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로 경추 다쳐 손 못 쓰는 16~60세 사지마비 환자용
동전 크기 뇌칩 이식, 생각만으로 물건 집어
전 세계 최초로 판매 승인을 받은 중국 스타트업 '뉴라클'의 침습형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의료기기. /CCTV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중국이 전 세계 최초로 침습형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Brain-Computer Interface)’ 의료 기기의 상업적 시판을 승인했다. 차세대 핵심 전략 기술로 꼽히는 BCI 분야에서도 중국이 미국을 바짝 좇는 모습이다. 미국도 올해 안에 BCI 장치 대량 생산을 시작하겠다는 계획이다.
◇中, 세계 최초 BCI 의료 기기 판매 승인
14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은 최근 상하이의 BCI 스타트업 ‘뉴라클(Neuracle)’이 개발한 ‘침습형 BCI 손 운동 기능 보상 시스템’의 혁신 제품 등록 신청을 승인했다.
침습형 BCI 기기가 판매 승인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중국에서 환자가 BCI 처방을 받고 싶다면, 병원에서 돈을 내고 해당 기기의 이식 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BCI는 사람이 생각할 때 발생하는 각종 뇌의 전기 신호를 읽어 사용자 의도를 파악하고, 이를 통해 컴퓨터 등 외부 기기를 제어하는 기술이다. 뇌에 직접 전극을 이식하는 방식과, 헤드셋 등을 통해 두피에서 신호를 읽는 방식 등이 있다.
그간 미국 등지에선 FDA 승인을 거쳐 다양한 BCI 제품에 대한 임상시험을 연구 목적으로 진행해 왔으나, 침습형 제품이 정식으로 판매 승인을 받은 적은 없었다.
◇뇌 신호 읽어서 손 움직인다
이번에 판매 승인을 받은 뉴라클의 제품은 사고로 목 신경(경추)을 다쳐 손을 전혀 못 쓰는 16~60세 사지마비 환자들을 위한 것이다. 머리에 동전만 한 작은 ‘뇌 칩’을 이식하면, 이 칩이 뇌 신호를 읽어내는 역할을 한다. 이후 환자가 로봇 장갑을 낀 채로 물건을 잡겠다고 생각하면, 손에 낀 장갑이 움직이면서 물건을 쥐게 된다.
임상시험 결과도 고무적이다. 뉴라클 측에 따르면, 지금까지 진행된 36건의 임상시험에 참여한 모든 환자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특정 물건을 잡을 수 있게 됐다. 환자 대부분은 수술 후 한 달 정도만 지나도 집에서 스스로 기계를 제어할 수 있었다고 한다.
단순히 손 기능 조작을 위한 도움을 넘어, 실제 환자 신경이 살아나는 경우도 있었다. 일부 환자는 BCI 기계를 계속 쓰다 보니 끊어졌던 실제 환자의 신경이 일부 복구되는 효과도 경험했다는 것이다.
◇美 바짝 좇는 中의 BCI 기술
중국 정부는 올해 안에 뉴라클 제품을 중국의 일선 병원에서 실제 사용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누구나 돈을 내고 처방을 받으면 뉴라클의 BCI 장치를 이식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부터 BCI 기술 고도화를 국가 차원에서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최근 끝난 ‘양회’에서도 BCI를 미래 산업으로 지정하고 육성 의지를 강력히 피력한 바 있다.
2030년까지 미국의 ‘뉴럴링크’ 등과 경쟁할 수 있는 글로벌 기업 2~3개를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116억위안(약 2조4000억원) 규모의 뇌과학 전용 산업 펀드도 조성했다.
뉴라클 외에도 BCI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들은 계속 나오고 있다. 스테어메드(StairMed)는 두개골에 3~5㎜ 구멍을 뚫어 전극을 삽입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뉴럴링크보다 500배 더 부드럽고 5분의 1 크기에 불과한 유연 전극을 사용해 뇌 손상 위험을 최소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올해 말까지 환자 40명에게 장치를 이식, 뉴럴링크의 임상 건수(21건)를 넘어서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5억위안(약 1080억원)을 투자했다.
또 다른 BCI 기업 ‘뉴로엑세스(NeuroXess)’도 사지 마비 환자 뇌에 칩을 이식, 이를 통해 환자가 컴퓨터 커서를 제어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까지 54건의 이식 수술을 완료, 상용화 문턱까지 진입한 상태다.
◇美도 “올해 안에 대량 생산”
미국도 BCI 기술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원조 BCI 기업으로 꼽히는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Neuralink)’는 올해 안에 대량 생산을 시작하겠다는 계획이다.
머스크는 지난해 말 엑스(X·옛 트위터) 등을 통해 “뉴럴링크가 BCI 기기의 양산 단계에 진입할 준비를 마쳤다”면서 “2026년이면 뉴럴링크 BCI 장치를 대량 생산 단계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썼다.
뉴럴링크는 지난해부터 FDA 승인을 거쳐 본격적인 인체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첫 번째 이식 환자는 이미 생각만으로 인터넷을 검색하고 SNS 게시글을 작성해 보인 바 있다. 최근엔 시각장애인의 시력을 되찾아주겠다는 ‘블라인드 사이트’ 계획도 발표했다. 국내 시각장애인 유튜버 ‘원샷한솔’도 이 임상 실험에 지원했다.
뉴럴링크는 2031년까지 연간 2만명에게 BCI를 이식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이식 수술 전 과정을 자동화하는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환자 대응을 위해 5개의 대형 클리닉 운영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송혜진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