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P(변호사 비밀유지권·Attorney-Client Privilege) 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는 최근 조순열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이 이끌어낸 가장 큰 성과로 꼽힌다. 사진은 지난 1월 29일 국회에서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원들이 ACP법안 통과를 자축하는 모습./서울지방변호사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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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순열 회장이 이끄는 서울지방변호사회는 현재 변호사를 둘러싼 두 가지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첫 번째는 ‘변호사 수 감축’이다.
2009년 전국 25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개원하면서 국내 변호사 양성과 선발은 로스쿨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서울지방변호사회는 로스쿨 도입 이후 변호사 배출 규모가 지나치게 늘어나면서 법률 서비스의 질 저하와 생존 경쟁 속 불법적 행태가 나타나고 있다며 제도 정상화를 촉구하고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2021년 대한변호사협회와 공동으로 한국정책분석평가학회에 연구용역을 의뢰해 ‘변호사시험 합격인원 적정 수에 대한 연구’ 보고서를 받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 변호사시험 합격인원의 적정 규모는 연간 약 1200명 수준으로 분석됐다.
두 번째 쟁점은 변호사의 ‘형사 성공보수 정상화’ 문제다. 대법원은 2015년 형사사건에서 변호사가 성공보수 약정을 맺은 경우 ‘예외 없이 무효’라는 판례를 제시했다. 이후 형사 성공보수 약정은 법적으로 효력이 없는 것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그러나 지난 1월 23일 서울지방변호사회 산하 ‘형사성공보수 TF(태스크포스)’가 지원한 형사 성공보수 약정금 청구 소송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원심을 뒤집는 항소심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형사 성공보수 약정이 그 자체로 사법 정의를 훼손한다고 볼 수 없으며, 개별 사안에 따라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를 밝혔다.
이 판결은 기존 대법원의 2015년 판례와 다른 판단을 제시한 첫 사례다.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추진하는 ‘형사 성공보수 정상화’ 논의에도 새로운 동력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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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4만명 시대, 포화 넘어 ‘사물함 변호사’까지… 신규 배출 제한 시급"
조순열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인터뷰
‘이과는 의사, 문과는 변호사’라는 말이 있다. 변호사는 이른바 ‘사(士) 자가 들어가는 직업’ 가운데서도 사회적 지위가 높고 선망받는 직업으로 꼽혀 왔다.
그러나 조순열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에 따르면 ‘변호사’라는 직업에는 단순한 선망의 대상 이상의 특별한 의미가 있다.
억울한 국민이 믿고 기댈 수 있는 최후의 ‘방패’라는 사명을 지닌 직업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조 회장은 취임 이후 줄곧 “변호사의 권익이 바로 서야 국민의 인권도 지켜진다”는 메시지를 강조해 왔다.
변호사 권익 바로 세우기의 일환으로 조 회장은 ‘ACP(변호사 비밀유지권)’ 관련 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를 최근 이끌어냈다.
취임 이후 대표적인 성과로 꼽힌다. 2015년 대법원 판결로 금지된 변호사의 ‘형사 성공보수’ 정상화도 추진하고 있다.
또 조 회장과 서울지방변호사회가 현재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사안은 ‘변호사 수 감축’과 ‘로스쿨 개혁’이다.
조 회장에게 ‘변호사 수가 줄어들어야 하는 이유’와 함께 “변호사들이 밥그릇 챙기기나 기득권 보호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 대한 입장도 들어봤다.
조순열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변호사와 의뢰인 간 비밀유지권(ACP)을 보장하는 변호사법 국회 본회의 통과라는 성과에 이어, ‘변호사 수 감축’과 ‘형사성공보수’ 정상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서울지방변호사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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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가 많아지면 법률 서비스 문턱이 낮아질 것이라는 긍정적 평가도 있다. 그런 가운데서도 ‘변호사 수 감축’이 꼭 필요한 이유는.
“현재 등록 변호사 수는 4만 명이 넘는다. 단순히 숫자만 들으면 일반 국민 입장에서는 ‘많다’는 체감이 잘 오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1년에 배출되는 변호사 수를 일본과 비교해 보면 상황이 분명해진다.
한국 인구는 약 5200만 명이고 일본은 1억2000만 명이 넘는다. 일본은 한때 연간 2000명 넘게 변호사를 배출하다가 현재는 1400명대로 줄였다. 반면 우리는 지금도 약 1750명을 배출하고 있다. 단순한 숫자만 비교해도 일본보다 훨씬 많이 뽑는 셈이다.
사법시험 폐지 이후 ‘미국식’ 로스쿨 제도를 도입하면서 연간 1500명 정도의 변호사를 배출하기로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다. 그런데 이 합의에는 조건이 있었다. 바로 법무사·노무사 등 ‘유사 직역(職域)’의 통폐합이다. 미국은 이런 유사 직역이 거의 없고, 로스쿨에서 배출된 변호사들이 각 분야로 전문화된다. 우리도 같은 취지로 1500명이라는 숫자를 정했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유사 직역은 오히려 늘어났고 변호사 배출 규모도 1500명을 넘어섰다. 그 결과 사무실조차 마련하지 못해 한 달 10만원짜리 사물함을 송달 장소로 사용하며 사업자등록을 내걸고 있는 이른바 ‘사물함 변호사’까지 등장했다.
