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금융·유통·클라우드 12개 기업, 스타트업과의 협업 방식 공개
현장 실증, 계열사 연계, 투자, 글로벌 확장까지… 오픈이노베이션 경쟁도 진화
“PoC에서 끝내지 않겠다”… 대기업들이 꺼낸 올해 협업의 공통 키워드는 실행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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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이노베이션은 대·중견기업이 외부 스타트업, 연구기관, 투자기관과 협력해 필요한 기술을 발굴하고, 실증과 사업화, 투자까지 함께 추진하는 협업 방식이다. 특히 스타트업에게는 기술을 검증받고 첫 고객과 레퍼런스를 확보할 기회가 된다. 대기업 역시 빠르게 바뀌는 산업 환경 속에서 필요한 기술을 더 민첩하게 도입하는 통로로 활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건설, 금융, 유통처럼 산업 전환이 빠른 분야에서 이 협업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을 살펴볼 수 있는 행사가 지난 10일 서울 코엑스 스타트업브랜치에서 열린 ‘서울 오픈이노베이션 파트너스 데이’다. 서울시와 서울경제진흥원(SBA)이 마련한 이번 행사는 올해 ‘서울 오픈이노베이션 데이’ 시리즈의 일환으로, 대기업의 협업 전략을 보여주는 자리다.
특히 이날 현장에는 SK에코플랜트, 현대건설, 호반그룹, HL그룹, 삼성물산, 현대홈쇼핑, NH농협, 신한금융그룹, KB금융그룹, 삼성금융네트웍스, DB그룹, 네이버클라우드 등 12개 기업의 오픈이노베이션 담당자들이 참여해 저마다 프로그램의 특장점을 소개했다. 비록 산업군은 달랐지만 이들이 전하는 메시지는 다르지 않았다. 단순한 PoC(개념증명) 머무는 협업이 아니라, 실제 현장 적용과 후속 사업화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건설 현장에서 답을 찾는 오픈이노베이션… SK에코플랜트·현대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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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행사는 SK에코플랜트와 현대건설의 연이은 발표로 시작됐다. 이들은 오픈이노베이션의 중심을 ‘현장’에 뒀다. 먼저 발표에 나선 SK에코플랜트 이준호 프로는 “친환경에서 반도체와 AI 인프라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면서 필요한 기술 수요도 크게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SK에코플랜트의 오픈이노베이션은 사업장 운영 혁신과 신사업 발굴이라는 두 축으로 추진되고 있다. 상·하반기 공모전을 통해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실제 현장에 적용 가능한 기술은 곧바로 실증과 사업화로 연결하는 구조다.
대표 사례로는 반도체 건설 현장에 적용 중인 AI 기반 운영 시스템이 소개됐다. 인력, 장비, 물류, 안전을 데이터로 최적화해 현장 병목을 줄이는 방식이다. 이 프로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필요한 기술이 시장에 없을 경우 아예 새로운 스타트업을 함께 만들어 사업화하는 방식도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픈이노베이션을 외부 기술 탐색이 아니라 사업 전환의 실행 수단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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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김정한 책임은 실증 이후의 연결성을 더 강조했다. 현대건설은 2022년부터 공모전을 운영해 다수의 스타트업을 발굴했고, 그중 상당수를 PoC에 이은 후속 협업으로 이어갔다. 김 책임은 “올해도 문제 해결형과 자율 제안형 두 트랙으로 스타트업을 모집해, 단순 실험이 아닌 공동 연구개발, 현장 확대 적용, 투자, 글로벌 현장 연계까지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건설을 넘어 도시·모빌리티로… 호반그룹·삼성물산·HL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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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진 발표에 나선 호반그룹, 삼성물산, HL그룹은 각기 다른 산업 기반을 갖고 있었지만 공통적으로 ‘그룹 내부 수요와 스타트업 기술을 어떻게 맞붙일 것인가’에 집중하는 전략을 드러냈다.
