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07 (토)

    [류정의 재팬 나우] 임신하면 5만엔, 18세 이하 병원비 무료… 2조엔 쏟아부어 출생아 늘린 도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AI 중매 앱 만들어 짝 찾아주는 등

    결혼~아이 고교 졸업 때까지 지원

    9년 만에 아기 울음 1.3% 증가 반전

    얼마 전 도쿄에 부임한 뒤 구청에 주소 등록을 하러 갔다. 초등학생 자녀를 세대원으로 등록하자, 직원이 ‘아동 수당’을 신청하라며 서류를 건넸다. 도쿄도가 0~18세 자녀에게 1인당 매달 5000엔(약 4만6000원)씩 주는 ‘018 서포트’ 제도였다. 사람 귀한 일본이 출산 장려에 많은 힘을 쏟고 있다는 건 알았지만, 장기 체류 외국인에게도 같은 혜택을 주는 것을 보고 놀랐다.

    국민건강보험에 가입했더니 2주 뒤 ‘어린이 의료증’이 우편으로 도착했다. 의료증을 들고 병원에 가면 통원뿐 아니라 입원 치료까지 자기 부담 비용이 무료가 된다고 안내돼 있었다. 원래는 의료비의 70%만 건강보험이 지원하고 30%는 본인 부담이다. 하지만 도쿄도는 자체 보조금을 얹어 18세 이하의 자부담을 ‘0’으로 만들어주고 있었다.

    도쿄도의 이 같은 출산·육아 복지가 일본 내에서도 압도적이라는 사실은 최근에 알게 됐다. 후생노동성은 작년 일본의 출생아 수가 역대 최저(70만5809명)라고 발표했는데, 2024년 노토 반도 지진으로 출생이 급감했다 지난해 증가한 이시카와현을 제외하면 유일하게 늘어난 곳이 도쿄도였다. 9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서 전년 대비 1.3% 늘어난 8만8518명이 태어났다.

    오사카시 전체 예산에 맞먹는 2조엔의 예산을 출산·육아 정책에 투입한 결과다. 도쿄도의 지원은 결혼부터 임신·출산, 아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전방위적이다. 임신하면 5만엔, 출산하면 10만엔을 주는 ‘아카짱(아기) 퍼스트 기프트’는 최근 물가 상승을 감안해 3만엔을 추가로 얹어준다고 한다. 난임 치료에 1회당 15만엔, 난자 동결 보존에 최대 30만엔, 무통 분만에 최대 10만엔을 지원한다. 아이가 어릴 때 가장 부담이 되는 ‘이모님(베이비시터) 비용’도 준다. 만 6세 이하면 연간 144시간까지 시간당 2500엔을 보조받을 수 있다. 이미 유치원과 초중학교는 국가 차원에서 무상 교육인데, 도쿄도는 자체 재정으로 고등학교까지 무상화를 실현했다.

    2024년엔 젊은 남녀가 결혼을 많이 할 수 있도록, 도가 직접 중매 역할을 하는 AI 기반 앱 ‘도쿄 엔무스비(인연맺기)’도 개발했다. 도쿄도가 신분을 인증하기 때문에 검증된 만남을 할 수 있고, AI가 취향이 맞는 상대를 추천해 줘 인기가 많다. 최근까지 이 앱에 1만3000명이 등록해 120쌍이 결혼했다고 한다.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는 저출산을 “사회를 뒤흔드는 국가적 과제”로 규정하고 결혼부터 육아까지 끊김 없는 지원에 나서고 있다. 올해 배정된 육아 관련 예산은 2조2000억엔으로 2016년 취임 당시의 2배로 늘었다. 한편에선 도쿄도의 독주가 지자체별 빈익빈부익부, 도쿄일극화를 심화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돈을 쏟아부어 사람이 한 명이라도 더 태어난다면 다행인 곳이 지금의 일본이다.

    조선일보 국제부가 픽한 글로벌 이슈!

    원샷 국제뉴스 더보기

    [도쿄=류정 특파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