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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17 (화)

    전쟁이 가른 중동 금융지도… ‘실익’ 챙긴 사우디·오만, ‘직격탄’ 맞은 U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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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너지와 물류가 가른 중동 증시, 카타르·쿠웨이트 GDP 14% 감소, 중동 경제 1990년대 수준으로 회귀 전망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전쟁이 보름 가까이 이어지면서 중동 주요국 증시가 지리적 요건과 에너지 의존도에 따라 희비가 갈리고 있다. 전쟁 당사국인 이스라엘과 유가 상승 수혜를 입은 사우디아라비아, 물류 허브로 부상한 오만은 상승세를 보인 반면, 호르무즈 해협의 지정학적 위기에 노출된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은 하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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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동 사태 초기였던 지난 1일 호르무즈 해협 인접 항구인 아랍에미리트(UAE) 제벨알리항이 폭격을 당해 연기가 나는 모습.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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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스라엘·사우디·오만, ‘전쟁’ 리스크보다 실익

    전쟁 당사국인 이스라엘 증시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견고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인베스팅닷컴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대표 지수인 TA-35는 전쟁 직전인 지난달 27일 종가 4128.36에서 3월 11일 4211.82로 2.02% 상승했다. 분쟁 초기였던 지난 3월 2일에는 하루 만에 4.61% 급등했고, 여전히 전쟁 전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스라엘 아리엘대학의 일란 알론 교수는 “투자자들이 이스라엘의 승리 가능성을 높게 보며 오랜 ‘안보 디스카운트’ 해소를 기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동 최대 시장인 사우디아라비아의 타다울(TASI) 지수 역시 ‘역발상 랠리’를 펼쳤다. 지난달 26일 1만709였던 TASI 지수는 개전 초기 1만100선까지 밀리며 4% 넘게 떨어졌지만, 이후 유가 급등에 힘입어 지난 11일에는 1만942으로 반등하며 전쟁 전 보다 약 2% 상승했고, 12일에는 1만893.27을 기록했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실익을 고려해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투자 등급을 상향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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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일(현지시각) 오만 무스카트 앞바다에 유조선이 정박해 있다./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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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협 바깥에 위치한 오만의 MSX 30지수는 전쟁 전 7393.37에서 7739.43로 4% 넘게 상승했다. 이란 새 최고지도자 모즈타바의 첫 강경 메시지가 나온 12일에도 39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이는 해협 봉쇄 시 사우디와 UAE가 오만의 육상 송유관과 항구를 대체 수출 경로로 활용할 것이라는 ‘물류 허브’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에너지 분석 기업 카마르 에너지의 로빈 밀스 최고경영자는 “호르무즈 해협 폐쇄 우려가 커짐에 따라 지역 수출업자들은 긴급하게 대체 경로를 찾고 있는데, 사우디와 UAE만이 해협을 우회할 수 있는 송유관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며 “오만의 항구들은 이 우회로의 핵심 종착지이자 새로운 물류 허브로 부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UAE, ‘호르무즈 해협 봉쇄’ 공포에 15% 급락

    반면, 호르무즈 해협의 입구에 위치한 UAE 증시는 지정학적 직격탄을 맞았다. 두바이 종합지수(DFMGI)는 지난달 27일 6503.50에서 12일 5518.32로 약 15% 떨어졌다. 아부다비 종합지수(FADGI) 역시 같은 기간 1만453.88에서 9635.57 로 떨어지며 1만선이 무너졌다. UAE 증시가 흔들린건 물류 마비와 각종 비용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덴마크 투자은행 삭소뱅크의 중동 담당 헤드 함자 드웨이크는 지난 4일 걸프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금융시장은 실물 경제보다 훨씬 빠르게 반응한다”며 “해협의 물리적 차단 가능성만으로도 운송·보험 비용이 급등해 수입 의존도가 높은 걸프 경제 전반에 물가 상승에 강한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선체 전쟁 보험료(Hull War Risk Premiums)가 기존 자산 가치의 0.25% 수준에서 3.0% 이상으로 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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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4일(현지 시각) 아랍에미리트(UAE) 푸자이라 항구 연료 저장 시설 인근에서 화재가 발생해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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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서 해상 물류의 중심지인 두바이와 카타르 등에서 외국인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점도 영향을 줬다. 경제 전문 매체 엔터프라이즈AM은 이번 분쟁이 UAE의 안전 자산 지위를 훼손함에 따라 증시와 외국인 직접 투자(FDI) 전반에서 대규모 자본 유출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중동 주요국 경제 전반이 1990년대 걸프전 이후 최악의 침체에 직면할 것이란 암울한 전망도 제기된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파루크 수사 중동·북아프리카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이 두 달간 폐쇄될 경우, 카타르와 쿠웨이트의 올해 국내총생산(GDP)은 각각 14%씩 폭락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많은 걸프 국가에 이번 전쟁은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보다 더 큰 단기적 충격을 줄 것”이라며 “전쟁이 끝난 뒤 재건과 회복은 가능하겠지만, 무너진 시장 신뢰가 남길 상처는 가늠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곽창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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