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은 우선 ‘유가’로 다가온다. 전쟁이 격화하면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로 치솟았다. 국내 증시도 직격탄을 맞아 코스피가 급락했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휘청이고 있다.
유가와 코스피 수치 아래 가려진 전쟁의 또 다른 얼굴이 있다. 멀리 떨어진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기에 잘 보이지 않지만 이것이 전쟁의 ‘진짜 얼굴’이기도 하다.
폭격이 열흘째 이어지고 있는 이란에서 석유는 하늘을 뒤덮은 검은 구름의 얼굴로 다가왔다. 이스라엘이 테헤란의 석유 저장고를 공습하면서 공기 중에 독성물질이 퍼지고 유독물질이 녹아든 산성비가 내렸다. 연기가 해를 가리고, 밤에는 공습으로 불길이 치솟으면서 밤은 낮이 되고, 낮은 밤이 됐다. 1000만명에 달하는 테헤란 시민들은 유독가스로 인한 호흡기 질환에 노출됐다. 죽음도 있었다. 이 공격으로 최소 6명이 숨지고 20명이 부상당했다.
더 참혹한 죽음도 있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이란 남부의 소도시 미나브의 샤자레 타이예베 여자초등학교 건물 위로 미사일이 떨어졌다. 이란에선 토요일이 ‘월요일’과 같다. 당시 학교는 학생들로 가득했다. 학생 168명과 교사 14명 등 최소 182명(이란 국영통신사)이 주검이 됐다.
많은 증거가 공습 주체가 미군이라고 가리키고 있다. 학교는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 해군기지 바로 옆에 위치해 있었으며, 학교 폭격은 혁명수비대 기지에 대한 정밀타격과 함께 이뤄졌다. 미군 토마호크 미사일이 혁명수비대 기지를 타격하고, 곧이어 학교 방향에서 거대한 연기 기둥이 치솟는 모습이 담긴 영상도 공개됐다. 이란전에 참여하고 있는 국가 중 토마호크를 가진 곳은 미군이 유일하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초등학교 공습이 “이란의 소행”이라며 “이란의 공격은 정확도가 형편없다”고 책임을 돌렸다.
8일 기준 미·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이란에서 1205명이 숨졌다고 미국에 본부를 둔 인권운동가통신(IRNA)은 집계했다. 이 중 어린이는 194명에 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고유가는 미국과 세계의 안전과 평화를 위해 지불해야 할 아주 작은 대가일 뿐”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쟁으로 숨진 1000명 이상의 이란인은 ‘대가’ 축에도 끼지 못한다.
그는 이란 공격을 시작하며 이란 국민을 향해 “자유의 시간, 풍요롭고 찬란한 미래가 여러분 앞에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란인들이 마주친 것은 끝없는 불길과 무고한 어린이의 죽음이다.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폭살 이후 그의 강경 정책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아들 모즈타바가 최고지도자직에 올랐다. 자유도, 찬란한 미래도 난망하다.
세계 에너지 시장 불안과 중동 이웃 국가 공격으로 전선을 확대하는 것은 이란이 세계 최강 군사력의 미국에 맞서는 전략이기도 하다. 이란은 이를 ‘미치광이 작전’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뚜렷한 명분도, 목표도 제시하지 못한 채 세계를 혼란으로 몰아갈 전쟁을 시작한 트럼프 대통령 또한 ‘미치광이’처럼 보인다. 무엇을 위한 전쟁인가. 트럼프 대통령도 그 답을 잘 모르는 것 같다.
이영경 국제부 차장 |
이영경 국제부 차장 samemind@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더보기|이 뉴스,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 점선면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