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지난 13일 서울 CLK 빌딩에서 열린 게임법 세미나에서 발제를 하고 있다. [사진: 이호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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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이호정 기자]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안이 국회 논의 단계에 들어섰다.
황성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13일 한국게임정책학회 세미나에서 이번 개정안이 게임법의 기본 구조를 사실상 다시 짜는 수준의 변화라고 진단했다.
법조계에서는 경품 규제 폐지, P2E(Play-to-Earn) 허용 가능성, 거버넌스 개편을 둘러싼 쟁점이 입법 과정에서 상당한 논란을 낳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바다이야기 트라우마' 20년…왜 지금 전면 개정인가
현행 게임법은 2006년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에서 분리 제정됐다. 그러나 같은 해 5월 '바다이야기 사태'가 터지면서 법 시행 이후인 2007년 1월 1차 개정이 이뤄졌다. 이때 사행성게임물 개념 경품 제공 금지 게임 결과물 환전업 금지 등 세 가지 규제가 세트로 도입됐다. 문제는 아케이드게임에서 촉발된 이 규제가 온라인게임 전반에 그대로 적용됐다는 점이다.
황 교수는 "이 세 가지 제도가 현재까지 유지되면서 현행 게임법이 '바다이야기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며 "조승래 의원 개정안은 그 트라우마를 입법적으로 청산하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개정안의 골격은 게임 규율 체계의 이원화다. 하나의 틀로 묶여 있던 아케이드게임과 온라인게임을 법적으로 분리한다. 개정안은 '게임물'이라는 용어를 '게임'으로 바꾸고, 게임을 '특정장소형게임'(아케이드게임)과 '디지털게임'(온라인게임)으로 구분한다. 원안 기준으로 이원화의 실질적 효과는 두 가지다.
경품 규제를 아케이드게임에만 유지하고 온라인게임에서는 폐지하는 것, 그리고 등급분류를 온라인게임은 민간 자율등급분류사업자가, 아케이드게임은 공공기관인 게임관리위원회가 각각 담당하도록 나누는 것이다. 황 교수는 "아케이드게임에는 규제를 유지하고 온라인게임은 규제보다 진흥으로 전환하는 방향성 자체는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왼쪽부터)김원 법무법인 김앤장 변호사, 황성기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교 교수, 황정훈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가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사진: 이호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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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보드 경품 규제 폐지, 문체부는 반대
이원화 구조에서 가장 민감한 변수는 웹보드게임이다. 바둑이·포커·고스톱 등을 포함하는 웹보드게임은 인터넷망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기술적으로 디지털게임에 해당한다. 개정안 원안대로라면 경품 규제 적용 대상에서 빠진다.
황 교수는 웹보드 쟁점의 핵심이 등급분류 방식보다 경품 제공 금지 조항의 적용 폐지 여부에 있다고 짚었다. 그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이 부분에 반대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온라인게임에 경품 제공을 원칙 허용하되 웹보드게임만 예외로 둬 기존 규제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타협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고, 그래야 입법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 변호사는 월간 결제 한도 상향 가능성만으로도 관련 업체 주가가 급등했던 사례를 언급하며, 웹보드 규제 완화 이슈가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작지 않다고 말했다.
