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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17 (화)

    학폭·미수금·임대차분쟁도…'전담재판부 확대' 이유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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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소한 말다툼까지 학교폭력 비화
    서울행정법원 배당 1년새 40%↑
    생계 걸린 사건, 신속한 결론 중요
    "전담재판부서 집중 처리" 움직임


    #. A양은 지난해 8월 옆 학급 친구 B양과 접촉 및 협박·보복행위 금지, 봉사 6시간, 가해학생 특별교육이수 등의 교육청 처분을 받았다. A양이 "남미새(남성에게 과도한 관심을 보이는 사람) 냄새가 난다"거나 "더럽다", "그렇게 살지 말라"는 등의 발언을 했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법원은 지난 1월 해당 사실관계를 인정한 근거가 된 B양 메모 등의 신뢰성이 부족하다며 학교폭력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면서 징계를 취소했다.

    최근 학교폭력 사건과 임대차보증금·물품대금 반환 등 특정 유형 사건이 급증하면서 법원도 전담재판부를 신설하며 적극 대응에 나서고 있다. 사건 유형에 맞는 경험을 갖춘 법관을 배치해 쟁점을 신속히 파악하고 분쟁을 조기에 해결하겠다는 게 전담재판부를 별도로 둔 취지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은 서울 지역 학교폭력 행정소송이 전년 대비 약 40% 증가하자 전담재판부를 기존 2곳에서 4곳으로 확대했다고 전날 밝혔다. 전담재판부는 모두 법조경력 20년 이상의 부장판사로 구성됐고, 대법원 헌법·행정조 재판연구관 경험 등을 갖춘 법관들이 배치됐다. 해당 재판부는 사건 접수 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1~2개월 내 변론기일을 지정해 신속히 심리를 진행하고 있다.

    학교폭력 행정소송은 보통 징계 대상 학생이 징계처분에 대한 집행정지를 신청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집행정지 심문기일은 신청 후 2~4주 내에 열리고, 피해 학생 의견을 듣는 절차도 함께 진행된다. 이후 본안 사건 첫 변론기일이 약 한 달 뒤 열리고 여러 차례 기일을 거치지만, 전담재판부에서는 통상 4개월 안에 1심을 마무리하기 위해 노력한다.

    전담재판부 법관의 경험과 배경도 사건 이해에 영향을 미친다. 학폭 사건을 맡았던 한 법관은 "남성 판사는 남학생들 사이 장난과 폭력의 경계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고, 여성 판사는 여학생 사이 미묘한 갈등을 이해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법관의 자녀 양육 경험 역시 학생 또래 집단의 행동 양태를 이해하는 데 일정 부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전담재판부는 단순한 말 다툼 등이 학교폭력으로 확대되는 것을 막는 동시에 중대한 사건에서는 적정한 징계를 재확인하는 역할을 한다.

    전담재판부는 학교폭력 사건뿐 아니라 임대차보증금·물품대금 반환 등 민생 사건에도 확대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민사22~25단독 재판부를 '민생 전담재판부'로 지정해 임대차보증금 사건과 개인 간 물품대금 사건, 면책확인·청구이의 사건 등을 집중 처리하고 있다.

    이 같은 전담재판부 운영은 증가하는 민사 사건을 신속히 처리하기 위한 조치다. 2025 사법연감에 따르면 1심 민사본안 사건 중 임대차보증금 사건은 2015년 5537건에서 2024년 1만225건으로 약 두 배 증가했다. 매매대금 사건도 매년 1만건 안팎으로 꾸준히 접수되고 있다. 반면 1심 평균 처리 기간은 합의부 437.3일, 단독 222.1일로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된다.

    현장에서는 전담재판부 도입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박세선 법률사무소 번화 변호사는 "임대차보증금 사건은 계약 종료 시점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신속한 재판이 중요하다"며 "물품대금 사건도 전담재판부가 조정을 적극적으로 유도하면 이해관계 정리가 훨씬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전담재판부 확대가 다른 사건의 적체를 키우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전담재판부가 맡은 분야의 신속한 처리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난이도가 낮은 사건만 가져가면 효과가 제한적이고, 다른 사건 처리 지연 문제는 그대로 남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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