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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포르시안] 응급의학과 전문의 10명 중 9명 이상은 보건복지부가 추진 중인 '응급의료 이송체계 혁신 시범사업'이 실효성이 없을 것으로 봤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회장 이형민)은 전국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 설문조사 결과를 5일 공개했다.
응급의학의사회는 "응급의료 이송체계 혁신 시범사업은 현장의 수용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추진으로, 응급의료 체계를 붕괴시킬 잘못된 정책"이라며 "시행 후 호남지역에서 이미 여러 명의 응급의학전문의들이 사표를 제출했고, 그 직접적인 책임은 무리한 정책을 강요한 보건복지부와 중앙응급의료센터에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 응급의학의사회는 회원 1,2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월 27일부터 이달 3일까지 긴급 설문조사를 진행됐다. 응답자는 교수 17%, 봉직의 60%, 촉탁의 18% 등으로 구성됐다. 유효 응답은 529명으로 지역응급의료센터 51.2%, 권역센터 26.5% 등 전국적 분포를 보였다.
설문 결과 응답자의 96% 이상은 시범사업이 응급의료 현장의 수용곤란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시범사업 대상지인 호남권 전문의들의 찬성률은 2.1%에 그쳤다.
정부가 핵심으로 제시한 '우선수용병원' 지정에 대해서도 반대 의견이 높았다. 수용역량이 확보되지 않은 의료기관에 강제배정하는 구조라는 것이 응급의학의사회 측의 주장이다.
법적 책임 문제에 대한 우려도 높게 나타났다. 응답자의 98%는 배후 진료 역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환자를 강제 수용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대해 의료진 개인의 법적 책임이 커질 것을 우려한다고 답했다. 또 94%는 의학적 판단으로 불가피하게 환자 수용을 거절했을 경우에도 행정적 처벌이 있을 것을 우려한다고 응답했다.
'우선수용병원에서 안정화 처치 후 119 재이송 모델'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88%가 현실에서 작동이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지역 환자이송 지침이 제대로 준수되지 않고 있다는 응답도 81%에 달했다.
응답자의 80%는 진료 여건 부족으로 우선수용병원이 불가능하다고 답했으며 73%는 의료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제 지정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또한 88%는 병원 경영진이 정부 압박으로 무리한 환자 수용을 강요할 것이라고 답했다.
설문 문항별 결과를 보면 '광역상황실이 개입할 경우 중증환자의 이송병원을 지금보다 더 신속하고 적절하게 선정할 것이라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그렇지 않다' 78%, '그렇다' 8%로 나타났다.
'우선수용병원에서 안정화 처치만 제공한 후 119가 다시 적정 치료기관으로 재이송해주는 모델이 현실적으로 작동 가능하다고 보십니까'라는 질문에는 '불가능' 88%, '가능함' 5%로 응답했다.
'의료진이 의학적 판단으로 불가피하게 수용을 거절했음에도 행정적 처벌이 있을 것으로 우려하십니까'라는 질문에는 '우려된다' 94%, '아니오' 3%의 답변을 보였다. '우선 수용된 환자가 시설이나 배후진료 한계로 불가항력적 결과가 발생할 경우 의료진 개인에게 행정적·법적 책임이 전가될 것을 우려하십니까'라는 질문에는 '우려된다' 98%, '아니오' 1%로 나타났다.
'이 시범사업이 응급실 수용곤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 보십니까'라는 질문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88%, '도움된다' 3%로 조사됐다.
해당 시범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면 반드시 선결돼야 할 내용을 묻는 질문에는 의료진에 대한 법적 면책권 보장 31% 119 재이송 책임 명문화 또는 강제화 23% 현장의료진 판단에 의한 수용 거절 보장 18% 경증환자의 자의적 응급실 방문 제한 대책 마련 8% 순으로 나타났다.
'귀하의 지역에서 본 사업이 강행될 경우 대응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는 사직이나 이직을 심각하게 고려하겠다 41% 적극적인 반대 활동에 동참하겠다 31% 마음에 들지 않지만 시범사업은 참여하겠다 15% 광역상황실 상황의사 근무에 참여하지 않겠다 11%로 응답했다.
설문 주관식 답변에서는 책임 전가, 인프라 부족, 강제 수용 위험, 전문의 이탈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한 응답자는 "배후 진료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환자를 받으라고 강제하면서 결과가 나쁘면 의사 개인에게 형사 책임을 묻는 현재의 구조는 응급의학과 의사들을 범죄자로 만드는 길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응답자는 "응급실 뺑뺑이의 본질은 응급실 자리가 아니라 수술할 의사가 없는 것"이라며 "수술실과 중환자실 인프라 개선 없이 이송 단계만 개선한다고 절대 해결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우선병원으로 지정됐다고 해서 치료 역량이 갑자기 생기지 않는다"며 "준비되지 않은 병원에 환자를 강제 배정하는 것은 환자의 골든타임을 오히려 빼앗는 결과가 될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전문의 이탈 가능성도 제기됐다. 한 응답자는 "이런 식의 규제와 압박이 지속된다면 더 이상 응급실을 지킬 이유가 없다"며 "시범사업 강행 시 전문의들의 대거 사직과 응급의료 체계 붕괴는 불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응급의학의사회는 "현장의 처절한 목소리를 외면한 이번 시범사업은 응급의료를 망가뜨릴 무책임한 독단적 행정"이라며 "복지부와 중앙응급의료센터는 지난 20년간 실패를 반복해 온 시범사업과 정책들을 이름만 바꿔 내놓는 대국민 기만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응급의학의사회는 "이번 시범사업은 혁신도 개혁도 아닌 전시행정"이라며 "보건복지부와 중앙응급의료센터는 현장 의료진이 압도적으로 반대하는 비현실적이고 무책임한 시범사업 강행을 즉각 중단하고 현장 전문가들과 재논의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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