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미 섀도우캐비닛 대표와 박혜민 뉴웨이즈 대표 인터뷰
박혜민 뉴웨이즈 대표(왼쪽)와 김경미 섀도우캐비닛 대표가 지난 3월 3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대담을 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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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비리의 온상, 해외 연수 먹튀, 자질 논란. 지방의회 무용론은 선거 때마다 반복된다. 그러나 지방의원 10명 중 1명만 제대로 바뀌어도 지방정치는 달라질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김경미 섀도우캐비닛 대표와 박혜민 뉴웨이즈 대표다. 두 사람은 지방의원과 지방의원 지망생을 교육하고 조례 제정을 돕고 출마를 지원하고 책을 쓰게 한다. 지방의원이 제 역할을 하면 시민의 삶도 빠르게 바뀔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김경미 대표는 평화 단체, 정치 연구소, 서울시 청년정책과, 청와대 인사비서관실을 거쳐 전략컨설팅 그룹 섀도우캐비닛을 만들었다. 박혜민 대표는 스타트업과 투자사, 항공사에서 전략기획을 하다 비영리 정치 스타트업 뉴웨이즈를 창업했다. 202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두 대표를 만나 지방의원이 왜 중요한지, 정당 밖에서 어떤 실험을 하고 있는지 들어봤다. 지난 3월 3일 경향신문사에서 김경미 대표와 박혜민 대표를 만났다.
-지방의회가 필요 없다고 보는 유권자도 많다.
김경미(이하 김) “시민 삶과 직결된 기준과 제도를 만드는 사람들이 지방의원이다. 몇 년 전 한 지자체 선거 캠프에서 전략 컨설팅을 진행하며 선거 과정에서 지역의 여러 이해관계자가 지방 정부와 의회에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려 하는지 관찰할 기회가 있었다. 선거 현장에는 정당을 가리지 않고 여러 후보와 동시에 관계를 맺으려는 사람들이 있다. 보험을 들 듯 여러 정당 후보와 관계를 만들어 두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인근 개발을 추진하는 건설업 관계자들이 선거 과정에서 여러 후보와 네트워크를 맺으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유는 단순하다. 산을 덜 깎고 아파트를 지을 수 있다면 공사비가 크게 줄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전을 위해서는 일정한 경사 기준에 맞게 절토를 해야 한다. 이런 이해관계를 시민들이 모두 알기는 쉽지 않다. 개발 기준이 왜 필요한지, 어떤 기준이 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인지도 현장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래서 지역의 기준을 조례로 만들고, 행정이 특정 이해관계와 결탁하지 않도록 시민의 입장에서 감시하고 견제하는 사람들을 뽑는 것이 지방의회 선거다.”
지난 40년 동안 정치인을 체계적으로 성장시키는 데 공 들이지 않았다면 회복에도 시간이 걸린다. 비판을 넘어서 ‘어떻게 더 잘할 수 있을까’를 묻는 사람들이 늘어날 때 정치도 바뀐다.
박혜민(이하 박) “지방의회는 정책 실험실이다. 중앙정치보다 빠르게 시험하고 성공한 사례를 다른 지역으로 확산시킬 수 있다. 전북 전주시의회 서난이 의원은 청년 건강권을 명시한 조례를 통해 직장 건강보험이 없는 청년과 전업주부에게 무료 건강검진을 지원하는 정책을 시작했다. 이 문제의식은 광화문1번가 제안을 거쳐 국가 정책 논의로 이어졌다. 부산 사하구 강현식 의원은 ‘새벽별 어린이병원’ 조례를 발의했고, 이후 박정현 국회의원이 전국 확산을 위한 국비 지원 근거 마련에 나섰다. 기초의회에서 시작된 정책 실험이 국회와 중앙정부 논의로 확장된 사례다.”
김경미 섀도우캐비닛 대표. 성동훈 기자 |
-정치 스타트업으로 지방의원과 지방의원 지망생을 교육한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교육을 하는가.
