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2일(현지시간) 키이우의 한 모스크 근처에서 라마단 금식을 해제하는 이프타르 식사를 함께하기 전 우크라이나 무슬림 군인들에게 연설하고 있다.[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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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에 발발한 전쟁으로 국제사회의 관심에서 멀어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미·러·우 3자 회담에 관한 관심을 되돌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야간 비디오 연설을 통해 하마드 빈 이사 알할리파 바레인 국왕 및 셰이크 사바 알칼리드 알사바 쿠웨이트 왕세자와 통화하며 중동 분쟁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는 “파트너들이 전문 지식과 실제 작전 경험을 통해 (이란이 설계한) 샤헤드 드론을 방어하는 데 도움을 요청하며 우리, 즉 우크라이나에 의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 측의 요청도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요르단,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지도자들과도 통화로 간이 회담을 가졌다고 전했다. 이 자리에서 젤렌스키는 이란산 샤헤드 드론에 대응하는 ‘노하우’를 귀띔하며 대신 우크라이나에 패트리엇 미사일을 지원해달라는 뜻을 전한 것으로 보인다.
이란산 샤헤드 드론이 상공을 날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적국 드론을 요격하는 드론 개발 등으로 이란산 드론에 대응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A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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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우크라이나와 걸프국이 협력해 각각 취약한 점을 보완하자는 제안이다. 걸프국들은 지난달 28일 이후 계속되는 이란의 드론 공격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란이 걸프국과 이스라엘에 보복용으로 뿌리고 있는 ‘샤헤드-136’ 드론은 30㎏ 폭탄을 싣고 최장 2500㎞ 거리를 날아가 목표 지점에서 자폭한다. 이란은 샤헤드 보유량만 4000∼6000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란은 ‘카만-22’ 드론도 주력 무기로 사용하고 있다. 카만-22는 최대 2000㎞를 날아가, 사거리 200㎞의 순항미사일을 날린다. 이란은 4일 오전에만 이스라엘에 100대 이상의 드론을 발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걸프국들은 이를 막기 위해 패트리엇 같은 지대공 미사일이나 전투기에서 쏘는 공대공 미사일을 쓰고 있다. 이는 소 잡는 칼로 닭 잡는 격이다. 이란산 드론은 샤헤드가 약 2만달러(약 3000만원)인데, 패트리엇 방공 체계의 요격 미사일은 약 300만달러(약 44억원)로, 미사일 가격이 100 이상 비싸다. 이에 이란이 저가 드론을 대거 동원해 중동국들이 비싼 방공 미사일을 빨리 소진하게 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걸프국들은 요격미사일이 빠르게 소진되면서, 최근 미국에 패트리엇 등 요격미사일 추가 공급을 요청했다. 비용면에서 비효율적이란 비판이 나오지만, 이 외에는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는 여기에 해법을 내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4년간의 전쟁 내내 러시아가 뿌리는 샤헤드 드론에 적응하면서 패트리엇보다 ‘가성비’가 좋은 방어책을 갖췄다고 자신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전파를 교란하거나 휴대용 대공미사일을 사용하는 방법, 또는 저속 항공기 사격이나 자국에서 날린 드론으로 적국 드론을 요격하는 방법 등을 고안해 왔다. 르몽드는 “러시아 드론을 격추할 수단이 부족했던 우크라이나는 저렴하면서도 효과적인 다양한 요격 드론을 개발했다”라며 “이 장비들은 공중에서 적 드론을 파괴하는 데에 가장 발전된 기술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패트리엇 지대공 유도탄이 발사되고 있다. 걸프 국가들이 이란산 샤헤드 드론을 요격하기 위해 300만달러에 달하는 패트리엇 미사일을 사용하면서 미사일 보급 요청이 급증했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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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는 이런 노하우를 전수해 줄 테니 대신 패트리엇 미사일 등을 지원해달라는 입장이다. 러시아의 드론전에는 맞대응하고 있지만, 여전히 방공 무기가 부족한 자국의 현실에 따른 요청이다.
우크라이나는 킨잘·이스칸데르 등 러시아의 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에 패트리엇 미사일 지원을 요청했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대폭 줄이면서 방공 무기 부족에 시달려왔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걸프 국가들에 지원을 약속한 데에는 이란 주변 정세를 빨리 안정시켜 다시 국제사회의 관심을 자국의 전쟁으로 돌리려는 계획도 있다. 젤렌스키는 이번 야간 비디오 연설에서 미국과 매일 연락을 취하고 있고, 이란 주변의 안보 상황이 안정되는 대로 미·러·우 3자 회담이 재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러시아, 우크라이나는 종전을 위해 지난달까지 세 차례에 걸친 회담을 가졌으나, 실질적인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4차 회담은 오는 5~8일 사이에 UAE에서 열릴 것으로 예상됐으나 중동 전역의 안보를 뒷받침하기 어려운 데다, 미국이 협상에 쏟을 여력도 부족해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중동 정세와 무관하게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지원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이란 전쟁의 장기화 조짐이 우크라이나에는 불리한 요소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폴리티코는 유럽 고위 관리의 말을 인용해 “요격 미사일을 포함한 상당한 화력이 소모됐다”라며 “유럽이나 우크라이나가 구매할 수 있는 (요격 미사일) 물량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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