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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18 (수)

    허스트가 전시한 죽음을 눈앞에…베일 벗은 아시아 첫 대규모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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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향신문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리는 ‘데이미언 허스트 :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에 전시된 ‘신의 사랑을 위하여’(2007). 윤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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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이 전시되고 있다.

    데이미언 허스트(61)는 포름알데히드 수용액이 가득 담긴 투명 수조에 상어를 담갔고(‘살아 있는 자의 마음 속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1991)), 백금으로 만든 두개골에 다이아몬드 8601개를 붙였으며(‘신의 사랑을 위하여’(2007)), 알약이 잔뜩 들어찬 찬장(‘무한을 위한 원형’(1998)), 죽은 소의 머리를 향해 달려들다 전기 퇴치기에 파리가 실시간으로 감전되는 모습(‘천 년’(1990))을 작품으로 선보였다. 인간이라면 필연적으로 맞이할 수밖에 없는 죽음을 때로는 노골적으로 전시하며 현대미술사에 큰 파장을 남겼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오는 20일 개막하는 허스트의 개인전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는 아시아에서 처음 열리는 허스트의 대규모 개인전이자, 그의 대표작을 국내에서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18일 기자간담회와 함께 공개된 전시장에는 허스트가 20대부터 만든 초기작부터 주요 작품까지, 35년에 걸쳐 제작한 설치 및 회화 50여점이 시대순으로 선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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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리는 ‘데이미언 허스트 :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에 전시된 ‘천 년’(1990). 윤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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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의 큰 크기가 보는 이의 눈길을 사로잡고, 작품의 파격적인 소재는 눈을 의심케 한다. 너무도 유명해서 사진 등으로 봤던 작품인데도 독특한 소재가 눈앞에서 보이는 광경은 또 다른 느낌을 준다. 다이아몬드가 박힌 두개골 모양의 ‘신의 사랑을 위하여’가 가로, 세로, 너비가 모두 20㎝에 못 미치는 크기 때문인지 평범하게 느껴질 정도다.

    두개골의 뒤에는 높이가 3m에 이르는 삼면화인 ‘신의 무한한 권능과 영광을 묵상하며’(2008)가 배경처럼 놓였다. 멀리서 보면 교회나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같지만 가까이서 보면 나전처럼 붙은 게 나비 날개임을 알 수 있다. 보는 각도에 따라 색이 달라져 성소에서 접하는 숭고한 분위기를 내는데, 이 숭고함은 나비의 죽음을 전제로 만들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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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리는 ‘데이미언 허스트 :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에 전시된 ‘살아있는 자의 마음 속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1991). 윤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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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 년’은 피 흘리는 소의 머리와, 유충에서 부화해 날아다니는 파리를 길이 4m, 너비와 높이 각 2m인 유리통 안에 담아 둔 작품이다. 유충과 파리는 물론, 잘린 소의 머리와 피는 모조품이 아니라 허스트가 준비한 실물이라고 한다. 길이만 5.42m에 이르는 아크릴 수조에 박제된 상어를 담근 ‘살아 있는 자의 마음 속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은 2012년 영국 테이트 모던에서 열린 허스트의 대규모 회고전 이후 약 14년 만에 공개됐다. 미국 뉴욕의 한 소장가가 소장 중인 이 작품은 이번 전시에 대여하는 데만 6개월이 걸렸다. 수조와 별도로 보관됐다는 박제된 상어는 시간의 흐름 탓에 가죽에 주름이 눈에 띄지만, 제작 후 약 25년이 흘렀다는 점을 생각하면 크기가 주는 위압감을 방해하지는 않는다.

    허스트는 16세 때 영국 리즈의 시체 안치소에서 잘린 시체 머리 옆에서 웃으며 사진을 찍었다. 이때의 사진은 1991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그의 첫 개인전에서도 전시됐는데, 허스트가 20대 때부터 죽음에 관심을 보였음을 짐작게 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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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미언 허스트가 18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 기자간담회 중 작품 ‘신의 사랑을 위하여’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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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의 상징만큼 자주 등장하는 게 약이다. 그는 1998년부터 영국 노팅힐에서 ‘약국’이라는 이름의 레스토랑을 5년간 운영했는데, 이번 전시에는 그 ‘약국’이 재현되기도 했다. 약은 인간이 당장 아픔에서 벗어나고 죽음까지 남은 시간을 늦추기 위해 선택하는 수단이다. 약을 먹는 행위도 ‘약을 먹으면 나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서 가능한 것이 아닌지, 그래서 과학이 ‘비과학적’이라는 말로 치부되는 종교적인 믿음과 사실은 차이가 없는 게 아니냐는 질문을 던진다.

    허스트는 이날 기자간담회에 약 5분 정도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제 커리어 전반에서 쌓은 모든 내용을 굉장히 잘 전시했다. 작품 자체에 메시지가 담겨있다.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말과 함께 잠시 사진 촬영에 응한 후 출국차 자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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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미언 허스트가 18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 기자간담회 중 대표작 ‘살아있는 자의 마음 속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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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초 이번 전시 계획이 알려질 때부터 여러 말이 오갔다. 허스트는 비슷한 형태의 작품을 자기복제 한다거나, 많은 돈을 버는 데만 몰두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주요 작품의 제작 시기에서 보듯 최근에는 인상적인 결과물을 1990~2000년대에 비해 선보이지 못했다는 지적도 받는다. ‘한때 유명했고 지금도 돈이 많은 상업미술 작가’의 개인전을 국립미술관에서 여는 데 대한 곱지 않은 시선도 많았다.

    송수정 국립현대미술관 전시과장은 “국립 기관에서 ‘왜 허스트(전시)냐’는 질문을 제일 많이 받았다”며 “허스트는 우리가 모두 다 안다고 생각하지만, 전시하는 작품 진본을 얼마나 많은 사람이 봤겠나. 언젠가 한 번 봐야 한다면, 10년 후에 (전시)하면 너무 늦고 지금이 제일 적절하고 빠른 시점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인혜 학예연구실장은 “허스트는 호불호가 분명한 작가인데, 작가도 그것을 즐긴다. 논란도 작품의 일부인 작가”라며 “서구에서는 허스트를 나쁘게 해석하는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허스트는 그런 데 아랑곳하지 않는다. 마음을 열고 봐달라”고 말했다.

    전시는 6월28일까지. 관람료 8000원.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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