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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18 (수)

    [일사일언] 이슬람 금식 기간을 통해 배운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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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마단이 끝났다. 튀르키예를 포함한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모든 신자가 한 달간 금식 기간을 가졌다. 해가 떠 있는 시간에는 물을 포함해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 일몰과 동시에 온 가족이 모여 식사를 한다. 해가 뜨기 시작하는 새벽부터 다시 금식이 시작되는데, 새벽 4~5시에 일어나 낮 동안의 배고픔에 대비해 식사하는 것도 라마단의 주요 관습이다. 달의 주기에 따라 30일가량 이런 단식을 반복한다.

    튀르키예에서 라마단을 보내면 재밌는 일이 많다. 일몰에 하는 저녁 식사를 ‘이프타르(Iftar)’라고 하는데, 온 동네 사람들이 모여 지자체 혹은 그 지역의 유지가 제공하는 이프타르를 먹기도 한다. 풍요의 상징인 라마단 달에는 베풀고 나누는 것이 어느 때보다 장려된다. 주변의 가난한 이들을 보살피는 손길이 많아져 도시 곳곳에서 따뜻함이 풍긴다. 배가 고파서 예민해질 법도 한데 이상하리만치 모두가 느긋하게 축제를 즐기는 분위기가 된다. 새벽 식사인 ‘사후르(Sahur)’도 마찬가지다. 까만 새벽을 뚫고 하나둘 집집마다 불이 켜진다. 때아닌 밥 짓는 냄새에 조용하던 동네가 다시 꿈틀거린다. 그 차가운 새벽 공기의 이상한 따뜻함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노약자나 임산부, 어린아이는 물론 때맞춰 약을 먹어야 하는 환자들은 금식을 하지 않는다. 월경을 하는 여성들도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금식을 해서는 안 된다. 어린아이들은 어른들처럼 사후르와 이프타르를 제대로 따라 하고 싶어 한다. 그럴 때면 어른들은 한낮의 식탁에 은근슬쩍 물이나 빵을 놓아둔다. 아이들이 습관적으로 뭐라도 먹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잘 까먹는다. 금식을 깜빡하고 눈앞의 먹거리로 자기도 모르게 끼니를 해결한 아이들을 어른들은 내심 귀여워한다. 그리고 모르는 척 단식에 성공한 것을 축하해준다. 그 꾀임에 넘어가 조금 편하게 단식에 성공(?)했던 어린 날들을 떠올린다.

    내게 라마단은 그런 것이다. 라마단을 통해 배고픔을 알게 되었고 인내와 연민, 풍요 속에서 나누고 베푸는 따뜻함을 몸으로 배울 수 있었다. 그런데 라마단에 시작된 전쟁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정치적으로 얼마나 정당한 일이었는지와 상관없이, 민간인들에게는 축제 같던 라마단이 하루아침에 지옥이 되어버렸다. 라마단이 끝나면 4일간의 명절이 이어진다. 부디 그들에게도 하루빨리 명절이 시작되길 기도할 뿐이다.

    [베튤 준불·배우 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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