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덕 설계부터 삐긋…수차례 기회에도 무시
탁상행정 결과 조류충돌…절차도, 인력도 미비
지난 2024년 12월 29일 발생했던 제주항공 여객기 2216편 무안항공 참사가 관계 당국의 안일함 때문이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참사 원인으로 지목되는 방위각 시설 및 콘크리트 둔덕, 조류 경보 체계에 대한 점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내용이 담긴 국토교통부의 보고서가 공개되면서다.
5일 항공업계 및 정치권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 1월 29일 국회 12.29 여객기참사 진상규명 국정조사특위에 '12·29 여객기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토교통부 자체 조사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 보고서는 국토교통부 제2차관, 공항정책관, 항공정책과장 및 소관 담당자들이 국토부 보유 공문서를 중심으로 조사 및 정리해 사고 경위를 따져본 보고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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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덕'…시작부터 잘못됐고 바로잡지도 못했다
여객기 참사 당시 콘크리트 둔덕이 없었을 경우 사고기는 동체 착륙 이후 770M 가량 활주 이후 멈췄을 것으로 분석된다. 로컬라이저와 이것이 설치된 콘크리트 둔덕이 없었더라면 큰 폭발도 없었을 거라는 게 대부분의 평가다. 참사의 가장 큰 원인이 로컬라이저와 콘크리트 둔덕 때문이었다는 거다.
로컬라이저가 설치된 콘크리트 둔덕은 이미 무안공항 건축 단계 부터 '위험'을 예고하고 있었다. 1999년 부산지방항공청이 무안공항 건설공사 실시설계 보고 당시 방위각시설 기초대는 부러지기 쉬운 구조를 반영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혹여나 항공기가 방위각시설에 충돌할 경우에 대한 안전책을 미리 마련하기 위함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최초 설계 당시 이 사업에 선정된 금호 컨소시엄은 실시설계 보고서를 통해 기초대에 '부러지기 쉬운 구조'를 반영했다고 설계했지만, 실제 설계 도면은 '2열 가로형 콘크리트' 단계로 설계된 것으로 파악됐다. '부러지기 쉬운 구조'에 대한 안일함이 시작된 시기다. 특히나 이 기초대는 공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책꽂이형 콘크리트로 변경 및 시공됐다. '더 튼튼하게' 멋대로 바뀌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국토부는 이번 보고서에서 "2003년 실제 기초대 시공 직전까지 발주청, 감리단, 시행사 간 공문 등에서는 방위각시설의 위치와 높이에 대한 논의 외에 기초대의 재질 및 부러지기 쉬운 구조에 대한 논의와 검토는 미확인 됐다"라고 했다. 항공업계에서는 '고려대상이 아니었던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이후에도 이러한 구조를 바꿀 기회는 있었다. 관계부처는 지난 2004년부터 2007년까지 최소 4번의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당시 방위각 시설과 관련해서는 전파 및 통신 분야, 종단안전 구역 길이 및 경사도, 기초대 단차 등에 관한 사항을 위주였다는 게 국토부의 판단이다. 기초대 재질이나 구조에 대한 지적 및 검토 계획등은 확인되지 않았다.
마지막 기회는 2020년 또 있었다. 공항공사는 무안공항의 노후 방위각 시설 교체에 나섰고 당시 과업 지시서에 안테나, 철탑, 기초대를 부러지기 쉬운 구조로 설계할 것을 제안했다. 당시 둔덕에 대한 지적도 나왔으나 이를 보강 후 재활용 하는 것으로 검토됐고, 이에 따라 두께 30cm의 상판이 추가 설치된 것으로 확인된다.
항공기 운항에 나선 기장 등에게 이러한 둔덕에 대한 정보가 제대로 제공되지도 않았다는 점도 문제다. 기장이 사전에 둔덕의 존재를 인지해 착륙 계획을 수립하는 데 충분한 정보가 없는 환경이었다는 거다. 이와 관련 항공정보간행물(AIP)에는 비행장별 지리, 활주로 등 제원, 장애물 정보 등이 수록하도록 규정돼 있으나 방위각 기초대에 관한 정보는 AIP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버드스트라이크, 막을 수 있었다
참사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버드 스트라이크 역시 충분히 예방 가능했었던 것으로 관측된다. 먼저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조류충돌 예방위원회'를 구성해야 하고 위원회를 필요시 소집해야 한다. 그런데 국토부는 2022년과 2023년에는 예방위원회를 열지 않았고 2024년엔 단 한차례 여는데 그쳤다.
공항별로 운영되는 조류충돌 예방위원회도 제대로 운영됐다고 보기 힘들다. 한국공항공사와 부산지방항공청은 2024년 무안공항 조류충돌위원회를 두차례 개최하기는 했지만 지자체와 조류전문가, 취항 항공사 대부분이 미참석한 반쪽 짜리 였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전문가와 관련 정보를 공유받고 개선 사항을 논의해야 하는 항공사 측이 대부분 불참한 만큼 위원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회의 내용은 예방활동 개선보다는 현황공유 중심이었던 데다가 2024년 하반기 회의에서 주문된 차량 확성기 추가장착 검토 등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예방할 인력 역시 제대로 충원됐다고 보기 어렵다. 무안공항은 사고 당시 조류충돌 예방 인력을 4명 확보해 관련 규정(연 운항횟수 5000회 미만 공항은 최소 2명)은 지켰지만 철새가 다수 있는 공항별 특성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특히 1인 근무 상황이 존재했고 항공기 운항 시간 중 근무교대가 이뤄지는 경우도 있었다. 사고 당시에도 근무자가 근무교대를 위해 이동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무안공항 인근에 철새가 다수 도래하는 지역이라는 점을 고려해 조류충돌 관련 정보를 항공기 기장 등에게 공유해야 하는데 이 역시 미흡했다.
조류충돌위험 감소기준에 따르면 공항은 조류 종류, 개체수, 서식위치, 도래시기, 이동경로 등 조류 활동을 AIP에 담아 운항하는 항공기에 공유해야 하지만, 무안공항에서는 주로 관찰 및 포획되는 조류를 중심으로 종류, 활동 계절, 시간 등 제한된 정보만을 제공한 것으로 확인된다.
공직사회 보신주의의 악몽
이같은 내용을 종합하면 결국 공직사회의 보신주의라는 뿌리깊은 악습이 참사의 근본적인 원인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규정 문구에만 주목해 방위각에 대해서만 '부러지기 쉬운 구조'를 논의하고 이를 설치하는 둔덕은 무시한 것과 버드 스트라이크 예방 조치가 형식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다.
특히 이같은 행태는 이번 사고의 책임을 제주항공 측의 문제로 돌리려는 시도가 있었다는 점에서도 읽힌다는 평가다. 사고 이후 일각에서는 LCC라는 특성상 비행기를 과도하게 운항해 정비 등이 미비했던 점이 원인이었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같은 주장과 달리 국토부는 항공기 운항 횟수보다 비행편마다 정해진 점검이 제대로 수행됐는지 여부가 중요하다고 명시했다. 또 해당 여객기가 사고 1주일 전 34회에 걸친 중간점검 및 비행전후점검에 나섰다고도 했다. 아울러 제주항공이 고시 기준에 따른 정비인력 213명보다 많은 309명을 확보했다고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고위공무원은 "무사안일, 보신주의, 탁상행정 등 공직사회의 안일함으로 야기된 참사였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라며 "명확한 책임규명과 사고재발 대책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이같이 뿌리깊게 자리잡은 악습을 타파하는데도 힘을 써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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