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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11 (수)

    [송두율 칼럼]선택된 전쟁, 생존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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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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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란서 시작된 이번 충돌은 단순한 중동 지역 분쟁이 아니라, 가장 위험한 성격의 전쟁이다
    미국의 전략과 중국 부상, 그리고 북한·이란 생존 전략이 교차하는 새 지정학적 전선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한쪽에는 전략적 전쟁이 다른 쪽에는 생존 전쟁이 될 때, 그 충돌은 쉽게 끝나지 않는다

    중동은 수십년 동안 끊임없는 위기의 지역이었다. 그러나 최근 이란, 이스라엘, 그리고 미국 사이에서 전개되는 국면은 새로운 단계에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동안 이 지역의 갈등은 은밀한 작전과 대리전, 제한된 군사행동의 형태로 진행됐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열이틀 동안 지속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작전 이후 상황은 분명히 달라졌다. 이제 중동의 충돌은 더는 보이지 않는 ‘그림자 전쟁’의 수준에 머물지 않고 공개적인 전략적 대결의 단계로 변했다.

    이번 충돌의 구조는 단순한 군사적 충돌만이 아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에는 전략적 목적을 위해 선택된 전쟁일 수 있지만, 이란에는 체제의 존속이 걸린 생존 전쟁이다. 바로 이 비대칭성이 오늘의 중동 위기를 규정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오랫동안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저지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의 그림자 전쟁을 수행해왔다. 사이버 공격, 핵과학자에 대한 표적 암살, 군사시설 파괴 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이에 대응해 이란은 ‘저항의 축’이라 불리는 지역 동맹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레바논의 헤즈볼라, 이라크의 시아파 민병대, 예멘의 후티 반군 등이 그 축을 이루고 있다. 이 전략의 목적은 직접적인 전면전을 피하면서도 이스라엘을 지역적으로 포위하는 비대칭적 억지체제를 형성하는 데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6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의 군사 및 핵 관련 목표를 직접 공격하면서 이러한 미묘한 균형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수십년 동안 유지되던 간접적 대리전의 구조가 약화하고, 이제 이란과 이스라엘이 전략적으로 직접 대치하는 국면이 형성됐다. 미국 역시 더는 외부의 후원자가 아니라 전쟁의 적극적인 행위자로 등장했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이란 내부의 정치·경제적 위기도 존재한다. 최근 몇년 동안 이란에서는 경제난과 정치적 억압에 대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발생했고, 이는 강경한 진압으로 이어졌다. 동시에 이란이 구축해온 지역 동맹 네트워크 역시 여러 지역에서 약화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란의 전략적 약점을 활용해야 한다는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의 판단이 미국의 결단에 영향을 주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충돌의 위험 키우는 비대칭성

    그러나 이러한 분석만으로는 국가의 생존이 직접 위협받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이 왜 이 시점에서 이란과의 충돌을 선택했는지를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 트럼프 행정부가 국내 정치적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군사행동을 활용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러나 미국 지도부가 제시하는 전쟁의 목적과 시간표는 놀라울 만큼 모호하다. 과연 목표는 무엇인가. 이란 정권의 무조건 항복인가, 지상군 투입 없이 공습만으로 정권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는 계산인가, 아니면 이란 내부의 반정부 세력이 새로운 정부를 세울 수 있다는 판단에 근거한 것인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후 미국 사회에는 또 다른 대규모 지상전에 대한 정치적 의지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한다면 미국은 지금 매우 복잡한 전략적 딜레마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미국과 이스라엘에 맞서는 이란의 전략은 무엇인가. 이란 지도부는 이 전쟁을 체제의 존속이 걸린 생존 전쟁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이스라엘의 압도적인 군사력에 정면으로 맞서는 전면전에서 승리하기 어렵다는 사실 역시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이란은 다른 방식의 전략을 선택하고 있다.

    그 핵심은 지역적 혼란을 확산시키는 비대칭 전략이다. 이란은 드론과 미사일을 활용한 장거리 타격 능력을 강화하는 한편, 미국의 군사기지가 집중된 바레인과 카타르, 아랍에미리트연합, 오만, 사우디아라비아의 에너지 인프라를 압박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동시에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석유 수송을 위협함으로써 세계 경제 전체에 충격을 줄 수 있는 지렛대를 확보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이 아랍 주변국들을 적으로 돌리는 패착이 될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이란의 계산은 다르다. 만약 이란이 패배한다면 중동의 균형 자체가 무너지고 그 충격은 아랍 국가들뿐 아니라 세계 경제 전체로 확산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내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란은 자신의 생존을 지역적 혼란의 확대와 연결하는 일종의 관리된 혼란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셈이다.