변호사 수가 급격히 늘면서 변호사 1인당 월평균 사건 수임이 1건에 불과하다는 조사도 있다. 대형 로펌이나 네트워크 로펌처럼 사건을 대량 수임하는 곳을 고려하면 절반가량은 한 달에 1건도 맡지 못한다는 의미다.
변호사들이 자존심 때문에 말하지 못할 뿐 사실상 파산 상태에 가까운 경우도 전체의 20% 정도는 될 것으로 본다. ‘성공하지 못한 것은 개인 책임 아니냐’는 시선도 있지만, 이는 개인의 노력 차원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다. 변호사가 많다고 법률 서비스가 좋아지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여러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변호사 권익이 위협받을 때 의뢰인이 입게 되는 가장 큰 피해는.
“정상적으로는 살아남기 어려운 시장 구조가 되면서 ‘전관 변호사가 있는 것처럼 꾸민’ 과장 광고가 난무하고 있다. 이런 광고에 과도한 비용을 쓰다 보니 부실 변론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나온다. 승소 가능성이 낮은 사건에도 무조건 변호사 선임을 유도하고 실제로는 전관 변호사가 맡지 않으면서 의뢰인에게 기대감을 주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로펌도 있다. 예전 같으면 ‘승소 가능성이 낮으니 소송을 하지 않는 것이 낫다’고 조언하던 변호사도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의뢰인의 절박한 상황을 이용해 ‘무조건 소송부터 하자’는 식의 대응이 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서 당사자와 변호사 사이 갈등도 증가하고 있다.”
―로스쿨에서 배출하는 변호사 수를 줄이지 못하는 현실적 이유는.
“서울지방변호사회는 그 배경에 로스쿨의 경영 문제가 있다고 본다. 로스쿨 인가를 유지하려면 교수진과 시설 등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다. 결국 그 부담이 학생들에게 전가되는 구조다. 이 때문에 로스쿨 측에서는 변호사 배출 규모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이미 심각한 포화 상태다. 과거 사회적 합의로 돌아가 로스쿨은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면서 연간 1500명 배출 약속을 지켜야 한다.”
―최근 OECD 국가 중 우리나라에만 없었던 ACP(변호사 비밀유지권·Attorney-Client Privilege) 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는데, 일반 시민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나.
“ACP에 대해 ‘왜 변호사가 나쁜 사람을 보호하는 특권을 가져야 하느냐’는 오해가 오래전부터 있었다. 그러나 시민은 누구나 범죄 피해자가 될 수도 있고 범죄자로 오해받을 수도 있다. 실제 범죄자가 맞는데 변호사 도움으로 무죄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범죄자가 의뢰인으로 찾아왔을 때, 대부분 변호사는 무죄 변론이 아니라 감형 전략을 고민한다.
무죄 변론이 필요한 상황은 수사기관이나 법원이 억울한 사람을 범죄자로 판단했을 때다. 이때 변호사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의뢰인이 모든 사실을 안심하고 털어놓을 수 있어야 제대로 된 방어가 가능하다. 이때 필요한 게 ACP다.
ACP가 없던 시기에는 변호사와 의뢰인의 상담 내용이 수사기관에 의해 수사에 활용될 수 있었다. ACP는 변호사가 의뢰인의 억울한 사정을 충분히 듣고 방어할 수 있게 하고, 수사기관은 과학수사를 통해 혐의를 입증하도록 하는 장치다. 국민 입장에서도 ‘변호사에게 이야기했다가 수사기관에 불리하게 활용될지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
―마지막으로 2015년 대법원 판결에서 금지된 ‘형사성공보수’ 정상화를 추진하는 이유는.
“일부 시민단체에선 형사성공보수가 정상화되면 ‘유전무죄’가 고착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리고 형사성공보수의 구체적 사례로 ‘돈 있는 사람이 거액으로 전관 변호사를 선임하고, 부조리한 커넥션으로 원하는 결과를 만드는 것’을 떠올린다. 그러나 이것은 실제 형사성공보수와는 완전히 동떨어진 이야기다. 돈과 힘 있는 사람은 ‘전관 변호사’ 선임과 거액의 착수금 지불이 가능하지만, 서민들은 그렇지 못하다.
이 때문에 최소한의 착수금만 받고 도와주려는 변호사를 찾게 된다. 수임한 변호사가 억울함을 풀어줄 경우 의뢰인이 ‘합리적인 성공보수를 지불하겠다’고 약정할 수 있게 해야, 약자들과 변호사들의 건전한 연결이 성사된다. 형사성공보수가 허용되지 않으면 변호사들은 ‘일정 금액 이상의 착수금을 내놓지 않으면 사건을 맡을 수 없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형사성공보수는 서민과 약자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요소라는 것을 국민들이 인식하고, 이 문제가 빠르게 정상화되길 바란다."
[이예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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