먼저 호반그룹 백승석 부장은 “건설뿐 아니라 제조, 레저, 미디어, 유통 등 다양한 계열사를 바탕으로 스타트업과의 협업 폭을 넓히고 있다”며 호반그룹의 오픈이노베이션 방식을 설명했다. 실제 호반그룹은 ‘혁신기술공모전’으로 기업을 선발하고, 이후 ‘하이 데모데이’ 등을 통해 투자 연계까지 이어가는 구조를 갖췄다. 그룹 내 CVC인 플랜H를 통한 후속 투자 검토까지 가능하다는 점도 차별점으로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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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진 발표에서 삼성물산 장한솔 프로는 자사의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 ‘퓨처스케이프’를 미래 도시와 주거 분야 신사업 발굴의 핵심 수단으로 소개했다. 프로그램의 강점은 래미안 단지, 건설 현장, 협력사 네트워크 등 실제 인프라를 스타트업의 실증 무대로 제공한다는 점이다. 장 프로는 “사내 인프라 연결을 통해 스타트업이 기술 자체보다 시장 적합성, 즉 PMF를 검증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이 외에 스마트 공동주택, 웰니스, 시니어 솔루션, AI 에이전트, 로봇 서비스 등 구체 분야를 제시한 것도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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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L그룹 김정윤 팀장은 투자와 오픈이노베이션을 같은 조직 안에서 운영하는 구조를 자사 프로그램의 강점으로 꼽았다. 특히 김 팀장은 “모빌리티, 로봇, AI 분야의 스타트업을 발굴해 왔고, 올해부터는 그룹 사업과 직접 연결되는 협업에 더 무게를 둘 것”이라고 설명했다. 만도를 비롯한 계열사의 수요를 반영해 실제 현업 적용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찾겠다는 점에서, HL그룹의 오픈이노베이션은 그 초점을 ‘발굴’에서 ‘실행’으로 옮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융권 오픈이노베이션 ①… NH농협·신한금융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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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금융권 발표에서는 계열사 연계와 사업화 구조가 핵심으로 떠올랐다. 먼저 NH농협 우주희 차장은 NH오픈비즈니스허브의 가장 큰 차별점으로 ‘범농협 네트워크’를 들었다. 우 차장은 “은행, 카드, 보험, 증권뿐 아니라 유통, 식품, 제조 계열사까지 협업 수요처가 될 수 있어 금융과 비금융을 함께 엮는 구조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농협은 단순 선발보다 실제 협업과 사업화에 더 무게를 두고 있으며, 이를 위해 전담 조직과 외부 지원사업 연계 구조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NH농협과 협업한 로민, 소프트베리, 디플랜트 등의 스타트업 사례는 이런 특징을 잘 보여줬다. 문서 AI, 전기차 충전, 푸드테크처럼 서로 다른 분야의 기술이 금융 서비스와 비금융 계열사 수요에 맞물리며 사업화 가능성을 넓히는 구조였다. 그러면서 우 차장은 “올해는 AI 에이전트를 핵심 키워드로 내세워 생활금융, 기업 분석, 리스크 관리 영역에서 협업 대상을 찾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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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신한벤처투자 김영철 과장은 ‘신한 퓨처스랩’을 그룹 공동 오픈이노베이션 플랫폼으로 소개했다. 은행, 카드, 증권, 라이프, DS가 함께 참여하고, 신한벤처투자가 운영을 맡는 구조다. 올해 프로그램은 협업 트랙과 육성 트랙으로 나뉜다. 협업 트랙은 그룹사 수요와 직접 연결되는 기업을 찾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고, 육성 트랙은 장기 성장 가능성이 있는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데 무게를 둔다. 여기에 일본과 베트남 거점을 활용한 글로벌 확장, 팁스 연계, 투자 검토까지 더해진다. 신한벤처투자는 스타트업과의 관계를 단발성 프로젝트가 아니라 성장 단계별 경로로 보고 있었다.
금융권 오픈이노베이션 ②… KB금융그룹·삼성금융네트웍스·DB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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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그룹, 삼성금융네트웍스, DB그룹은 모두 금융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협업의 깊이와 실행 구조를 강조했다. KB금융그룹 장민환 차장은 KB금융그룹의 오픈이노베이션과 관련해 “계열사와 스타트업의 실무 협업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KB금융그룹은 국내 프로그램과 글로벌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하며, 올해도 계열사 과제를 중심으로 협업 스타트업을 선발할 계획이다. 기본 PoC 지원금, 협업 공간, 공동 사업화, 정부 지원사업 연계는 물론 싱가포르 기반 글로벌 프로그램과의 연결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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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 곽영권 프로는 ‘삼성금융 C-Lab Outside’의 핵심 강점으로 ‘선발 기업 전원 PoC’를 내세웠다. 삼성생명, 화재, 카드, 증권과 삼성벤처투자가 함께 운영하며, 선발된 기업은 예외 없이 현업 부서와 실증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지원금, 추가 시상금, CES 전시 지원, 규제 샌드박스 연계, 전략 투자까지 이어지는 구조는 금융권 오픈이노베이션이 협업에서 끝나지 않고 시장 진출과 후속 성장까지 염두에 두고 있음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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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그룹 박하늘 프로는 오픈이노베이션을 “실제 현업 적용을 전제로 한 협업”이라고 규정했다. 보험, 금융, 제조, 서비스 등 다양한 사업군을 바탕으로 생성형 AI, 디지털 헬스케어, 머신러닝, 딥러닝 분야에서 협업을 이어왔고, 올해 핵심 키워드로는 AI 에이전트를 제시했다. 보험에서는 영업과 상담, 금융에서는 초개인화와 고객 경험, 제조에서는 데이터 분석과 운영 효율화가 주요 수요로 제시됐다. DB는 기술 시연보다 업무 혁신의 실행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고 있었다.