김 “정책 스타트업에 가깝다. 공공 문제를 공공·기업·시민사회가 함께 풀 수 있도록 공공과 민간 사이의 해법을 찾는 역할을 한다. 현직 지방의원 역량 강화를 위해 ‘압도적인 의정활동을 위한 역량 강화 워크숍’을 하고 있다. 서울 자치구만 봐도 추경까지 합치면 예산이 1조원 규모에 이르는 곳이 많다. 중견기업 수준이다. 평균 10여명의 지방의원이 그 예산을 감시·감독한다. 결국 예산을 읽고 분석할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하다. 그래서 예산 분석, 조례 설계 같은 실무 중심 교육을 한다. 최근에는 AI 활용 교육도 진행했다. 행정 업무 같은 반복 업무는 AI로 줄이고 정책 판단에 시간을 쓰도록 돕자는 취지다. 또 청년 지방의원들의 책 출간도 돕고 있다. 청년 의원들이 역량을 발휘해도 ‘네가 뭘 안다고 정치하냐’는 사회적 시선은 여전히 강하다. 역량 있는 청년 의원들의 말에 사회적 권위를 더하는 방법으로 책만 한 게 없다고 생각했다.”
박 “뉴웨이즈는 정치에 도전하려는 젊은 정치 지망생을 키우는 조직이다. 스타트업 업계에서 일하며 의사결정권자를 중요하게 여기고 키우려는 노력을 많이 봤다. 그런데 정당에는 그런 인재 성장 시스템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2021년 ‘젊치인’ 에이전시 모델로 뉴웨이즈를 시작했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 7개 정당과 업무 협약을 맺고, 138명의 후보를 배출하고, 40명 당선자를 만들었다. 핵심 교육은 정치 지망생을 대상으로 한 하루 집중 교육 프로그램이다.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 암묵지를 체계적인 커리큘럼으로 전달하고, 지역과 의제 기반으로 문제 해결 경험을 쌓으며 어떻게 유권자를 설득해야 하는지 함께 훈련한다. 지난해에는 현역 지방의원을 대상으로 초당적 콘퍼런스도 열었다.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이 기조연설을 했는데, 여야 갈등이 심했던 시기임에도 국민의힘 구의원이 손을 들어 정책을 자기 지역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질문하는 장면이 있었다. 소속 정당은 달라도 서로에게 배우고 또 협력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유권자 참여 방식도 실험하고 있다. ‘정책 복붙’ 기능을 통해 유권자가 특정 조례를 자기 지역에도 도입해달라고 요구하면 정치인이 검토하고 그 과정을 공개한다.”
-정당이 이런 역할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박 “정당은 선거 때마다 급하게 인재를 찾지만 상시적으로 인재를 키우는 체계가 없다. 당원이 되고 활동하다 선출직에 도전하기까지의 과정도 대부분 단절돼 있고,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인재 조직도 없다. 그래서 선거 때마다 ‘인재가 없다’며 외부 영입이 반복되고 내부에서 활동해온 청년들과 갈등이 생기곤 했다. 뉴웨이즈는 이런 공백을 메우려는 시도였다. 특히 초당적 네트워크를 만드는 데 의미를 둔다. 지금 세대는 다른 정당 사람과 교류할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에 정치에 들어간 뒤 신뢰를 쌓기가 더 어렵다. 교육 과정에서 먼저 동료가 된 관계가 이후 정치에서 중요한 자산이 된다고 본다.”
김 “지금 정당이 하는 일은 대부분 선거에 맞춰 후보를 세우고 당선을 지원하는 역할에 집중돼 있다. 선출직 당선을 위한 플랫폼처럼 작동하는 셈이다. 그러나 본래 정당은 정부의 내각, 즉 ‘캐비닛(cabinet)’을 준비하는 조직이어야 한다. 국정을 운영할 사람들을 준비시키고, 서로의 경험을 축적하고 전수하는 체계가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기획재정부가 있다면 정당 안에도 경제위원회가 있어 그 의제를 지속적으로 토론하고 그 논의가 지역 단위에서부터 올라오는 구조가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 정치에서는 그런 구조를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정당 정치가 비교적 발전한 독일과 네덜란드를 방문해 정당 조직을 살펴볼 기회가 있었는데 동네마다 정당 사무소가 있고 오프라인 토론이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정당도 유소년과 청소년 단계부터 정치적 세계관을 함께 형성하는 촘촘한 조직으로 작동해야 한다고 느꼈다. 그런 구조가 있어야 정당 안에서 인재가 성장할 수 있다.”
-좋은 인재들이 조금씩 등장하고 있지만, 지방의회에 들어가도 여러 장벽이 있다는 지적이 많다.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나.
