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울며 겨자 먹기'식 인하 행렬
주력 제품 쏙 빠진 '생색내기'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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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강력한 물가 안정 기조에 따라 라면·제과업계가 줄줄이 제품 가격 인하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정작 기업 내부에서는 "버티기 힘들다"는 곡소리가 나옵니다. 환율과 유가 등 거시 경제 지표가 악화한 상황에서 정부의 압박에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격 인하를 단행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비자발적 인하가 실질적인 물가 안정 효과보다는 기업의 보여주기식 행보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점입니다. 정부의 채찍질에 백기를 든 식품업계. 그 '쓴웃음' 뒤에 숨겨진 복잡한 속사정을 들여다봤습니다.
'보여주기식' 인하의 이면
정부의 전방위적인 압박에 식품업계는 결국 고개를 숙였습니다. 밀가루와 설탕, 식용유 등 기초 식자재 가격 인하를 신호탄으로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 등 제과·제빵 기업들도 가격 인하에 나선 건데요. 농심, 오뚜기, 삼양식품 등 라면업계와 일부 제과업체까지 가세하며 품목별로 4%에서 최대 14.6%까지 가격을 내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하 대상 제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공통점이 있습니다. 각 사의 매출을 책임지는 이른바 '메가 히트' 스테디셀러 제품은 인하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인하폭이 극히 제한적이라는 점입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정작 자주 먹는 건 안 내렸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결국 기업들은 '정부 요구에 응했다'는 명분은 확보하면서도 실제 수익 구조는 방어하려는 전략적 판단을 내린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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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기업들이 정부의 눈치를 보면서도 당장의 실적 타격을 방어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임을 보여주기도 하는데요. 주력 제품의 가격을 섣불리 건드렸다가는 영업이익률이 급락해 주주들의 반발과 기업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죠.
실제로 식품업계의 영업이익률은 타 산업 대비 낮은 수준인 3~5%대에 머물러 있는데요. 이런 구조인 만큼 주요 제품 가격을 단 몇 퍼센트만 낮춰도 수익성이 크게 악화될 수 있습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원재료비와 인건비가 가파르게 상승했습니다. 충분한 원가 하락 요인이 발생하지 않은 상황에서 가격을 내리는 것은 결국 '제 살 깎아먹기'식 경영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물가 안정 의지에는 공감하지만, 시장 논리가 아닌 정책적 압박에 따른 가격 결정은 장기적으로 신제품 개발이나 설비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치솟는 경제 지표
식품기업들을 더 옥죄는 건 치솟는 대외 경제 지표입니다. 최근 국제 유가는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로 배럴당 103달러까지 치솟았습니다. 이는 곧바로 물류비와 포장재 비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식품업은 제조뿐 아니라 전국 단위 배송망 유지 비용이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큽니다. 유가 상승은 기업에 즉각적인 비용 부담으로 작용하게 되죠. 여기에 원-달러 환율까지 1500원에 육박하며 수입 의존도가 높은 소맥(밀가루)과 팜유 등 핵심 원자재 수입 단가도 밀어 올리고 있습니다.
환율과 유가의 동반 상승은 원가 구조가 취약한 식품업계에 직격탄이 되고 있습니다. 원재료를 들여올 때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해야 하고 이를 가공해 유통할 때도 비싼 기름값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가격 인하 압박을 넘어 공정거래위원회를 앞세워 전방위 조사까지 병행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밀가루와 설탕 제조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실시한 데 이어 돼지고기 등 축산물 유통 과정의 담합 의혹까지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결국 유가와 환율 탓에 비용부담은 계속 커지는데 정부 때문에 가격은 못올리고 오히려 내려야하는 상황인 겁니다. 기업들이 가격 인하 요구를 '권고'가 아닌 '사실상의 강제'로 느끼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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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민생 물가 안정 기조가 식료품을 넘어 유통 전반으로 확산하면서 업계의 긴장감도 커지고 있는데요. 기업들은 정부의 타깃이 되지 않기 위해 노심초사하며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습니다.
이에 전문가들은 인위적인 가격 통제가 가져올 부작용을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원가 압박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단행한 가격 하락은 훗날 정부의 감시가 느슨해지는 시점에 '스프링 효과'처럼 폭발적인 인상으로 되돌아올 수 있기 때문인데요.
실제로 라면업계는 지난 2023년 6월 정부 요청에 따라 가격을 내렸지만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가격 인하를 주도했던 정부가 계엄과 탄핵 사태를 거치며 정책 동력이 급격히 약화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혼란 속에서 업체들은 2년이 채 지나지 않아 다시 가격 인상에 나섰습니다.
결국 민생 물가 안정이라는 명분이 실질적인 혜택으로 이어지려면 기업의 허리를 휘게 하는 일시적인 압박은 지양해야 합니다. 이제는 근본적인 비용 구조 개선을 지원하는 보다 정교하고 신중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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