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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07 (토)

    “모두가 서울 살아야 할까요?”…지방과 서울 사이 고민하는 청년들[기울어진 나라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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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에선 숨만 쉬어도 한 달에 100만원”…월세와 생활비 부담 커

    “집값보다는 삶의 가치”…탈서울에 궁극적으로 중요한 건 일자리

    경향신문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일자리 정보를 살펴보고 있는 구직자. 문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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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간경향] “지방에서 먹고살 수 있는 괜찮은 일자리를 딱 3개라고 해요. 공무원, 교사, 자영업자. 아직 고향에 남아 있는 친구들은 대체로 저 케이스더라고요. 과연 우리가 서울로 가고 싶어서 가는 걸까요?”

    충북 청주에서 나고 자라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인턴 생활을 하며 취업을 준비 중인 서은아씨(25·가명)는 말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거의 모든 비수도권 청년 인구가 줄어드는 동안 청년 4만4000여명이 수도권으로 향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먹고살 만한’ 일자리 등의 기회가 수도권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비수도권 출신이라도 수도권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면 생애 소득 격차가 크게 벌어진다.

    하지만 지방 출신, 혹은 거주 중인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모든 청년이 ‘서울살이’를 원한다고 보긴 어렵다. 부산 출신의 한 청년은 일자리만 있다면 부모님과 부산에서 정착해 살고 싶다고 할 만큼 고향을 사랑한다. 부동산 가치보다는 여유 있는 삶을 지향하는 청년은 주거환경과 삶의 질을 생각하면 서울에 살던 시절에 비해 지방 생활에 만족하지만, 자녀 교육이나 노후를 생각하면 걱정이 생긴다. 취업 준비 기간이 길어지면서 어쩔 수 없이 고향으로 발걸음을 돌리는 청년들도 있다.

    주간경향은 지난 2월부터 수도권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지방 재이주를 고민하는 지방 출신 청년, 지방에서 취업을 준비 중인 청년, 지방에 터를 잡아 살고 있는 청년 등 20·30대 19명의 목소리를 들었다.

    역대급 ‘쉬었음’ 청년…지방 청년의 이중고


    지난 1월 20일 한국은행이 공개한 ‘쉬었음 청년의 특징과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청년층(만 20~34세) 비경제활동인구 중 ‘쉬었음’ 상태의 비중은 2019년 14.6%에서 2025년 22.3%로 약 8%포인트 뛰었다. ‘쉬었음’ 상태란 가사, 육아, 질병 등의 특정한 사유 없이 취업 준비나 교육과정 참여 등의 활동을 하지 않고 있는 상태를 뜻한다. 특히 이 쉬었음 인구 중 20대의 비중은 2025년 기준 16.5%(43만5000명)로 60대(36%)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청년 실업률 역시 6.8%로 전체 실업률(4.1%)을 크게 웃돈다.

    청년층의 첫 취업 시점도 계속 늦어지고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매년 발표하는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 자료에 따르면 청년들의 첫 취업에 평균적으로 걸리는 기간은 2020년 기준 10개월이었지만, 2024년엔 11.5개월로 늘어나 역대 최장을 기록했다. 취업하는 데 3년 이상 걸린 경우도 9.7%에 달했다.

    취업 준비 기간이 길어지면 지방 출신으로 수도권에서 취업 준비를 하는 청년들은 한층 어려움을 겪는다. 월세, 생활비 등의 부담으로 수도권에 본가가 있는 청년들에 비해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김희범씨(27)는 대구에서 나고 자라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다 대구로 돌아갔다. 김씨는 ‘U턴’의 이유로 서울의 높은 월세와 생활비를 꼽았다. 그는 대학 입학과 함께 서울에서 약 8년간 자취하다 최근 본가로 돌아가 재취업을 준비 중이다. 김씨는 “계약직으로 다니던 회사가 계약 만료가 되면서 당장 월세와 생활비가 부족해졌고, 취업이 바로 되지 않아 고향으로 내려왔다”고 말했다.

    올해 6월 졸업을 앞둔 서은아씨는 ‘숨만 쉬어도 나가는’ 비용이 한 달에 약 100만원이라고 했다. 대학교 앞 원룸 월세 60만원에 관리비, 공과금 등을 합하고 교통비, 식비 등 최소한의 생활비를 산정하면 그 정도가 나온다. 지금 하고 있는 인턴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취업 준비에 나서면 들어갈 학원비, 교재비 등에 벌써 걱정이 앞선다. 서씨는 “(생활비 부담 때문에) 본가에 내려가 준비를 해야 하나 고려도 하고 있지만 필기, 면접 등 전형 기간이 제각각이고 일이 있을 때마다 서울까지 왔다 갔다 하는 것이 부담된다”며 “본가에서는 아르바이트를 하려 해도 서울만큼 선택지가 다양하지 않은 데다, 유명한 학원들은 서울에 있어서 아마도 서울에서 당분간은 준비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소득·부동산 격차와 지역 격차


    수도권 쏠림 현상이 하루 이틀의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각종 청년 소득 격차, 부동산 관련 데이터들은 과거에 비해서도 한층 “지방에서 용 나기 힘든” 현실을 보여준다.

