지방선거가 끝난 뒤 다시 통합을 밀어붙일까 봐 불안하다. 졸속으로 통합되지 않게 계속 목소리를 내겠다"고 말했다.
여야 정치권이 통합 무산에 대한 책임을 서로 떠넘기는 데 대한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김재섭 사무처장은 "여전히 통합이 필요하다거나 서로 잘못했다고 하는 정치권의 책임 공방보다는 지역 미래를 위해 다음 대안이 무엇인지를 설명하는 시기여야 한다"며 "이번 통합은 속도전이었고 주민 의견 수렴이 부족했는데 통합을 주도하고 있는 여당은 서둘러 의견수렴에 대한 대안을 구상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국회서 열린 '대전·충남 존속 통합 반대 총궐기대회' |
충남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도 "정치적 이해관계에만 몰두한 졸속 추진의 결과로 여야 정치권 모두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을 향해서는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시·도의회 의결을 서두르며 통합을 밀어붙이는 등 급작스럽게 시작했다"며 "이제 와 숙의와 공론, 지역의 '자기 결정권'을 말하는 것은 책임 있는 태도로 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민주당에 대해서도 "과거에는 졸속 추진을 이유로 회의적 태도를 보이다가 최근에는 통합 무산으로 지역이 도태될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며 "정치 일정에 따라 원칙이 달라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통합에 앞서 이재명 정부가 국정과제로 내세웠던 '충청광역연합'이 우선시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대전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행정통합에 앞서 추진된 충청광역연합도 결국 목표는 수도권 1극 체제 극복 등으로 같다"며 "원래 추진하던 충청광역연합을 제대로 작동시켜 도시 계획이나 산업 배치 등을 논의하고 이에 중앙정부가 지원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학계의 지적도 마찬가지다.
충남·대전 행정 통합 찬성 구호 외치는 민주당 |
최호택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재명 정부의 '5극3특'은 원래부터 통합이 아닌 광역연합을 의미하는 것이었는데, 충청권은 특히 대전·세종·충남·충북으로 권역이 넓기 때문에 연합으로 가는 방향이 옳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30여년간 지방자치제를 해왔음에도 무늬만 지방자치인 역사가 반복돼 왔는데 임의조항으로만 명시한 '4년간 20조원'·'공공기관 이전' 이야기를 어떻게 믿으라는 것인지 학자의 양심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웠다"며 "삭발식을 할 것이 아니라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치의 본래 목적인 타협을 통해 합의점을 도출하며 완전한 정책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swan@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