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안팎에서 지난해 중국 경제의 최대 변수는 ‘관세’일 것으로 예상했으나 더욱 깊은 시름을 주는 요인은 따로 있었다. ‘안으로 말려 들어간다’는 뜻의 ‘내권(內捲)’이다. 대기업부터 동네 가게까지 가리지 않는 무리한 할인 행사, 정부 보조금을 노리고 너무 많이 생산하는 바람에 공장 출고 즉시 번호판만 받고 중고시장으로 넘겨진 ‘주행거리 0㎞ 중고차’ 등이 모두 내권식 경쟁의 산물이자 중국 경제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상징이다.
내권은 인볼루션의 번역어이다. 중국에서는 ‘더 많이 일하고 더 많이 생산하지만 발전과 풍요로움으로 이어지지 않고 정체·퇴화한다’는 본래 의미에 더해 ‘틀에 갇힌 사고와 형식에 집착한 경쟁’이라는 뜻으로도 사용된다. 내권은 중국 경제가 앓고 있는 만성 질병과 같아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더욱 난감한 문제였다.
중국 정부는 ‘만성 질병’에 손을 대기로 결심한 듯하다. 올해부터 적용되는 경제·사회 발전계획인 15차 5개년 계획(2025~2030년)에는 내권식 경쟁 종식을 위한 보다 종합적인 구상이 담겨 있다.
중국 국무원은 올해 업무보고에서 “내권식 경쟁을 심층정비(深入整治)한다”고 밝혔다. 시진핑 국가주석 연설이나 중앙경제공작회의 등의 당정 문건에서 내권식 경쟁과 관련해 2024년에는 ‘방지’, 2025년에는 ‘종합정비’라는 표현이 쓰였다. 방지를 강조할 때 불공정 거래 단속이 강화됐고, 종합정비 강조와 함께 공정거래법 자체가 개정됐다. 심층정비의 시대에는 사회안전망과 의료·복지 개혁이 강조되고 있다. 업무보고에 따르면 중국 입법기구인 전국인민대표대회는 연내 의료보장법·보육서비스법·사회복지법을 제정할 계획이다. ‘민생보장 강화 3법’이다. 특히 30년 동안 준비한 사회복지법은 최저생계비 지원 대상을 확대하고 사회 구성원들이 복지 지원에 참여하도록 한다는 내용이 담겼으며 2차 심사까지 통과했다.
올해 성장률 목표치를 4.5~5%로 떨어뜨린 것이 무엇보다 상징적이다. 5% 성장이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판단과 함께 ‘무리수를 둘 때의 폐해를 인식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담겼다. 내권식 경쟁이야말로 대표적 폐해다. 중국 직장인들의 토로를 들어보면 내권식 경쟁은 성장 둔화의 산물만이 아니다. 기업이든 정부든 ‘위’를 보고 일하며, 성과 지표를 매겨 말단을 한도까지 쥐어짤 수 있고, 이런 성과 관리와 통제에 저항하기 힘든 구조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실제 어떤 성과를 거두게 될지는 모른다. 성장 경로를 바꾼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해결책을 마련하지만 비판적 여론의 공개 분출은 억누른다는 점에서 접근법에 한계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중국 정부가 문제에 대한 인식은 제대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도 어느 정도 공유하는 문제이기도 하거니와 중국의 도약을 결정할 진정한 시험대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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