    경향신문

    서울 중구 남산타워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단지의 모습. 정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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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2월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청년 인구 이동에 따른 소득변화 분석’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으로 이동한 청년들의 평균소득이 2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따르면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이동한 청년의 소득은 평균 22.8% 증가해 비수도권에 계속 머무른 청년들 소득에 비해 증가 폭이 10.7%포인트 높았다. 수도권 이동 시 소득분위 상향 이동성도 34.1%로 비수도권에 머무는 청년(22.7%)에 비해 11.4%포인트 높았다.

    부동산을 중심으로 한 부의 대물림이 늘어나면서 지방 출신과 수도권 출신 간의 경제력 격차가 커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지난 1월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역 간 인구이동과 세대 간 경제력 대물림’ 보고서에 따르면 부모 세대의 경제력이 자녀에게로 대물림되는 ‘부의 세습’ 현상이 1980년대 이후 태어난 MZ세대에게서 확연히 나타나고 있다. 이런 격차를 만든 주요 요인은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부동산 가격이다. 부모 세대가 수도권에 부동산을 구입해 시세 차익의 덕을 본 계층과 그렇지 않은 계층의 격차가 자녀 세대로 이어진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지방에서 태어나 같은 지역에서 산 자녀 중 부모 소득 하위 50% 자녀의 소득이 여전히 50% 아래 머무는 비율은 과거(1971~1985년생) 50%대 후반에서 최근(1986~1990년생)엔 80%대로 높아졌다.

    광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박우영씨(31·가명)는 “현재의 삶에 만족해 수도권으로 가서 살 생각이 전혀 없지만, 노후를 생각하면 마음이 복잡해진다”며 “수도권에서 집은 자산 증식 수단의 의미가 있는데 (부동산 투자를 하지 않으면) 주식이나 코인밖에는 답이 없다”고 말했다.

    지방필패? 무엇이 지방소멸을 만드는가


    인터뷰에 응한 청년들은 지방에서 사는 것이 많은 부분에서 한계가 있긴 하지만, 지방살이의 분명한 장점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같은 가격으로 더 ‘인간다운’ 주거환경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대전에서 초·중·고를 나오고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이선형씨(25·가명)는 “(지역 문제를 주로 부동산, 쇠락 등으로 다루는 것이) 선입견을 강화한다고 생각한다. 지방으로 가는 것을 왜 실패한 것처럼 표현하는지 모르겠다”며 “서울은 사람이 너무 많고 분주한 느낌이 싫었다. 공무원을 준비하는 이유도 다시 대전으로 가서 살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집값이 지나치게 높은 현실도 청년들이 지방 정착을 꿈꾸는 이유 중 하나다. 제주도에서 태어나 대학 졸업 후 충북에서 대학원을 다니고 지난해부터 서울에 있는 재단에서 인턴으로 근무 중인 박지원씨(30·가명)는 언젠가 다시 고향에 정착해 사는 것이 꿈이다. 박씨는 “서울에서 월세를 내기도 빠듯한데 이곳에서 집을 사는 건 엄두도 나지 않는다. 작년에 고향에 갔는데 친구가 사는 집이 내가 사는 원룸보다 월세는 10만원 더 저렴한데 투룸에 거실도 있어 충격이었다”며 “적어도 지방에서는 (갭투자나 주식 등 투자에 기대지 않더라도) 성실히 일하면 근로소득만으로도 내 집을 마련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있다. 서울에서 집을 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고, 서울에서 경험을 쌓아 지방에 취직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 출신으로 결혼 후 청주에서 살고 있는 공무원 정재영씨(37·가명)는 “서울에서는 15평짜리 전세를 얻을 수 있는 돈으로 여기서는 통칭 ‘국평’ 아파트 정도는 구매가 가능하다. 대출을 많이 받을 필요도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며 “사교육을 위해서라도 수도권, 학군지에 가야 한다고들 하지만 별로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충북 충주 출신으로 서울에서 사무직 근무 중인 현주영씨(25·가명)가 고향 주변의 일자리를 찾고 있는 데는 대학 시절 교환학생, 인턴으로 인도네시아와 태국에서 체류했던 경험이 영향을 미쳤다. 현씨는 “동남아에서 지냈던 시절 상대적으로 국내에 비해 주거비용이 덜 들다 보니, 주거가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이 굉장히 크다는 것을 실감했다”며 “수도권에서 재개발 수익을 노리며 열악한 공간에 사는 것을 지칭하는 ‘몸테크’라는 단어도 있던데, 제게 있어선 집은 가족과 즐겁게 살아가는 주거공간의 의미다. 무리하는 것보다는 감당 가능한 선에서 가족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 삶의 목표이기 때문에 고향에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출퇴근 시간 단축으로 인한 시간적 여유,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 등도 지방 거주를 원하는 이유로 꼽았다. 정재영씨는 “서울에서 출퇴근하던 시절 강동구에서 강남, 여의도까지 출퇴근하면 왕복 2시간이 걸렸다. 남편도 잠깐 경기도 용인에서 강원도 원주로 출퇴근했을 때가 있었는데 그땐 거의 초주검 상태로 집에 와서 개인 삶이 없다시피 했다”면서 “서울에서는 집값 등의 문제로 직주근접이 어려운데 여기(청주)에 사는 것의 가장 큰 장점은 출퇴근 시간이 크게 줄어 충분히 육아, 운동에도 시간을 쓸 수 있다는 점이다”고 말했다.

