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정 모호, 당분간 저자세”
노란봉투법 시행을 앞두고 노동부, 산업부 장관을 비롯해 재계가 지난 1월 21일 오후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사진은 이날 서울 여의도 파크원에서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상근부회장이 회동에 참석하는 모습. /박성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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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노란봉투법 시행을 앞두고 경영계에선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법 시행 전부터 다수의 하청 노조가 교섭을 요구하고 있는데 대비할 수 있는 게 거의 없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당장 누구와 교섭을 해야 하는지부터 알기 어렵다고 말한다. 한 제조업체 노무 관계자는 “교섭을 하기 위해선 사용자성이 성립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규정이 모호해 판단이 어렵다”며 “원청 업체 입장에선 하청 노조와 교섭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대비를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
이러다 보니 기업들 사이에선 일단 노조를 자극하지 말자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특히 ‘노란봉투법 1호 사업장’이 되는 건 피해야 한다는 게 기업 관계자들이 공통적으로 내놓는 얘기다. 정치권에서 몇몇 업체 이름이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는데, 이들은 “노조에 밉보일 경우 후환이 두렵다”며 “당분간 저자세로 노사 문제를 대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외부 자문이라도 받겠다며 대응 방안 마련에 나선 기업들도 있다. 노조 조직률이 높고 협력 업체가 많은 곳일수록 우려가 크다. 한국전력 산하 발전 공기업 5사(남동·중부·서부·남부·동서발전)는 올 초 공동으로 2억3000만원을 들여 노란봉투법 관련 컨설팅 용역을 발주했다. 교섭 과정에서 사용자성 판단 기준과 손해배상 책임 등을 사전에 점검하기 위한 것이다.
당초 정부의 노란봉투법 해석 지침이 혼란을 줄여줄 것이란 기대도 있었지만, 정부의 갑작스러운 입장 변화에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원청과 하청 노조가 교섭 창구를 단일화하고 필요한 경우 교섭 단위 분리 절차를 따로 거쳐야 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지난달 말 해석 지침을 확정하며 하청 노조끼리만 창구 단일화를 하면 된다고 번복했다. 이를 두고 기업들 사이에선 “정부가 말을 바꿔, 수많은 하청 노조와 교섭 테이블을 차려야 한다는 우려가 현실화됐다”는 반응이 나왔다.
[윤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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