P2E 게임 허용 가능성도 이날 질의응답의 주된 주제였다. 게임물관리위원회가 경품 제공 금지 조항을 근거로 P2E 게임의 등급분류를 거부해온 만큼 디지털게임에 대한 경품 규제가 폐지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원 변호사는 "기존에 P2E 게임을 운영했던 업체들이 소송을 벌였지만 법원이 경품 규제를 엄격하게 해석해 모두 패소했다"며 "개정안이 통과되면 게임법상 일률적으로 막히던 구조는 약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사행행위와 도박이 허락되는 것은 아닌 만큼 선을 넘는 경우 다른 법적 규제가 따르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황 변호사는 규제 공백의 우려를 더 강조했다. 그는 "경품 제공 금지 조항이 삭제되면 규제 근거 자체가 없어져 사실상 무제한 허용되는 결과가 될 수 있다"며 "사행성을 최소화하는 추가 입법이 가미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제한된 형태로 제도가 바뀌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P2E와 가상자산 입법의 연계 필요성도 거론됐다. 황 변호사는 "자금세탁 등 가상자산 관련 문제가 게임법 개정안에 입법 공백을 만들 수 있는 만큼 정교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이번 개정안의 방향은 P2E를 적극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과도한 규제를 없애는 것"이라며 "가상자산 연계 내용은 게임법이 아닌 시행령이나 별도 법에서 다뤄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소셜 카지노 게임의 허용 가능성을 두고는 황 교수와 김 변호사 사이에 온도차가 있었다. 황 교수는 "소셜 카지노에 대한 등급 거부 조항이 개정안에서도 유지되고 있어 민간 이양 이후에도 등급 거부는 가능할 것"이라고 봤다. 김 변호사는 "사행성 해당 여부는 판단의 영역이기 때문에 기존보다 완화되는 영역이 일부 생길 수 있다"며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
◆핵 프로그램 이용자 처벌 신설·불법서버 반의사불벌죄 도입
황 교수는 발제에서 핵 프로그램 등 불법 프로그램 관련 조항의 가장 핵심적인 쟁점으로 '게임이용자 처벌 규정 신설'을 꼽았다. 개정안은 불법 프로그램을 개발·배포하는 사업자뿐 아니라 이를 상습적으로 사용해 다른 이용자의 게임 이용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하는 이용자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시켰다. '상습적', '심각한 지장'이라는 요건을 달아 처벌 범위를 제한했지만, 김 변호사는 "과잉 입법 우려가 있어 향후 논의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황 교수도 "이 조항에 대해서도 친고죄 또는 반의사불벌죄로 하자는 논의가 앞으로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불법 사설서버 조항에는 '게임물 관련사업자가 사후에 승인하거나 처벌을 원치 않는 경우 제외한다'는 단서가 신설됐다. 반의사불벌죄 규정으로 현행법에는 없는 내용이다. 황 교수는 "불법 사설서버는 저작권 침해를 목적으로 악의적으로 운영하는 경우와, 서비스가 종료된 게임을 추억 목적으로 선의로 운영하는 경우로 나뉜다"며 "악의적 운영은 처벌하되 선의의 경우는 게임사가 원치 않으면 처벌받지 않도록 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황 변호사는 "게임사가 사후 라이선스 계약을 맺거나 허락하면 처벌을 면하게 되는 양성화 효과도 있다"고 덧붙였다.
개정안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게임 분야 업무를 분리해 게임진흥원을 독립법인으로 신설하고, 현행 게임물관리위원회를 '게임관리위원회'로 개편해 게임진흥원 산하에 두는 거버넌스 개편도 담았다. 디지털게임의 등급분류가 민간으로 이양되는 만큼 게임관리위원회는 아케이드게임의 등급분류와 사후관리를 주된 업무로 맡게 된다. 황 교수는 "거버넌스 개편은 현재 체계의 효율성과 한계를 먼저 따져보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며 새 구조가 기존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진흥기관 산하에 규제기관을 두는 구조가 이례적이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 황 교수는 출판문화산업진흥법에서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산하에 간행물윤리위원회를 두는 유사 선례가 있다고 답했다. 이 구조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가 이미 등급분류제 자체는 사전검열이 아니라고 결정했기 때문에 독임제 기구가 등급분류를 맡더라도 사전검열 금지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한편 개정안은 청소년보호위원회의 강제 셧다운제 추진 움직임에 맞서 문체부가 2011년 먼저 도입했던 선택적 셧다운제(게임시간 선택제)를 폐지하고, 전체이용가 게임에 대한 본인 인증 의무와 법정대리인 동의 확보 의무도 제외하는 내용을 담았다.
입법 일정과 관련해 황 변호사는 "공청회 등 의견 수렴이 이뤄진다면 올해 안 국회 통과도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최승우 한국게임정책학회 부회장은 "6월 지방선거 이후 하반기 상임위 구성이 이뤄지는 만큼 기존 상임위와 새 상임위 중 어느 쪽에서 공청회를 진행할지가 실제 일정의 핵심 변수"라고 설명했다.
황 교수는 더불어민주당 게임산업 특별위원회가 이 법안을 당 차원의 전략적 논의 결과물로 간주하고 있다며, 향후 입법 추진 과정에서도 적지 않은 정책적 무게가 실릴 수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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