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도심 외곽 미군의 핵시설 공격으로 버섯구름이 생겨나는 딥페이크 영상./X |
가짜가 너무 많다, 지난달 28일(현지 시각) 시작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 영상 이야기다. 일주일이 지난 전쟁 모습은 대부분 이란 현지나 이란의 반격으로 폭파된 이웃 국가들 모습인데, 현지 시민들이 찍은 폰카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올라와 전 세계로 퍼진다.
빠르게 넘겨보면 그럴 듯하다. 여기엔 쉽게 보고 넘기는 숏폼의 특성도 한몫한다, 알고 나면 어처구니없는 조작들이다. 과거에 가짜 영상은 포토샵 합성이었다. 수법은 조잡하고 싸구려여서 조금만 관찰하면 찾기 쉬웠다. 그런데 요즘 AI 딥페이크 영상은 확인 안 하면 온갖 뉴스에서 다 가져와 쓴 후 속은 걸 나중에 알게 된다.
이란의 미사일 공격으로 미 링컨항모에 화재가 크게 번지고 있는 모습, 그런데 불을 꺼야 하는 소방선은 엉뚱한 곳에 물을 뿌리고 있다./ X |
쉽게 가려지는 영상도 많다. 링컨 미 항공모함에 이란의 폭격으로 불길이 커지는데 소방선은 엉뚱한 곳에 물을 뿌린다. 텔아비브 밤하늘에 폭탄이 비처럼 내리는 영상이나 ICBM처럼 생긴 이란제 초대형 미사일이 방사포처럼 동시에 발사되는 모습은 누가 봐도 엉터리다. 반면에 폭탄을 맞은 풍경 멀리 연기가 피어오르는데 확대하면 연기가 무대 배경처럼 멈춰 있는 모습이다.
테헤란 도심 외곽에 핵시설이 폭격을 맞아 버섯구름이 생기거나, 이란 차기 지도자라고 선출된 하메네이 차남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대국민 연설 방송을 하는 가짜도 있다. 가장 황당한 건 이란제 미사일이 날아가 미군 전투함을 폭파하는 장면. 드론이 미사일 속도를 따라갈 리 없고, 미사일이 폭파되기 전 공중에서 본 크기도 폭파되는 배만큼 크다. 미군 폭격으로 희생된 이란 어린이들의 장례식엔 같은 어린이 얼굴이 중복되는 합성 흔적이 보이기도 하고, 구글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표식인 마름모 마크가 그대로 노출된 사진도 있다.
사람들과 차량은 움직이고 있는 데에 반해 폭발 연기는 움직이지 않고 사진처럼 멈춰있는 AI 영상. /X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번 전쟁에 왜 이렇게 많은 가짜 이미지가 쏟아질까? 단순히 AI 기술이 발전해서가 아니다. 4년 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과의 전쟁 영상은 대부분 진짜였다. 전장에서 우크라이나나 러시아군의 통제는 없었다. 기자들이 직접 따라다니며 찍었다. 장갑차에 Z를 써 놓고 육상으로 밀고 온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사실 처음부터 지상전이었다. 최초의 드론 전쟁이라고 부를 만큼 무인 드론의 활약도 뛰어났지만, 여전히 총을 든 군인들이, 군인들이 모자라면 발레리나가 저격수가 되기도 하며 직접 싸우는 전투가 이어지고 있다.
이란 내 히잡을 쓴 반정부 시위, 옛 사자가 그려진 옛 팔레비 왕조 이란 깃발을 든 맨앞 시위대 참가자 손을 확대해 보면 뭉개져 있다.(오른쪽)/X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미군 폭격으로 희생된 이란 어린이 장례식 사진, 오른쪽 아래 마름모 모양은 구글 AI 제미나이로 딥페이크 이미지를 만들 때 나오는 워터마크다./X |
그에 비해 현재 하늘과 바다까지 봉쇄된 이란에서 세계 언론들이 인용하는 유일한 통로는 대부분 X(엑스)에서 나오고 있다. 요즘 제일 빠른 소식은 유튜브도, 방송도, 인터넷이 아니라 거의 X로 전달된다.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해 이름을 X로 바꿨을 때 뭐 이런 이름이 있나 싶었지만 요즘 지구 위에서 벌어지는 큰 사건은 여기서 출발한다. 어두운 이름처럼 어디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게 찾아본다. 이란 전쟁을 지휘하는 미 중부사령부의 링컨 항모 미사일도, 이란 혁명 수비대도, 이스라엘 방위군도 모두 X에 올린다. 시민들이 찍은 영상들도 X에 올라오는데 이때 AI 페이크가 쏟아진다. 찾기보다 진짜를 가려내기가 어렵다. 시간이 갈수록 페이크 영상은 정교해지고 있다.
이란군에 폭파된 이스라엘 공군기지, 엉뚱하게 전투기에 대형 깃발이 꽂혀 있다. 딥페이크이미지./X |
이란의 미사일 공격으로 미 링컨항모에 화재가 크게 번지고 있는 모습, 그런데 불을 꺼야 하는 소방선은 엉뚱한 곳에 물을 뿌리고 있다./ X |
가짜 영상을 만드는 건 적을 속이기 위한 선전(propaganda)이다. 전쟁에서 선전은 분위기를 유리하게 돌리려는 심리전의 하나. 하지만 가짜를 만드는 건 사람들의 욕망을 이용하는 사기꾼들의 특성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보고 싶은 그림은 가짜라도 만든다. 물론 현실은 그럴 리 없다. 진실은 언제나 냉정하고 어둡고 숨어 있다.
하메네이 차남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차기 지도자로 선출되어 대국민 연설 방송도 가짜다. 목소리까지 페이크 음성인데 아직 이란은 차기 지도자를 발표하지 않았다./X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란 어린이 장례식 사진도 AI 딥페이크 이미지다. 빨간 동그라미로 어린이 얼굴 사진이 중복 표시되어 있다. /X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그러나 AI가 쉽고 정교해지면서 딥페이크가 실제 영상들까지 의심하게 만들고 있다. 현재 육해공이 봉쇄된 이 지역에서 전장의 모습이 고속도로 CCTV처럼 모두 다 찍힐 리 없다. 엉뚱한 소문은 빨리 퍼지고 진짜도 의심하게 만든다. 의심하고 확인해야 한다. AI라고 쉬운 건 없다.
이란 혁명수비대가 발사하는 미사일, 로켓들이 줄을 맞춰 발사되는 딥페이크 영상이다./X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야구방망이를 들고 이슬람국가 지도자들의 머리를 한 양떼들을 끌고가는 트럼프 대통령 밈./X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조인원 기자]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