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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18 (수)

    정부발 ESS, 기업들 생존 건 저가 입찰… ‘국내 배터리 생태계 활성화’ 취지 무색[재계팀의 비즈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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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장기화로 혹독한 ‘보릿고개’를 맞은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가 생존을 위해 정부발 에너지저장장치(ESS) 입찰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도 치열한 가격 경쟁이 벌어지면서 정부의 ESS 입찰이 당초 예상했던 국내 배터리 생태계 지원 효과보다는 국내 기업 간 ‘제 살 깎아먹기’ 상황에 처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K배터리 업계는 최근 위기감에 휩싸여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한 달에만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맺었던 28조 원 규모의 배터리 계약이 취소되거나 축소됐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올 초 업계 간담회에서 “현재 배터리 3사 체제가 유지 가능한지 진지하게 고민해 달라”며 사실상 산업 구조조정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배터리 기업들에 ESS 수주는 유휴 라인을 돌릴 수 있는 돌파구입니다. 특히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대로 전력 수요가 폭발하면서 글로벌 ESS 시장은 지난해 508억 달러(약 74조 원)에서 2030년 1059억 달러(약 155조 원)로 두 배 이상 급성장할 전망입니다.

    이러한 배경 속에 치러진 정부의 각각 1조 원 규모 1·2차 ESS 중앙계약시장 입찰은 국내 배터리기업의 생존을 건 각축전이 됐습니다. 1차에서는 삼성SDI, 2차에서는 SK온이 각각 절반 이상의 물량을 확보하면서 승자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속사정은 그렇지 않습니다. 업체들이 마진을 최소화하는 저가 입찰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한 배터리 제조사 고위 임원은 “일제히 최저가를 써내기 때문에 막상 수주에 성공해도 수익이 매우 박하다”며 “2차 입찰에서 가격 배점이 1차(60%) 대비 10%포인트 낮은 50%였음에도 여전히 비중이 높다”고 했습니다.

    기업들이 박한 마진에도 정부발 ESS 수주에 매달리는 이유가 있습니다. 북미 등 거대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트랙 레코드(수주 이력)’ 확보가 절실해서입니다. 자국 정부가 주도하는 대형 프로젝트 납품 이력은 향후 해외 대형 전력 회사를 설득할 ‘보증서’가 됩니다.

    2차 입찰 이후 배터리 3사를 비롯한 주요 배터리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 측과 만나 “국내 생태계 활성화라는 본래 취지를 살려 가격 평가 비중을 낮추거나 최저입찰가를 정해 달라”고 읍소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당장 오는 6월로 예고된 3차 추가 입찰에서 제도가 개선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입찰 주무 부처인 기후에너지부는 ‘경쟁 입찰’ 원칙을 고수하며 난색을 표하고 있습니다. 출혈 경쟁 속에서 살 길을 찾으려는 K배터리의 시름이 더욱 깊어지고 있습니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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