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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07 (토)

    대한민국 방망이 짊어진 두 어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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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WBC 한일전… 한국계 두 거포 위트컴·존슨, 10연패 끊어줄까

    조선일보

    2026 WBC 한국 대표팀에 합류한 메이저리거 셰이 위트컴(왼쪽)과 자마이 존스가 배트를 어깨에 걸치고 포즈를 취했다. 어머니가 한국계 미국인인 두 선수는 지난 5일 체코와의 1차전에서 3홈런을 합작, 17년 만의 8강 진출을 노리는 한국의 ‘우타 거포 라인’을 형성했다./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그래픽=양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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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야구 대표팀은 5일 일본 도쿄돔에서 체코를 11대4로 꺾고 17년 만에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첫 경기에서 승전고를 울렸다. 승리의 중심엔 “어머니의 나라를 위해 뛰고 싶다”며 태극 마크를 단 셰이 위트컴(28·휴스턴 애스트로스)과 자마이 존스(29·디트로이트 타이거스)가 있었다. 위트컴이 3회와 5회 연타석 홈런을 날렸고, 존스가 8회 쐐기포를 꽂았다.

    WBC는 부모 중 한 명의 혈통에 따라 해당 국가 대표팀으로 출전할 수 있는 규정이 있다. 한국계 미국인 어머니를 둔 위트컴과 존스가 나란히 류지현호에 합류할 수 있었던 이유다. 두 선수의 어머니는 이날 도쿄돔에서 아들의 활약상을 직접 보며 감격에 젖었다. 존스는 경기가 끝나고 관중석에 있던 어머니에게 손으로 큰 하트를 만들어 보였다.

    존스의 어머니 미셸은 한국계 미국인이다. NFL(미 프로풋볼) 디트로이트 라이언스에서 수비수로 뛰었던 남편 안드레 존스가 2011년 뇌 질환으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탓에 14세 자마이를 포함한 6남매를 홀로 키웠다. 어머니의 헌신적인 보살핌 속에 메이저리거로 성장한 존스는 2024년 뉴욕 양키스 소속으로 어머니의 날(5월 둘째 일요일)에 MLB 첫 홈런을 쏘아 올렸다. 지난해엔 아버지의 흔적이 남아 있는 도시 디트로이트에서 새로운 야구 인생을 시작했다. 2025시즌 그는 타이거스 유니폼을 입고 72경기에 나서 타율 0.287(129타수 37안타) 7홈런 23타점을 기록, 팀 타선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존스는 이번 WBC를 앞두고 에이전시를 통해 먼저 “한국 대표팀에 합류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 방망이에 태극기를 그려 넣을 만큼 강한 의지를 보인 그는 “아이를 낳아 키워보니 한 명도 쉽지 않은데, 어머니는 어떻게 6남매를 키워내셨는지 새삼 존경스럽다”며 “어머니를 기쁘게 해 드리기 위해 꼭 한국 유니폼을 입고 싶었다”고 말했다. 어머니 미셸은 체코전 5회가 끝난 뒤 한국 취재진을 만나 “나는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여전히 한국과 강하게 연결돼 있다고 느낀다”며 “한국을 정말 사랑하기 때문에 아들이 내 조국을 위해 그라운드에 선다는 사실이 무척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홈런 하나 쳐 달라는 어머니의 부탁에 8회 솔로포로 화답한 존스는 “어머니는 체구는 작지만, 그 사랑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크다”며 웃었다.

    위트컴도 경기 후 인터뷰에서 “한국 대표팀 유니폼은 나에게 모든 것을 의미한다”며 “사랑하는 어머니의 나라를 위해 뛰고 이 팀의 일원이 되는 것은 큰 영광이자 축복”이라고 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아버지 레인 위트컴과 한국계 어머니 유니(한국명 최윤희) 위트컴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2020년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지명을 받았다. 2024년 MLB 무대에 데뷔한 아들을 응원하기 위해 야구장을 자주 찾았던 최윤희씨는 “아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쳐보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며 “그래도 이렇게 잘 자라 우리나라 팀에 보탬이 될 수 있어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한국은 7일 오후 7시 도쿄돔에서 야구 세계 랭킹 1위 일본과 조별 리그 2차전을 치른다. 일본은 좌완 강속구 투수 기쿠치 유세이(LA 에인절스)가 선발로 나오기 때문에 우타자들의 활약이 승부의 열쇠가 될 전망이다. 이대호 이후 국제 대회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우타 거포가 없었던 한국 야구는 이번 대회에 23세 듀오 김도영(KIA)과 안현민(KT)에, 존스와 위트컴까지 가세하며 강력한 우타 라인을 구축했다.

    2015년 프리미어12 준결승 4대3 승리 이후 일본에 10연패(1무) 중인 한국은 언더핸드 고영표(KT)가 선발 투수로 나설 예정이다. 그는 5년 전 도쿄 올림픽 준결승에서 일본을 상대로 선발로 나서 5이닝 2실점으로 버텼지만 팀은 2대5로 패했다. 고영표는 “한일전엔 무언가 마음속에서 끓어오르는 게 있다. 그럴수록 더 냉철하게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호주는 6일 체코를 5대1로 꺾고 2연승으로 C조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도쿄=양승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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