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서 4대강 자연성 회복 약속... 취임 8개월 만에 사퇴 요구 직면
김성환 장관은 지난해 7월 인사청문회에서 4대강 재자연화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4대강의 자연성을 회복하겠습니다. 발원지부터 하구까지 물흐름의 연속성을 살리고 촘촘한 오염원 관리를 통해 수질과 수생태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겠습니다"라고 했다. 이 발언은 이재명 정부의 4대강 재자연화 의지를 확인한 것으로 환경단체들의 기대를 높였다.
그로부터 8개월 후, 환경단체들은 "강을 살릴 의지도 실력도 없는 김성환 장관은 당장 사퇴하는 것이 대통령 말대로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세종보 방문... "재가동 없다" 약속 뒤 따라온 '재점검' 선언
사태의 발단은 김 장관이 취임 후 세종보 천막농성장을 직접 찾아간 것에서 시작된다. 당시 보철거시민행동 활동가들은 세종보에서 500일 넘게 농성 중이었다.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정부 시절 마련된 금강·영산강 보 처리방안(해체 및 상시개방)을 폐기한 데 맞서 싸워온 것이다.
장관은 이 자리에서 "세종보를 재가동하는 일은 없다, 그건 제가 책임지고 약속을 드린다"며 농성 해제를 요청했다. 환경단체 활동가들의 기대가 높아진 순간이었다.
그러나 이어진 장관의 발언은 기대와 달랐다. 김 장관은 "2기(윤석열 정부) 국가 물관리위원회에서 보 처리방안을 취소해 버리는 결정은 졸속이었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정한 내용이기 때문에 유역별 협의체에서 전체적으로 재점검을 할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가 수년에 걸쳐 마련한 보 처리방안을 원상회복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처음부터 논의 과정을 밟겠다는 의미였다. 장관의 재자연화 의지가 불안하다고 느낀 보철거시민행동은 농성을 계속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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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환경단체들은 기후에너지환경부(이하 기후부) 실무진과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4개월에 걸쳐 4대강 재자연화 계획을 함께 논의했다. 4대강 유역 활동가와 전문가, 기후부 물 정책 실장 이하 실무자들이 참여해 15차례 이상 회의를 거쳐 보고서를 완성했다. 그러나 김성환 장관은 보고서를 수용하지 않았다.
"그 보고서는 기후부의 예산이 투입됐고 기후부의 실무자들이 참여한 기후부의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그런데도 장관이 그것을 반려하고 있는 거죠." ― 임도훈 (보철거시민행동 상황실장)
환경단체들은 장관과의 대화 과정에서 그가 "여건이 되는 보부터 개방 과정을 밟겠다"고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것에도 문제의식을 갖게 됐다. 만약 '여건'이 주민 수용성을 의미한다면, 낙동강의 경우 재자연화를 사실상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여건에 대한 기준과 그것을 적용했을 때 판단할 수 있는 근거는 없어요. 근거는 오로지 장관의 판단이나 기후부의 판단에서 아직 여건이 충족되지 않았다 하면 안 된 거예요. 지역 수용성에서도 주민 반대가 심하다 하면 안 되는 거예요." ― 강호열 (낙동강네트워크 대표)
보 처리 용역 공고에 '탄력운영' 포함... 전문가들 "재자연화 아니다"
기후부는 2026년 2월, 4대강 보 처리방안을 마련하는 별도 연구용역을 공고했다. 그런데 이 용역 과업지시서에 보를 '탄력운영'하는 방안이 검토 시나리오 중 하나로 포함됐다.
탄력운영이란 보를 철거하거나 완전히 개방하지 않고 존치한 채, 녹조가 심할 때만 수문을 열어 흐름을 일시적으로 개선하는 방식이다. 기후부는 "상시개방처럼 보 존치를 전제로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낙동강 생태를 수십 년간 연구해온 주기재 부산대 생명과학과 명예교수는 탄력운영이 생태계에 해를 끼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물이 흘렀다 멈췄다 하면 수중 생태계가 지속적인 충격을 받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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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시절 금강·영산강 보 처리 결정을 주도한 허재영 전 국가물관리위원장도 탄력운영이 국정과제의 진정한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보를 철거하자거나 상시 개방하자는 안은 다소 부담이 있을 거고, 탄력운영은 부담이 제일 적을 거거든요. 그래서 아마도 탄력운영이 대안으로 포함된다면 탄력운영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다소 높은 거죠. 탄력운영이란 게 녹조가 심하면 수문을 얼마간 개방했다가 또 녹조가 사라지면 다시 수문을 닫겠다 그런 얘기인데요. 대통령 공약과 국정과제로 채택됐던 4대강 자연성 및 한반도 생물 다양성 회복을 위해서는 진정한 대안이 될 수는 없는 거죠." ― 허재영 전 국가물관리위원장
4대강 재자연화 없이 녹조 줄이기에 골몰하는 기후부
김성환 장관 취임 후 기후부는 4대강 재자연화에 대한 뚜렷한 결단 없이 녹조 줄이기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월 25일 기후부는 '생활하수와 가축분뇨 관리, 비료 과다살포 방지 등을 통해 녹조 원인물질인 총인을 30% 감축하고, 이를 통해 하절기 녹조 발생을 50% 이상 저감하겠다'고 발표했다. 총인을 낮추는 것은 필요한 대책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녹조를 획기적으로 줄이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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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는 임기 내내 낙동강의 보를 개방하지 않고 야적퇴비와 가축분뇨 관리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총인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낙동강 핵심 수질 측정 지점인 물금(경남 양산)에서 측정한 총인(TP) 농도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오히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부 수질 측정망 자료에 따르면, 물금 지점의 총인 농도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부터 2021년까지 0.038~0.042mg/L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출범 첫해인 2022년에는 0.034mg/L로 일시적으로 낮아졌다가, 2023년 0.047mg/L, 2024년 0.046mg/L, 2025년 0.048mg/L로 상승했다.
수십 년 동안 낙동강의 남조류(녹조) 현상을 연구해온 주기재 부산대 명예교수는 "설사 총인을 줄이더라도 보로 막힌 낙동강의 긴 체류시간이 녹조 번성의 조건을 상쇄한다"고 설명했다.
"보를 완전히 개방한다 하더라도 하구둑이 저렇게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물이 밀려 가지고 오게 되면 남조류 번성을 피할 수가 없는데 보를 열지도 않는 상태에서 남조류 문제를 다른 방식으로 해결한다는 것은 더더욱이 어렵다는 거죠. 부산·경남의 6백만 국민이 미량 유해물질과 녹조 문제로 고통을 받고 있거든요. 식수의 안정성에 초점을 맞춘다면 보를 열지 않고 다른 방식으로 열심히 노력한다는 거는 제가 볼 때는 흔히 우스개 소리로 '한강에 돌 던지기' 수준이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이 많이 듭니다."
-주기재 부산대 생명과학과 명예교수
기후부 "환경단체와 추가 논의 중"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뉴스타파에 "환경단체와 지속 소통하며 제안을 반영하되, 보 처리 방안 마련에 대해서는 추가 논의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4대강 사업으로 16개의 보가 강의 흐름을 막은 지 벌써 14년이다. 이재명 정부가 지금처럼 소극적인 정책을 유지한다면, 미래세대는 4대강이 자연의 강으로 살아나는 모습을 보기 어려울 것이다.
뉴스타파 최승호 choish@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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