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개월 사이 주식시장에서 56조 자금 유입
개미들 열광 속 한편에선 '상투 잡을라' 걱정도
과거 머니무브 땐 1~2년 뒤에 시장 고점 터치
ETF로 물꼬 튼 자금 흐름, 당분간 이어질 듯
주식형 펀드로의 자금 유입 규모는 금융투자협회가 발표하는 공식 데이터를 그대로 인용하면 되지만 개인투자자들의 직접투자 자금 유출입에 대해서는 약간의 설명이 필요하다. 개인투자자의 매수 여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로 흔히 ‘고객예탁금’이 거론된다. 고객예탁금은 특정 시점에 증권사 고객 계좌에 들어 있는 자금의 규모를 나타내는 지표로 흔히 주식 매수를 위해 대기하고 있는 자금으로 해석된다. 다만 고객예탁금은 주식시장에 실제로 들어오고 나가는 자금의 흐름을 보여주지는 못한다. 예를 들어 2025년 한 해 동안 고객예탁금은 32조8000억원 증가했다. 2024년 말 54조5000억원이던 고객예탁금이 2025년 말에는 87조3000억원으로 늘어났다. 겉으로 보면 대규모 자금이 주식시장에 유입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주식시장에 새롭게 들어온 직접투자 자금은 5000억원에 불과했다.
지난해 고객예탁금이 크게 늘어난 이유는 신규 자금 유입이 아니라 개인투자자들의 순매도 때문이다. 투자자가 주식을 매도한 뒤 자금을 계좌 밖으로 인출하지 않으면 그 돈은 그대로 계좌에 남게 되고 이는 고객예탁금 증가로 집계된다. 따라서 이 경우 고객예탁금의 증가는 새로운 투자자금이 유입된 결과라기보다 주식 매도의 산물에 가깝다. 이 글에서 언급하는 ‘직접투자 자금 유출입’은 이러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고객예탁금의 증감과 개인투자자들의 실제 매매 흐름을 함께 반영해 계산한 지표다. 고객예탁금이 특정 시점의 규모를 보여주는 정량 지표라면 직접투자 자금 유출입은 일정 기간 동안의 자금 흐름을 보여주는 동량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유동성은 늘 주가에 후행한다. 주가가 상승하면 상승할수록 주식에 대한 집단적 관심이 커진다. 주가 상승은 투자자들의 자기확신을 강화하는 기제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고 좋은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조바심은 후발 투자자들의 뒤늦은 몰입을 부르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강세장의 정점이나 7~8부 능선 부근에서 신규 자금이 주식시장에 유입됐다. 1980년대 후반 3저 호황 강세장에서의 투자 대중화 시기, 1990년대 중반의 1차 기관화 장세,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 바이코리아 펀드 열풍(1999년), 2000년대 중반의 주식형 펀드 붐, 2011년의 자문형 랩 열풍 등은 모두 강세장의 고점 부근에서 신규 자금이 대규모로 유입됐다. 대체로 신규 자금 유입이 급증한 직후 주식시장은 정점을 찍고 하락세로 반전하곤 했다.
올해 유입된 신규 자금도 대부분 코스피 5000~6000대에서 주식을 매수했을 것이고 중동전쟁의 여파로 이어지고 있는 외국인들의 공격적인 매도 물량을 개인투자자들이 오롯이 받아내고 있는 형국이다. 투자에 관심이 없었던 이들까지 뒤늦게 주식시장에 참여해 더 이상 주식을 살 수 있는 투자자가 없으면 주식시장의 상승 장세도 끝나곤 한다. 최근 나타나고 있는 개인투자자들의 시장 참여 확대를 주식시장의 중장기 고점 통과 징후와 연결해서 해석할 수 있을까. 작년 2분기 이후 주가가 많이 올랐기 때문에 경계심을 가질 필요는 있지만 결정적인 고점의 징후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시중 자금의 증시 유입은 대체로 일정한 추세를 형성하며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주식시장으로 향하는 자금의 물꼬가 한 번 트이면 그 흐름이 상당 기간 이어지는 패턴이 과거에도 여러 차례 관찰됐다. 코로나19 팬데믹 직후의 강세장을 떠올려보자. 코스피는 2020년 4월부터 2021년 6월까지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 기간 주식형 펀드와 직접투자 자금을 합한 신규 자금 유입 규모는 2020년 72조7000억원, 2021년 75조원에 달했다. 2020년에도 기록적인 자금 유입이 나타났지만 코스피의 정점은 2021년 6월에 형성됐다. 2003~2007년 강세장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나타났다. 주식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이 본격화한 시점은 2005년이었다. 당시 주식형 펀드를 중심으로 8조원이 유입되며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를 두고 과열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었지만 이후 2007년과 2008년에는 각각 21조원과 24조9000억원의 신규 자금이 추가로 유입됐다. 코스피의 중장기 고점은 결국 2007년 10월 형성됐다. 신규 자금 유입이 본격화한 이후에도 상당 기간 동안 자금이 계속 시장으로 들어왔고 주식시장의 정점 역시 그보다 한참 뒤에 나타났던 셈이다.
이제 막 본격화하고 있는 ‘머니무브’는 결정적인 과열 신호라기보다는 추가 상승을 이끌 수 있는 동력으로 해석하는 편이 더 자연스러워 보인다. 설령 강세장의 7~8부 능선에서 정점까지 시장을 밀어 올리는 막바지 원동력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특히 최근 들어 상장지수펀드(ETF)로의 자금 유입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올해 들어 국내 주식형 펀드에 20조6000억원이 순유입됐는데 펀드매니저가 종목을 선별해 운용하는 액티브 펀드에서는 오히려 1조3000억원이 빠져나갔다. 반면 ETF에 유입된 자금은 21조9000억원에 달한다. 최근 증시로 들어오는 자금의 상당 부분이 ETF를 통해 유입되고 있는 셈이다.
ETF는 때로 시장의 버블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미래 가치를 능동적으로 추정하기보다는 이미 시장에서 형성된 질서를 기계적으로 추종하는 구조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ETF가 시장의 인기 테마를 뒤따라 설정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자금은 기존 인기 종목의 상승 흐름을 다시 추종하면서 주가를 후행적으로 밀어 올리는 경향을 보인다. 결과적으로 시장의 기존 질서를 강화하면서 일부 종목의 밸류에이션을 버블에 가까운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기제로 작동하기도 한다. 중동 전쟁의 불확실성이 완화하는 국면에서 기존 주도 종목군이 다시 한번 레벨업되는 모습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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