유통 현장과 고객 접점이 무기… 현대홈쇼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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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분야에서 유일하게 참여한 현대홈쇼핑의 박도연 담당자는 자사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 ‘H.I.G.H(Hyundai Innovation Growth Hub)’를 유통 현장 문제 해결형 프로그램으로 설명했다. TV홈쇼핑, 온라인몰, 라이브커머스, 오프라인 매장 등 다양한 채널과 고객 접점을 가진 것이 가장 큰 강점이라는 설명이다. 박 담당자는 “현대홈쇼핑은 익숙한 유통 방식만으로는 빠르게 변하는 시장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보고, 스타트업과 함께 새로운 상품, 서비스, 운영 방식을 검증하는 구조를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 담당자는 올해 과제를 ‘H몰 고객 경험 개선, 내부 시스템 효율화, 차별화 상품 공동 기획, 오프라인 플랫폼 연계’ 등 네 축으로 제시했다. AI 검색, 사이즈 추천, 컴플라이언스 자동화, 판매 예측, 채팅 자동응답 같은 세부 과제도 포함됐다. 현대홈쇼핑의 오픈이노베이션은 기술 자체보다 그 기술을 어떤 채널에 얹어 실제 매출과 고객 경험 개선으로 이어갈 수 있느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정기 공모보다 상시 협업… 네이버클라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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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서비스 분야에서는 네이버클라우드가 참여했다. 네이버클라우드의 박우철 담당자는 자사의 스타트업 협업 방식이 다른 대기업의 정기 공모형 프로그램과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 네이버클라우드는 필요할 때마다 스타트업과 접점을 만들고, 목표가 맞는 팀과 빠르게 협업 가능성을 판단하는 상시형 구조를 지향하고 있다. 이날 박 담당자의 발표 중심에 놓인 프로그램은 ‘그린하우스’였다.
네이버클라우드의 그린하우스는 관계사 서비스 툴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크레딧 지원을 기본으로 한다. 또 아키텍처 최적화, 보안, 제품 고도화, 공공·금융 컴플라이언스 대응, 마켓플레이스 입점, 공동 GTM, 투자 검토까지 연결된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오픈이노베이션을 특정 시즌에 스타트업을 선발하는 프로그램이라기보다, 스타트업의 성장 단계에 따라 기술과 시장, 사업화를 유연하게 연결하는 상시형 협업 플랫폼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정기 공모보다 빠른 판단과 실전형 지원이 네이버클라우드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의 핵심이었다.
이번 서울 오픈이노베이션 파트너스 데이는 대기업들이 오픈이노베이션의 효용성을 인식하고 진지하게 접근하고 있다는 점을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 서로 다른 산업군이었지만 공통점은 분명했다. 대부분의 기업이 기술 소개 자체보다 PoC 이후의 사업화, 후속 계약, 투자, 글로벌 확장까지 연결되는 실행력을 강조했다는 점이다.
결국 올해 기업들의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은 얼마나 많은 스타트업을 만났는가보다, 얼마나 실제 사업으로 이어졌는가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더 구체적인 문제를 들고 나온 이들에게 스타트업은 그 문제를 풀 수 있는 기술과 실행력으로 답해야 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서울 오픈이노베이션 파트너스 데이 참가 기업 프로그램 한눈에 보기
이날 발표에서는 같은 오픈이노베이션이라도 기업마다 협업을 설계하는 방식이 확연히 달랐다. 건설·인프라 기업은 현장 실증과 운영 혁신을, 금융권은 계열사 연계와 투자, 유통은 채널 검증과 고객 접점 확대를, 클라우드 기업은 인프라와 기술 지원, 시장 진출 지원을 전면에 내세웠다. 프로그램별 특징과 모집 일정, 주요 분야를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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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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