박 “양적·질적 성장 모두 실패한 구조 문제라고 본다. 양적 측면에서는 다양한 사람이 성장할 모델이 부족하다. 질적 측면에서는 선거제도와 공천 구조가 핵심이다. 특히 공천이다. 양당 지방의원 공천은 사실상 지역 당협위원장, 즉 국회의원이 쥐고 있다. 그러니 준비된 인재가 있어도 줄을 서야 공천을 받는 구조가 반복된다. ‘지역 문제 해결에 필요한 사람’이 아니라 ‘다음 선거에 유리한 사람’이 기준이 된다. 경선이 불공정하다는 인식이 생기면 도전자도 꺾이고 유권자도 정치 혐오를 느낀다.”
김 “지방의원의 최소한의 역량 검증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은 정치권 안에서도 공유돼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 현장에는 엑셀도 제대로 읽지 못하는 지방의원이 있다. 그러면 예산을 어떻게 보겠나. 지방의회가 다루는 예산 규모를 생각하면 의정활동 자체가 어려워진다. 이런 역량 문제가 반복되는 데는 구조적인 이유도 있다. 기초의원 보수가 너무 낮기 때문이다. 지방의회는 각 지역의 재정 규모에 따라 의원 보수가 개별적으로 책정되는데, 지역 경제 규모가 작은 곳의 경우 월급이 300만원이 채 되지 않는 의회도 있다. 이 정도 보수로는 안정된 직업과 경력을 가진 사람이 정치에 뛰어들기 쉽지 않다. 그래서 저는 차라리 겸직을 금지하고 보수를 정상적인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처럼 보수가 낮고 겸직이 가능한 구조에서는 지방의원이 아마추어리즘에 머무르기 쉽다.”
박혜민 뉴웨이즈 대표. 성동훈 기자 |
이번 지방선거에서 각각 어떤 실험을 하고 있나.
박 “세 가지 실험을 하고 있다. 첫째는 ‘드래프트 2026’이다. 초당적으로 약 150명의 출마자를 지원해 당선 가능성을 높이는 환경을 만든다. 둘째, ‘2030 응급 조례’ 정책 패키지다. 고용·주거·돌봄·AI·기후를 주제로 NGO와 기업이 함께 36개 조례안을 만들었고 표준 조례안과 설명서, 질의서 등을 묶어 당선 직후 바로 정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했다. 셋째, 마포·서대문·동대문·강동·강남·노원 등 6개 전략 지역구 실험이다. 기존 당선자와 도전자, 뉴웨이즈 유권자가 겹치는 지역에서 유권자 주도의 문제 해결 정치가 가능할지 시험하고 있다. 낙선자 회복 펀드도 처음 도입했다. 후보 등록비를 모아 정치 도전을 실패가 아닌 경험으로 남기려는 취지다.”
김 “우리는 자치단체장에 도전하는 젊은 정치인을 주목한다. 지방의원으로 활동하던 30~40대가 한 단계 올라 자치단체장에 도전하는 흐름이다. 이 세대가 시정 운영 경험을 쌓아야 다음 세대 정치로 이어질 수 있다. 지금까지 정부 자문위원회를 보면 대부분 기성세대다. 이 구조를 바꾸는 데 자치단체장 당선만큼 직접적인 방법도 없다. 또 선거 캠프에서 활동해 보고 싶은 사람들을 관심사와 문제의식이 맞는 캠프와 연결하는 일도 한다. 정치에 직접 출마하지 않더라도 좋은 후보를 돕고 싶은 시민을 연결해 캠프 경험을 쌓게 하는 방식이다. 캠프는 이후 국정을 함께 운영할 인력을 미리 발굴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 매칭은 수익 사업이 아니라 사회공헌 형태로 운영한다.”
지방의회는 바뀔 수 있을까.
김 “전국에 3860명 지방의원 가운데 300명만 제대로 움직여도 의회는 달라질 수 있다. 그 300명이 의회 안에서 자극이 되고 교육과 정책 경쟁을 요구하는 흐름을 만들 수 있다. 그런 의원을 계속 만들어내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지금도 좋은 지방의원들의 사례가 많다. 언론도 여의도나 대통령실의 의제에 쏠려 있는데 좋은 지방의원들의 사례를 널리 알렸으면 좋겠다.”
박 “바뀔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시간이 필요하다. 지난 40년 동안 정치인을 체계적으로 성장시키는 데 공을 들이지 않았다면 회복에도 시간이 걸린다. 비판을 넘어서 ‘어떻게 더 잘할 수 있을까’를 묻는 사람들이 늘어날 때 정치도 바뀐다고 생각한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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