    정석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한국은 수도권의 동심원을 계속 키우는 방식으로 발전해왔다. 그 결과 수도권에 모든 게 모여 있는 기형적인 구조가 됐다”며 “수도권 중심에서 벗어나 청년들이 다양한 형태의 정주를 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철도, 버스 등의 대중교통만 보더라도 작은 도시끼리 이동하려면 중심 도시를 경유해 멀리 돌아가야만 하는 구조다. 행정구역 중심의 지방 정책을 넘어 지방 도시 간 대중교통 확충, 정액제 도입 등을 통해 흐름을 자유롭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 중심의 일자리


    청년들은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일자리라고 입을 모은다. 경남 김해 출신으로 진주에 있는 공공기관에서 계약직으로 근무 중인 박신우씨(26)는 “지방이 좋아서 남거나 반대로 서울이 좋아서 가고 싶은 게 아니다. 일자리에 대한 기회가 진주에 있어서 진주에 있는 것”이라며 “양질의 일자리가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대부분의 지방 청년들이 서울로) 올라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턴십 등 취업 준비 청년들을 위한 기회가 많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경남 김해에서 대학에 다니며 부모와 거주 중인 양동혁씨(25)는 “지역 구직자들이 지방 소재 기업에서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지역 인턴십 기회가 확대돼야 한다”며 “(수도권 소재 기업들은) 구직자들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무조건 지원을 하지만, 지역에 있는 기업들에 대해선 알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없다. 구직자들이 인턴십 등을 통해 지역의 회사에서 직접 일해보고 어떤 기업들이 있는지 알게 되면 정착으로 이어지는 비율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호 한국고용정보원 고용정보실장은 기존의 중앙·기업 중심의 지원에서 벗어나 지역·인간 중심의 지역 일자리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실장은 “과거엔 지방에도 석유화학, 조선업, 철강 등 지역의 특징이 되는 기반산업들이 있어서 청년들에게 ‘괜찮은 일자리’를 제공했지만, 산업구조가 빠르게 변하고 그나마 새로 생기는 제조업 공장들도 자동화되면서 지방에 괜찮은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 지방 인구가 줄다 보니 제조업뿐 아니라 서비스, 돌봄노동 등도 수요가 거의 없다”며 “반면 새로 생기는 IT, 비즈니스서비스업 등의 일자리는 수도권에 몰려 있기 때문에 과거처럼 ‘제조업 공장’을 지방에 유치한다는 단선적인 방식은 실효성 있는 일자리 대책이 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원·하청 구조 개혁 등을 포함해 지방에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일자리를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대안이라고 말한다. 이 실장은 “지방 제조업들은 대부분 대기업의 하청업체들인데 연구개발(R&D)나 실질적인 결정 등은 모두 중앙에서 하고 지방에는 최저임금 수준의 하청 일자리만 있는 실정”이라며 “R&D 단계에서부터 제조업 공장과 함께 가며 지역 청년들이 장기적으로 숙련도를 쌓고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들도록 중앙과 지방 정부가 ‘이어달리기식’ 정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김은송·박민규·안효빈·임주영·하주언 수습기자와 함께 취재했습니다.

    김지원 기자 deepdeep@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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