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16일 김영환 충북도지사를 컷오프하고 추가 공천 접수를 받기로 결정했다.
공천은 정당이 자당의 후보를 공식적으로 추천하는 절차로 사실상 선거 출마의 관문과도 같은 제도다. 정당 소속 정치인이 공천을 받지 못하면 해당 정당의 이름으로 선거에 나설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결정으로 김 지사는 국민의힘 후보로 9회 전국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게 됐다. 현직 광역단체장이 컷오프 된 것은 김 지사가 최초다.
공천관리위원회는 "한 사람에 대한 평가가 아닌 정치, 변화의 문제"라며 "지금 국민의힘이 국민 앞에서 보여줘야 할 것은 안정에 머무르는 정치가 아니라 스스로를 바꾸는 정치, 스스로를 흔드는 정치"라고 컷오프 배경을 설명했다.
김 지사는 SNS를 통해 크게 반발했다. 그는 "자유민주주의의 원칙과 절차를 파괴하고 충북도민의 의지를 헌신짝처럼 가져다 버렸다"며 "지금부터 잘못된 결정을 바로 잡고 승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 특정인을 정해 놓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고 적었다.
이번 사태는 특정 정치인의 거취 문제를 넘어 우리 정치의 구조적 문제를 다시금 드러낸다.
정당 공천제도의 불투명성과 과도한 권력 집중이다. 공천은 명목상 정당의 내부 절차이지만 실제로는 소수 지도부나 공천관리위원회의 판단에 크게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경쟁력, 정책 비전, 지역 민심보다 정치적 이해관계나 계파 구도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는다.
특정 정당의 지지 기반이 강한 지역에서는 공천을 받는 순간 사실상 당선이 확정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는 곧 공천 과정이 곧 선거 결과를 좌우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나 공천 과정은 대부분 비공개로 진행되며 기준 역시 명확히 공개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유권자의 선택 이전에 정당 내부에서 이미 후보가 결정되는 구조가 반복되는 것이다.
이번 김 지사 컷오프 역시 이러한 구조적 문제 속에서 해석될 여지가 있다. 공천관리위원회가 정치적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그 과정과 기준이 충분히 납득 가능한 수준이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김 지사의 주장대로라면 공천 과정이 투명하고 공정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정당 공천제도는 민주주의를 보완하는 장치다. 그러나 지금처럼 불투명한 구조가 지속된다면 오히려 민주주의를 왜곡하는 통로가 될 가능성도 있다.
공천 기준의 명확한 공개, 시민 참여 확대, 공천 절차의 투명성 강화와 같은 제도적 보완이 요구되는 이유다. 정당이 스스로 변화를 말하기 전에 먼저 바꿔야 할 것은 바로 공천 시스템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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