    이 전쟁의 구조는 매우 비대칭적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압도적인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정치적 제약 속에 있다. 반대로 이란은 군사적으로 열세이지만 지역 전체의 불안정을 증폭시킬 수 있는 전략적 수단을 가지고 있다. 이 점에서 이번 전쟁은 단순한 승패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에는 선택된 전쟁일지 모르지만, 이란에는 체제의 존속이 걸린 생존 전쟁이다. 바로 이 비대칭성이 중동의 충돌을 더욱 위험하게 만들고 있다. 이란의 새로운 최고지도자로, 공습으로 사망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차남 모즈타바의 선출은 이를 전달하는 강한 메시지다.

    2015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다섯 나라와 유럽연합이 참여해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제한하는 협정이 체결되었지만, 이 협정은 2018년 트럼프 행정부의 탈퇴로 사실상 무력화되었다. 이후 이란 문제는 점점 더 세계 전략의 문제로 변해갔다.

    특히 미국의 전략적 시야는 이미 중국이 부상하고 있는 아시아·태평양으로 이동해 있다. 그런 점에서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 문제에 깊이 개입하는 이유를 중국과 이란을 연결하는 석유의 지정학에서 찾는 해석도 설득력이 있다. 이란의 석유는 단지 중동의 자원이 아니라 중국의 에너지 전략과 직결된 세계 정치의 한 축이기 때문이다.

    세계 질서 자체를 흔들 가능성

    이 지점에서 또 하나의 행위자가 등장한다. 바로 북한이다. 북한은 오래전부터 이란과 군사기술 협력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 뿌리는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란은 미사일 전력이 부족했고, 북한은 스커드 계열 미사일을 제공하며 협력을 시작했다. 따라서 이번 이란 사태를 북한이 단순한 지역 분쟁으로 바라보지는 않을 것이다. 두 나라는 서로 다른 지역에 있지만, 미국과의 장기적 전략 대결 속에서 유사한 생존 전략을 발전시켜왔다. 북한의 관점에서 보면 이란과의 협력은 미국의 전략적 자원을 중동에 묶어두는 효과가 있다. 이러한 점에서 북한은 이번 사태를 자신의 전략적 공간을 넓히는 기회로 여길 수 있다.

    작년 말에 발간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국가안보전략서’에서 북한과 북핵 문제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미국이 북한과의 협상의 문을 열어놓은 것이라고 해석하는 분위기도 있다. 그러나 북한은 핵보유국 인정과 적대정책 철회라는 기존 대미정책의 기본을 이번 조선노동당 9차 대회에서도 다시 확인했다. 이란과 북한이라는 두 국가는 미국과의 장기적 전략 대결 속에서 서로 다른 지역에서 유사한 생존 전략을 모색했지만, 핵을 이미 보유한 북한과 그러지 못한 이란은 생존 전쟁에서 이렇게 다르게 나타난다.

    이란에서 시작된 이번 충돌은 단순한 중동의 지역 분쟁이 아니다. 그것은 미국의 세계 전략과 중국의 부상, 그리고 북한과 이란이라는 두 체제의 생존 전략이 교차하는 새로운 지정학적 전선의 일부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이 전쟁의 가장 위험한 성격이 드러난다. 한쪽에는 전략적 선택일 수 있는 전쟁이 다른 쪽에는 체제의 존속이 걸린 생존 전쟁이 될 때, 그 충돌은 쉽게 끝나지 않는다.

    중동의 전쟁은 언제나 국지적 충돌로 시작되지만, 결국 세계 질서 전체를 흔드는 파문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안고 있다. 특히 미·중 대결의 긴장이 집중된 대만 문제를 둘러싸고 한국에 있는 미군기지나 미국의 군사자원이 동원된다면 중국의 대응은 불을 보듯 뻔하다. 군사적 긴장이 극도로 높은 좁은 한반도에 덮칠 무서운 결과를 가늠하기도 어렵지 않다.

    이미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된 조건에서 벌어지는 전쟁은 단순한 군사 충돌이 아니다. 그것은 체제의 존속이 걸린 생존 전쟁이 된다. 선택된 전쟁은 계산 속에서 시작되고 정치적 판단으로 끝날 수도 있다. 그러나 생존 전쟁은 이와는 다르다. 그것은 국가가 살아남기 위해 끝까지 싸우는 전쟁이며, 바로 이 점에서 가장 위험하다. 지금 중동에서 벌어지는 전쟁이 이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경향신문

    송두율 전 독일 뮌스터대 사회학 교수


    송두율 전 독일 뮌스터대 사회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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