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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14 (토)

    [바이오사이언스] 빨대로 숨쉬는 고통 COPD…신약 두필루맙 왜 못 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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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만에 등장한 생물학제제 치료제…급여 미적용에 환자 치료비 부담 커져

    연합뉴스

    감기인듯 아닌듯…만성폐쇄성폐질환 COPD일수도(CG)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최현석 기자 = 인간이 느끼는 고통 중 가장 압도적인 생존 위협은 단연 '질식'이다.

    호흡 곤란은 의학적으로도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가장 극심한 생리적·심리적 스트레스 요인 중 하나로 분류된다. 뇌의 공포 중추를 자극해 통증 이상의 공포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COPD(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들에게 이 감각은 노화에 따른 일시적인 불편함이 아니라 빨대를 입에 물고 숨을 쉬어야 하거나 폐 안에 물이 차오르는 것과 같은 극심한 고통과의 사투다.

    COPD 병명의 '폐쇄성'이라는 단어는 폐포가 망가지고 기관지가 좁아져 공기가 나가는 길이 막히는 COPD의 병리학적 특성을 설명한다. 폐와 기관지가 수년에 걸쳐 서서히 망가지는데, 한 번 나빠진 폐 기능을 되돌릴 수 없다는 점에서 COPD는 특히 심각하다.

    COPD는 전 세계 사망원인 3위를 차지하는 치명적인 중증 질환에 속한다.

    특히 증상이 단기간에 급격히 나빠지는 '급성 악화'는 폐 기능 저하를 2배 앞당기는 가속 페달 역할을 한다. 이러한 중증 악화 혹은 더 강도가 낮은 중등도 악화가 1년에 단 한 번이라도 발생하면 즉각적인 치료 강화가 요구된다. 악화가 3회 이상 반복될 경우 사망 위험은 4.3배, 심혈관 질환 위험은 6배까지 치솟아 생명을 직접적으로 위협한다.

    ◇ 혁신신약 '두필루맙' 등장…조기진단 정책 기반도 마련

    이에 올해부터 56세와 66세를 대상으로 국가건강검진에 폐기능 검사가 도입되며 COPD 조기 진단의 정책적 기반이 마련됐다.

    전문가들은 조기 진단과 동시에 진단 후 중증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로 연계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병행돼야 한다고 제안한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최준영 교수는 "COPD는 폐 기능의 절반 이상이 손상되기 전까지 스스로 알아차리기 어려워, 대부분 이미 병이 상당히 진행된 중증 단계에서 비로소 진단받게 된다"며 "이미 병이 진행된 중증 COPD 환자를 위한 기존 치료 선택지가 아직 일시적인 증상 완화 중심에 머물러 있다"고 설명했다.

    작년 약 10년 만의 COPD 신약이자 유일한 생물학적 제제인 두필루맙이 국내에 등장한 점이 치료 환경 조성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COPD를 비롯해 아토피 피부염, 중증 천식, 결절성 양진 등 다양한 만성 염증성 질환은 '제2형 염증'이라는 공통된 면역학적 기전을 공유한다.

    기존 흡입제가 기관지를 넓히거나 염증을 억제하는 대증적 접근에 머물렀다면 두필루맙은 염증이 발생하는 근본 원인 자체를 겨냥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두필루맙은 제2형 염증을 일으키는 핵심 신호전달물질인 인터루킨(IL)-4와 인터루킨(IL)-13의 작용을 선택적으로 차단해 제2형 염증의 근원을 조절한다.

    하나의 면역학적 기전으로 피부, 호흡기 등 여러 장기의 염증 질환을 폭넓게 타깃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시장에서 미래 블록버스터 치료제로 꼽히며, COPD는 물론 면역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글로벌 임상 논문에 따르면 두필루맙은 임상에서 제2형 염증 지표 감소를 확인했으며, COPD 환자 대상 임상에서도 연간 중등도 이상 급성 악화 위험을 최대 34% 줄이고, 유의미한 폐 기능과 삶의 질 개선을 보였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는 두필루맙의 혁신성을 인정해 COPD 치료제 최초로 '획기적 치료제(Breakthrough Therapy)'로 지정했으며, 영국 국립보건의료우수연구소(NICE)에서는 급여 적정성이 인정됐다. 국내 최신 진료지침에도 기존 치료로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환자들을 위한 옵션으로 소개되고 있다.

    ◇ 고가 치료비 부담…"중증 COPD 급여 필요"

    문제는 시간과 비용이다.

    현재 한국에서 두필루맙은 COPD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이루어지지 않아 치료가 절실한 중증 환자들조차 치료 옵션 앞에서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COPD 환자 A씨는 한 해에만 여러 차례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며 흡입기 치료를 이어갔지만 증상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아 결국 일을 그만둬야 했다.

    담당 의료진 권유로 생물학적제제 치료를 시작한 뒤에야 상태가 눈에 띄게 호전되었고 예전의 일상생활로도 돌아갈 수 있게 됐다.

    증상은 나아졌지만 곧 은퇴를 앞둔 상황에서 앞으로도 치료비를 건강보험 지원 없이 온전히 혼자 짊어져야 한다는 현실은 또 다른 압박으로 다가온다. 자칫 치료가 중단되면 다시 숨조차 쉬기 힘들었던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는 공포가 여전히 환자의 삶을 옥죄고 있다.

    이에 따라 흡입제만으로는 급성 악화를 충분히 억제하지 못하는 환자들이 적지 않은 만큼 제2형 염증의 근원을 조절하는 두필루맙에 대한 보험급여 적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준영 교수는 "환자 상당수가 경제적 활동이 어렵거나 은퇴 이후 고정 수입이 없는 고령층이기에 부담이 더욱 클 수밖에 없고, 효과적인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하면 증상 악화와 입원이 반복되면서 환자와 가족 모두의 의료비와 돌봄 부담이 가중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며 "치료제가 있음에도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가 더는 없도록, 중증 COPD 환자를 위한 신속한 접근성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허파꽈리를 손상하는 COPD
    [서울아산병원 제공·연합뉴스 자료사진]


    harri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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