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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06 (금)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중동 너머로 확산되는 전쟁···스리랑카 해역에서 이란 군함 격침, 튀르키예로 향하던 미사일 요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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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향신문

    미국 어뢰 공격 당시 이란 해군 호위함 모습.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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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 엿새째, 전쟁이 중동을 넘어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미군 잠수함이 스리랑카 해역에서 이란 군함을 어뢰로 공격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방공망이 튀르키예로 향하던 이란 탄도미사일을 격추시켰다. 호르무즈 해협에서는 몰타 국적의 선박이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 이는 미국·이스라엘과의 전선을 세계 각지로 확대하고 전쟁을 장기화하겠다는 이란의 전략과도 맞아떨어지는 모양새다.

    4일(현지시간) 미국 잠수함이 발사한 어뢰가 스리랑카 남부 해안에서 이란 해군 호위함 ‘아이리스 데나’호를 격침시켰다. 이 공격으로 130명의 승조원 중 최소 87명이 사망하고, 32명이 구조됐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이날 “국제수역에서 안전하다고 생각한 이란 전함을 미국 잠수함이 침몰시켰다”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어뢰로 적군 함정을 격침한 첫 사례”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미군 어뢰가 호위함을 명중시켜 바닷물이 하늘로 치솟는 흑백 영상을 공개했다.

    스리랑카 당국은 32명을 구조하고 해상에서 시신 87구를 수습했다. 스리랑카 해군 대변인 부디카 삼파스는 구조정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이미 호위함은 침몰해 기름띠만 남아 있었다고 밝혔다. 이란 호위함은 스리랑카 영해 밖이었지만 배타적경제수역 내에 있었으며, 갈레 해안에서 44해리(81㎞) 떨어진 곳에 있었다. 아이리스 데나함은 인도 해군이 주최한 훈련에 참가한 뒤 귀항 중이었다.

    이란은 미군의 공격에 분노하며 보복을 다짐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엑스에 “미국은 이란 해안에서 2000마일(3218㎞) 떨어진 해상에서 만행을 저질렀다”며 “미국은 자신들이 세운 선례를 뼈저리게 후회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군의 아이리스 데나함 격침을 두고 국제법 위반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 미 공군 특수작전 표적 전문가인 웨스 브라이언트는 “그 군함이 누구에게도 임박한 위협이었다고 말할 수 없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 정부와 군 전체가 임박한 위협이라고 주장하는 건가. 이는 매우 위험한 군사적 월권 행위”라고 가디언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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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현지시간) 튀크키예 남부에 격추돼 떨어진 이란 미사일 파편.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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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튀르키예로 향하던 이란 미사일이 나토 방공망에 요격됐다. 튀르키예 국방부는 이란에서 발사된 미사일이 이라크와 시리아 상공을 통과한 뒤 동부 지중해 상공에서 요격됐다고 밝혔다.

    이란이 튀르키예를 공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나토 가입국인 튀르키예를 향한 공격은 이란이 전쟁을 확대하고 있다는 주요한 징후로 평가됐다. 나토의 상호방위조항을 발동시켜 나토 32개 회원국을 전쟁으로 끌어들일 위험이 있다.

    미군 관계자는 이란 미사일이 튀르키예 인지를리크 공군기지를 겨냥한 것이라고 밝혔다고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 등이 전했다. 인지를리크 공군기지는 미국이 핵무기를 배치해놓은 중요 군사시설로, B-61 전술핵폭탄 등이 포함돼 있다.

    당초 튀르키예 측은 이란 미사일이 키프로스의 기지를 겨냥했으나 궤도를 이탈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런 추측이 맞더라도 영국군이 주둔하는 키프로스 기지를 겨냥했다는 점에서 나토에 대한 도발로 해석할 수 있다.

    이란은 튀르키예를 향해 미사일을 쏘지 않았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이란군 총참모부는 “이란은 튀르키예의 주권을 존중하며 어떠한 미사일도 튀르키예 영토로 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나토는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규탄했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회원국들은 기본적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조치를 지지하고 있다”며 “나토는 전방위적으로 회원국 영토를 한 치도 빠짐없이 방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이 세계 석유 해상 수송량의 5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군사적 위협을 높여가는 가운데, 전날 호르무즈 해협에서 몰타 국적의 컨테이너선이 미확인 발사체에 맞아 화재가 발생했다. 앞서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려는 모든 선박을 불태울 것”이라며 10척 이상의 유조선이 미사일 공격을 받아 불에 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사우디아라비아와 상호방위협정을 맺은 파키스탄이 이란의 사우디 공격에 대응해 전쟁에 참여할 수 있다는 입장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샤크 다르 파키스탄 부총리는 지난 3일 상원 연설에서 이란 측에 파키스탄이 사우디와 상호방위조약을 맺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고, 사우디 영토를 공격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고 발언했다. 상호방위협장은 당사국 중 하나가 침략받으면 다른 당사국도 침략받은 것으로 간주해 대응에 나선다는 내용이 담겼다.

    다르 장관의 발언은 이란이 미·이스라엘 공습에 대한 보복으로 사우디에 대한 보복 공격을 이어가는 가운데 나왔다. 사우디 수도 리야드 주재 미 대사관이 이란 드론 공격을 받았으며,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최대 정유시설이 있는 라스타누라 단지도 드론 공격을 받았다.

    분석가들은 이란이 전쟁의 전선을 확대해 미 동맹국들에 고통을 가하고, 세계 석유 시장을 교란하면서 ‘고통의 확대와 장기화’를 전략으로 삼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날도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에 대한 공격을 이어가고 있으며, 이란도 이스라엘과 중동 국가들에 대한 공격을 이어갔다.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정권 교체를 시도할 경우 이스라엘의 디모나 핵시설을 공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 보건부는 전날까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이란인 926명이 사망하고 6186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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