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바이브 코딩 등 확산에 개발 장벽 붕괴…업무툴 등 이젠 직접 만들어 써
대화로 자료 분석 ‘클로드 코워크’ 등장 후 대체론 확산…주가 ‘직격탄’
전문가 “AI, 모든 소프트웨어 대체 못해” 장기적으론 산업 고도화 전망
‘소프트웨어는 종말을 맞을 것인가.’
최근 정보기술(IT) 업계를 휩쓰는 질문이다. 20년 넘게 탄탄대로를 달려온 소프트웨어 서비스(SaaS·Software as a Service)가 인공지능(AI)이라는 파도를 만난 탓이다.
관련 기업의 주가는 폭락해 며칠 사이시가총액 수백조원이 증발했다. 예정돼 있던 기업공개(IPO)는 줄줄이 ‘스톱’ 상태다. 월가에선 소프트웨어 서비스와 아포칼립스(대재앙)를 합친 ‘사스포칼립스’라는 신조어마저 흘러나오고 있다. AI는 소프트웨어 산업을 망치러 온 파괴자일까.
‘최고의 비즈니스 모델’, AI를 만나다
업계에서 흔히 ‘사스’라 부르는 소프트웨어 서비스는 소프트웨어를 온라인 구독, 즉 ‘빌려쓰는’ 형태로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전 세계 1위 고객관계관리(CRM) 플랫폼을 서비스하는 세일즈포스를 비롯해 줌(화상회의 도구), 슬랙(협업 메신저), 쇼피파이(커머스 플랫폼)가 대표적인 업체다. 토종 기업으로는 전사적자원관리(ERP) 등 기업관리 시스템을 제공하는 더존비즈온, 영림원소프트랩이 있다.
소프트웨어 서비스는 2000년대 초반 ‘유망 산업’으로 주목받으며 등장했다. 패키지 형태의 소프트웨어를 직접 구매해 설치·운영하던 기존 방식은 온라인(클라우드) 기반의 월·연간 구독 형태로 바뀌었다. 기업들이 초기 비용이 크고 사후 관리를 위해 별도 IT 인력을 갖춰야 했던 이전 방식 대신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선호했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 서비스 산업은 빠르게 이용자를 확보해나가며 성장했다. 고객이 한 번 구독을 시작하면 ‘록인(잠금) 효과’가 있어 꾸준히 매출이 일어나는 데다, 한 번 제품을 개발해놓기만 하면 고객 규모가 커져도 추가 비용이 높지 않다는 점 때문에 ‘실리콘밸리 최고의 비즈니스 모델’로 불렸다.
20년 넘게 탄탄대로를 달려온 산업에 ‘위기설’을 불러온 것은 역시 AI이다. 챗GPT, 제미나이 등 AI가 코딩을 대신해주면서 소프트웨어 개발 진입장벽이 크게 낮아진 것이다.
개발 지식이 필요 없는 자연어 기반의 바이브 코딩(인간 언어로 원하는 기능을 설명하면 AI가 코드를 짜주는 것)까지 유행하며 위기감을 키웠다. AI 확산으로 고용 자체가 줄면, 이용자(직원) 수를 기준으로 구독료를 받는 소프트웨어 서비스 산업의 비즈니스 모델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왔다.
지난 1월 말 AI 스타트업 앤트로픽이 선보인 기업 업무 자동화 AI 도구 ‘클로드 코워크’는 결정타를 날렸다. 클로드 코워크는 대화만으로 문서 요약이나 데이터 분석 등 업무 자동화 앱을 만들 수 있는 에이전틱 AI 서비스다. 클로드 코워크만 있으면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따로 구독하지 않고 직접 만들어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파장은 컸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클로드 코워크 출시 직후 48시간 만에 소프트웨어 서비스 업체 시총이 2850억달러(약 380조원) 사라졌다. 일주일 동안 증발한 시총은 약 8300억달러, 1200조원이 넘는다.
디자인 소프트웨어 서비스 업체 ‘캔바’ 등의 IPO가 미뤄졌다는 보도도 나왔다. “소프트웨어 서비스가 존재론적 위기에 직면”(CNBC 방송)한 것이다.
파괴자 VS 혁신의 씨앗
3월 들어 주가 하락세는 다소 진정된 상태다.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기업 마이크로소프트(MS)의 역할이 컸다. MS는 지난 9일 자사 구독형 오피스 서비스 ‘MS365’와 앤트로픽 AI 도구의 통합을 발표하며 위기론을 정면 돌파했다. ‘대체’가 아닌 ‘협력’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낙관과 비관이 교차한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CNBC 등과의 인터뷰에서 “(사스포칼립스에 대해) 시장이 상황을 잘못 해석했다”며 AI가 소프트웨어를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수요를 늘리는 기술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사용 주체가 인간에서 AI 에이전트로 바뀔 뿐, 이미 만들어진 도구는 그대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관련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최로 열린 ‘에이전틱 AI 시대 소프트웨어 산업 및 인재양성 대응 방안 간담회’에선 AI로 인한 위기 속에서도 기회가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송호철 더존비즈온 메디컬 인텔리전스 사업부문장은 “소프트웨어 산업은 단일한 산업 영역이 아닌 매우 넓고 복합적인 구조로 구성돼 있다”며 “AI가 모든 소프트웨어를 대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현재 제기되는 ‘AI 대체설’은 다양한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하나로 묶는 오류에 기반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AI가 소프트웨어를 만들더라도 이를 유지·보수하거나 검증하는 인력은 여전히 필요하며, AI가 장기적으로 소프트웨어 서비스 산업을 고도화한다고 입을 모았다.
▲사스(SaaS)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oftware as a Service). 주로 온라인 구독 형태로 제공된다. 대표적인 사스 기업으로는 세일즈포스, 어도비, 줌 등이 있다.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oftware as a Service). 주로 온라인 구독 형태로 제공된다. 대표적인 사스 기업으로는 세일즈포스, 어도비, 줌 등이 있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더보기|이 뉴스,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 점선면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